새해는 인터넷과 PC 분야에서 공룡 기업들의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해 인터넷 분야에서 ‘웹2.0’이라는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야후가 경쟁을 펼쳤다. 또 3분기 PC 시장에서는 HP가 3년 동안 1위를 고수해 온 델을 꺾었다. 전 세계 인터넷과 PC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공룡 기업들. 이들의 대회전은 이미 시작됐는지 모른다.
웹2.0의 선봉에 서 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16억5000만달러에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를 인수하는 등 확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세계 최대 SW업체인 MS와 과거 인터넷 검색 사이트 시장을 휩쓸었던 야후는 구글과의 대격전 없이는 앞으로 뻗어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한편 새해 PC시장에서는 델이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HP가 오래간만에 올라선 1위 자리를 수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 인터넷-웹2.0 격전
‘모든 것은 웹으로 통한다.’
1990년대 초반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의 표어가 아니다. IT 업계 핵심 화두인 웹2.0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해 다양한 가능성과 비전을 모색했다면 올해는 구체적인 서비스와 비즈니스 경쟁이 뜨겁게 진행될 전망이다. 웹2.0 시대에는 자신이 사용하고 싶은 서비스만 철저히 개인화한다. 또 메인화면을 직접 재구성하는 맞춤형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신규 업데이트되는 방대한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와 함께 인터넷 패러다임의 변화를 뛰어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가능성도 함께 모색된다. 가장 선봉에 있는 사업자는 구글·야후·MS 등 글로벌 IT 공룡들. 각 기업의 출발점과 지향하는 바는 다르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구글, 웹2.0 전략은 확장=구글의 전략은 ‘확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새해 구글은 ‘피카사’ 웹 앨범과 호스팅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다. 피카사 앨범은 빠르고 쉽게 온라인 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고 사이트 가입이나 로그인 없이도 사진을 바로 볼 수 있다.
구글은 고급 e메일·캘린더·채팅 기능을 위한 구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도 선보이고, 웹 기반 서비스도 다양한 업무용 SW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웹사이트 방문자 수 기준으로 야후를 3위로 밀어내고 처음으로 2위에 올랐다. MSN과의 격차를 5000만건 미만으로 좁혔다. 이런 추세대로면 새해에는 새로운 ‘인터넷 제왕’의 탄생도 점쳐진다. 특히 구글이 지난해 인수한 ‘유튜브’를 통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MS, MSN과 윈도라이브로 두 마리 토끼 모두 잡는다=MS는 기존의 ‘MSN’과 사용자 중심의 새로운 인터넷 소프트웨어 서비스인 ‘윈도라이브’ 두 가지를 핵심 브랜드로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MS는 최근 MSN사업부를 ‘온라인 서비스 그룹(OSG)’으로 개편했다. MSN과 윈도라이브 두 가지 브랜드의 시너지를 통해 네티즌과 광고주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MS 온라인 서비스 그룹은 MSN과 스타트닷컴(http://www.start.com) 등을 통해 웹2.0 시대에 대비해 왔으며, 지난 2005년 11월 웹 기반 서비스를 차세대 중점 전략으로 세우고 이를 뒷받침하는 ‘윈도라이브’ 서비스를 공개했다.
빌 게이츠 MS 회장은 윈도라이브 시험판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결합(Software plus Service)’ ‘서버는 곧 서비스(Server=Service)’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MS의 온라인 서비스 전략을 언급하기도 했다.
윈도라이브의 핵심 서비스는 개인화 웹플랫폼인 ‘라이브닷컴’과 차세대 메신저인 ‘윈도라이브 메신저’. 새해 상반기에 정식 서비스되는 ‘윈도라이브 메일’과 보안 서비스인 ‘윈도라이브 원케어’ 등도 주목된다.
