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품소재 `세계1위`의 쾌거

 부품소재 산업의 기술력이 떨어지면 필요한 세트 제품은 전량 수입해서 생산해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계 시장에서 국산 완제품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일반 전자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 잇따라 등장한 것은 의미가 크다. 휴대폰의 정전기 방지부품인 배리스터를 생산하는 아모텍은 배리스터 분야 세계 1위 업체며, 휴대폰용 일렉트릭 콘덴서 마이크로폰(ECM)을 생산하는 비에스이 역시 이 분야 1위라고 하니 이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반도체·LCD 등에서 세계 1위를 노리는 업체도 다수다. PDP 파우더에서는 휘닉스피디아가 일본의 아사히 등을 제치고 내년쯤이면 1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SDI는 오는 2008년 리튬이온전지 제품에서 1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삼성전기는 오는 2008년에 PCB 부문 1위에 오르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LCD 공정의 세정가스로 사용되는 삼불화질소(NF3)에서는 소디프신소재가 2008년 상반기까지 총 800억원을 투입해 연간 생산능력을 1600톤 규모로 증설, 세계 1위에 도약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이들의 목표가 차질없이 달성되기를 바란다.

 우리 부품소재 업계가 이처럼 세계 1위에 진입한 것은 여러 가지로 반가운 일이다. 우선 부품소재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고 기존 산업의 지식집약화나 고부가가치화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 또 우리가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무엇보다 부품소재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부품소재산업의 발전 없이는 세트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성과는 기업들의 부단한 연구개발(R&D) 노력과 함께 정부가 지난 2001년 부품소재 특별법 등을 제정해 관련 산업을 육성한 것이 결실을 거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부품소재 업체들이 계속 세계 1위로 등장하려면 해당 업체의 노력에다 정부의 부단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내년부터 중핵기업 육성, 부품 분야와 차별화된 R&D 프로그램인 소재 발전 대책 등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지난해 우리 부품소재산업의 대외 경쟁력이 일본의 2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분석 결과도 있었지만 이제는 부품소재 전문기업 육성과 대외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비용 확대 등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 부품소재산업은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38%를 차지하고 있어 부품소재의 경쟁력이 곧 완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내수 침체나 불황기에서 벗어나 재도약하려면 부품소재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가 앞설 수 있는 분야를 중점 육성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다음은 대다수 부품소재기업이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해 어려움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R&D 투자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 외국 부품과 차별화하려면 독자 기술을 가져야 한다. 기업이 R&D비용 확대와 전문인력을 양성하지 않고는 대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비록 부품소재 업계가 그간의 자재난과 환율, 제품 가격인하 압력 등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이를 극복해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제 부품소재 업계는 자신감을 갖고 전문화·대형화를 추진해야 한다. 지금처럼 중소 규모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 특히 기술력 향상에 박차를 가해 차세대 핵심 부품이나 소재의 독자적 기술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부품소재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경기의 양극화 현상과 심각한 구인난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번 부품소재 업체의 쾌거를 계기로 부품소재산업의 체질을 강건하게 하고 아울러 대외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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