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탄에 사상 첫 수출 3000억달러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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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최대인 올해 수출, 2004년만도 못하다(?)’

정부가 지난 5일 사상 처음 연기준으로 수출 3000억달러를 돌파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으나 실제 기업이 체감하는(재무제표·원화 기준) 수출액수는 아직 지난해는 물론 2004년 수준에도 못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가 산업자원부와 무역협회 자료를 바탕으로 2001년 이후 최근까지 원화로 환산한 연도별 수출실적을 비교·분석한 결과, 지난 5일까지 기록한 올해 실적은 287조8000억원(3000억달러)으로 지난해 전체 291조3000억원(2844억달러)에 비해 오히려 3조5000억원이나 모자랐다. 2004년 실적인 290조5000억원(2538억달러)에 비해서도 3조원 가량이나 빠졌다. 달러 기준 수출은 크게 늘었지만 원화 기준 채산성은 떨어진 것이다.

이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올들어 원·달러 환율이 큰 폭 하락했기 때문. 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1024.31원으로 올해 평균(12월5일까지)인 958.32원에 비해 67원 가량 높았다. 예컨대 지난해는 100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하면 10만원 이상(10만2400원)을 받았지만 올해는 9만6000원 정도밖에 받지 못한 셈이다.

이는 특히 환율이 큰폭 하락한 지난달의 전년대비 수출실적을 원화와 달러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체감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수출은 월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돌파(309억4000만달러), 전년 동월 대비 19.8%가 증가했지만 원화로는 29조원으로 9.4% 증가에 그쳤다. 증가율이 절반에도 못미친 것이다.

내년에도 원·달러 환율이 올해보다 35원 가량 떨어진 925원 안팎(삼성·LG경제연구원)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수출 증가에 비해 우리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는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신승관 박사는 “내년에 원·달러 환율이 올해보다 더욱 떨어질 경우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며 또한 원화로 계산시 들어오는 자금은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6일 수출보험공사가 221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1달러당 948.28원이었고 적정수준의 이익 확보를 위한 환율은 986.61원이었다. 중소 수출기업의 경우 손익분기점 환율은 950.73원이었고 적정수준의 이윤을 확보하기 위한 환율은 990.63원이었으며, 대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과 적정이윤 확보 환율은 각각 928.26원과 953.80원이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