◇야후, 아이디 하나로 통하는 웹 세상 만들겠다=야후는 아이디 하나로 모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웹2.0 대표 기술인 에이젝스(AJAX)를 이미 도입했으며 야후 맵·야후 로컬·야후 주소록·야후플리커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할 예정이다. 향후 UCC를 지도에 접목해 양질의 지역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오디오·이미지·지역·뉴스검색 및 마이웹 서비스 등의 API를 공개하기 시작했으며 맞춤형 정보배달(RSS)을 도입, 업데이트되는 콘텐츠가 더욱 빠르게 공유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인수합병(M&A)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사진공유 사이트 ‘플리커’와 소셜네트워크, 지역검색을 결합한 서비스 ‘업커밍’, 소셜 북마크 공유 사이트 ‘딜리셔스’를 인수했다. 아이디 하나로 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브라우저 기반 인증’ 기술 및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각 업체들이 개발하고 있는 웹2.0 소프트웨어에 야후의 사용자 아이디로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했다.
(2) 컴퓨터- HP vs 델
이달 30일에는 MS의 윈도 운용체계(OS) 신제품 ‘윈도비스타’가 일반 소비자에게 선보인다. ‘윈도XP’를 선보인 지 무려 5년 만에 나오는 차세대 윈도 OS다. 새로운 OS가 등장하면 그 제품에 맞춰 성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PC와 SW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PC시장에 새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PC업계는 MS가 윈도비스타 출시 일정을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로 연기하면서 컴퓨터 HW 및 SW 시장도 주춤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달 말 MS가 윈도비스타를 출시하면 PC시장에도 적잖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당한 성능의 그래픽 기능을 제공하는 윈도비스타의 특성상 메모리 칩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델 자만심이 화 불러=특히 세계 PC시장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HP와 델의 선전이 기대된다. 모처럼만에 열리는 큰 장에서 누가 더 큰 알곡을 건져갈지 자못 기대된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델이 세계 PC시장 점유율에서 HP에게 간발의 차이로 밀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에 HP는 델보다 PC를 11만대 더 팔아 점유율 16.3%를 기록, 델의 16.1%를 근소한 차로 눌렀다. HP가 PC시장 1위를 차지한 것은 3년 만의 일이었다.
PC시장에서 무서운 기세로 승승장구하던 델이 1위 자리에서 밀려난 것은 우선 경쟁 심화에 원인이 있다. HP를 비롯해 레노버·에이서·도시바 등이 델을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쟁사들까지 델과 유사한 직판 방식을 도입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시장 분석가들은 델이 그 동안의 높은 성장세 때문에 자만심에 빠져 소비자들을 등한시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델은 소비자들로부터 고객 서비스가 미비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일부에서는 델이 HP처럼 CEO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들렸다. 그러나 델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마이클 델은 케빈 롤린스 CEO에 대해 신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HP 마크 허드 영입 후 부진 탈출=반면에 HP는 컴팩을 인수합병한 후 기대했던 실적을 얻지 못하자 2004년 칼리 피오리나 CEO를 해고하고 2005년 4월 NCR의 마크 허드를 CEO로 영입했다. 그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등을 통해 HP를 실적 부진의 늪에서 건져 올렸다. HP는 허드 CEO가 영입된 후 허리띠를 졸라맸다. 허드 CEO는 취임 후 3개월 만인 2005년 7월 1만5000명 이상을 감원하고 독립영업 부문을 없애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영향으로 HP는 2005년 11월부터 석달간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지난해 HP는 이사회의 회의내용 누출자를 색출한다는 이유로 사립탐정을 통해 이사진을 비롯해 기자 9명의 통화명세를 불법적으로 파악한 일명 ‘프리텍스팅 스캔들’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결국 그 사건의 중심에 있던 패트리샤 던 회장이 물러났다. 그러나 이 문제로 실적에 큰 영향을 입지는 않았다. HP는 앞으로도 비용절감 노력을 가속화하는 한편 업체 인수 합병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양사 경쟁하며 상대방 장점 배워= 델과 HP는 이처럼 주력 시장과 유통 전략 등에서 차이가 많지만 PC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짐에 따라 서로의 장점을 배워가고 있다. 두 회사는 상대 회사의 전 임원을 자사 임원으로 영입했다. 인텔 칩만 고집하던 델은 지난해 AMD칩을 장착한 PC와 서버를 선보였고, HP도 AMD칩 사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HP는 델과의 효과적 경쟁과 재고 감소를 위해 직접 판매 모델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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