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자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IT강국에서 당연한 일인 듯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상대는 행정부다. 공무원이다. 혁신의 주체면서 대상인 이들을 상대로 한 전자정부 구축사업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전자정부 사업을 특정 부처가 아닌 총리실이나 별도 위원회서 추진해야 맞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자정부 구축은 단순 공공정보화 사업이 아니다. 정부혁신 프로젝트다.
그 한복판에 김남석 행정자치부 전자정부본부장(51)이 서 있다. 우리 정부를 대표하는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 본부장은 관가에서 ‘혁신맨’으로 통한다. 그는 `직업 공무원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할 뿐`이라는 철학을 강조한다.
김 본부장은 지난 2004년초 이사관 승진과 함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행정개혁팀장을 맡았다. 이후 2005년 3월 행자부 혁신기획관을 역임하면서는 오영교 전 행자부 장관의 특명을 받아 통합행정혁신시스템인 ‘하모니’를 구축했다. 작년 8월에는 개방 계약직인 전자정부본부장 자리에 정식 응모, 당시 10여명의 내로라하는 민간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3년 임기의 본부장직에 올랐다.
“재미있습니다. 역동적입니다. 정부내 이런 자리가 또 어딨겠습니까.”
김 본부장은 전자정부 일이 즐겁단다. 몸은 고단해도 공무원이 하는 일 중에 이렇게 변화무쌍하고 혁신적인 사업이 또 어디 있겠느냐며 웃는다. 실제로 김 본부장은 산하에 총 9개팀을 거느리고 있다. 인원만 130명이다. 여기에 행정정보공유추진단, 국정과제실시간추진단 등 2개의 별도 조직도 사실상 김 본부장 관할이다. 모두 합치면 인원만 200명에 달한다. 웬만한 청 단위급 조직이다.
김 본부장은 부임 직후 본부내 일부 전산직 공무원들을 일선 부서에 전진 배치했다. 예컨대 전자민원서비스(G4C) 담당 전산사무관은 등·초본 등 각종 민원서류 업무를 관장하는 제도혁신팀으로, 전자결제 담당은 내부 전산 업무를 전담하는 부내정보화팀으로 각각 이전시키는 식이었다.
물론 해당 직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전산직 공무원들도 시스템 구축 등의 업무에만 함몰되지 말고 해당 업무를 일선에서 익히고, 보고서 작성이나 대국회 예산 작업 등 일반업무에도 능숙해야 한다는 게 김 본부장의 생각이다.
김 본부장은 내년 전자정부 지원사업에 투입될 예산확보 작업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다. 최근 들어서 여의도 국회에 자주 드나드는 것도 내년 예산을 한 푼이라도 지키기 위해서다. 행자부의 요구액은 2957억원. 하지만 국회는 물론, 기획예산처도 여기서 수백억원을 깎자고 나온다. 야당은 1000억원 삭감까지 주장한다. 도로·교량 건설과 같은 전시성 사업도, 지역구에 생색낼 수 있는 교부세 관련금도 아닌 전자정부 예산은 여야를 막론하고 칼질해대기 가장 만만하다.
“전자정부 로드맵 과제의 특성상 예산의 대부분은 타 부처가 씁니다. 그래도 예산 확보는 행자부의 몫입니다. 제 책임입니다. 삭감을 주장하는 의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합니다. 설명을 들으시면 대부분 고개를 끄떡이십니다. 내년은 전자정부 사업을 갈무리하는 해입니다. 용두사미로 끝나게 놔둘 수 없어요.”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내년 예산은 30억원 가량 삭감된 2927억원선에서 예결위를 통과할 전망이다. 300억원이 깎였던 지난해에 비하면 선방한 셈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생살을 에이는 듯하다’는 게 김 본부장의 말이다. 평소에도 김 본부장은 ‘당신 돈 같으면 그렇게 쓰겠냐’는 잔소리를 본부 직원들에게 자주 한다. 한 프로젝트당 수십억, 수백억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전자정부 사업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는 김 본부장의 평소 소신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런 그가 지난 14일 한국CIO포럼이 수여하는 ‘올해의 CIO 대상’을 수상했다. “뭐 한 일 있다고 이런 큰 상을 주냐”며 특유의 주름 웃음을 짓는 김 본부장. 과분한 평가라면서도 본인의 공을 팀장과 팀원들에게 돌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김남석은 누구>
△1956년 12월 12일 강원 삼척 생 △1975년 서울 경성고 졸 △1980년 한양대 행정학과 졸 △1980년 행정고시 23회 합격 △1981년 총무처 정부전산정보관리소(사무관) △1993년 국무총리비서실(서기관) △2000년 행자부 기획예산담당관(부이사관) △2003년 혁신위 행정개혁팀장(이사관) △2005년 3월 행자부 혁신기획관 △2005년 8월 행자부 전자정부본부장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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