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휴대폰처럼 통신업체의 보조금을 받는 판매가 10만원대의 PC가 나왔다는 기사가 나가자 독자의 문의 전화가 잇따랐다.
제품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판매가 끝났는지 하는 소비자 문의도 있었고 해당 통신사의 어떤 지점이 그런 행사를 기획했느냐며 동참하고 싶어하는 경쟁 PC업체의 문의도 있었다. 민원성 제보도 이어졌다. 주로 통신업체 본사가 아니라 개인사업자 대리점이 일회적인 특판 행사를 기획해 ‘치고 빠지는’ 식으로 가입자를 모집하는데 그런 행사에 자칫 잘못 참여하면 PC 값만 떼이기 일쑤라는 지적도 나왔다. 천태만상(千態萬象)이었다.
의외의 뜨거운(?) 반응에 기자는 PC산업의 현주소를 새삼 깨닫게 됐다. 20만∼30만원의 보조금을 받고자 10만원짜리 PC를 제조해 납품하는 조립PC 업체나, 이런 조립PC 업체가 시장질서를 흩뜨린다고 열을 올리는 대기업 및 외국계 PC 제조업체 모두 PC 판매가 하락으로 수익성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한대 팔면 2만∼3만원 남는다는 데스크톱PC, 300만원을 호가하던 노트북PC도 가격파괴가 거듭돼 40만원대까지 등장했다. “통신사 본사면 어떻고 대리점이면 어떠냐, 돈을 떼일지도 모르지만 팔아야지”라는 한 PC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해외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 수출을 개시했지만 물량이 연간 100만대도 되지 않아 수익성을 따지기는 시기상조다. 다행히 와이브로·HSDPA 등 3.5세대 통신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우위를 점하면서 통신기능을 탑재한 노트북PC로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올 초 방한한 델 CEO 케빈롤린스는 사양산업인 PC사업에 왜 뛰어들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남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한다”고 말했다. 주문·제작 방식을 취하고 있는 델은 글로벌 소싱 및 공급 능력으로 원가를 혁신해 수익을 남겼고 세계 1위의 업체에 올랐다. 델을 그대로 모방하기는 어렵겠지만 한국 PC 업체만의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정지연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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