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은 다르지만 따져보면 한 가지다.” 정부 산하기관 한 관계자가 부처별로 제각기 쏟아내는 IT 비전을 한마디로 압축했다. 그는 “목표가 같고, 목표를 이룰 수단이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T가 하나의 산업부문이 아닌 사회 기반으로 확산되고, 괄목할 만한 성과(수출·생산액 등)를 내자 이런저런 정책 비전에 끼워넣어 구색을 갖추는 경향이 있다”며 “‘전문성’을 근거로 삼아 국가 IT 비전 수립작업과 정책권한을 한 개 부처에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연내에 매듭지을 ‘미래 국가유망기술 21 종합계획’은 ‘2015년께 글로벌 톱10 선진 한국 구현’이 목표다. 이를 위해 신생 산업 10개 이상을 만들고, 세계 초일류 핵심 원천기술 100개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 안에 초고성능 컴퓨팅, 인지과학·로봇, 정보 보안, 감성형 문화콘텐츠, 디지털 컨버전스 등의 IT 비전을 담아냈다.
산업자원부도 2015년까지 디지털 전자산업에서 생산 590조원, 수출 3000억달러를 달성해 세계 시장 점유율 14%인 3강 반열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얼핏 과기혁신본부 계획과 달라 보이나 유비쿼터스 기반기술, 초고성능 컴퓨팅, 실감형 디지털 컨버전스 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가 서로 닮았다. 그나마 IT와 관련해 △관련 부품소재산업 경쟁력 취약 △대기업으로 편중돼 있는 수출구조 △핵심 원천기술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한 5대 전략 부품(액정화면표시장치·탄소나노튜브복합소재·유기발광다이오드·RF임베디드기판·근거리무선통신복합묘듈) 기술 개발계획이 담겨 종합 기획·조정에 따른 개선의 여지가 엿보인다.
정보통신부는 2010년까지 광대역통합망(BcN) 이용자 2000만명을 통해 수출 200억달러를 달성하고, 2020년까지 글로벌 톱10 IT 서비스·패키지소프트웨어 기업을 육성한다는 전략을 ‘ACE IT’에 담았다. 더불어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분야의 IT 기술로드맵(ITRM2012) 등 앞서가고(Advanced), 융합해 창조하며(Convergent), 확산해 혁신하는(Expanded) IT 종합전략(ACE IT) 추진체계를 본격 가동한 것이다.
그러나 IT·BT·NT 융합기술 개발, 유비쿼터스 사회형 정보보호체계 확립, BcN 기반 컨버전스 신산업 육성, 미래형 u시티(유비쿼터스컴퓨팅도시) 구축 등 초록동색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통부는 지난 7월 미래전략위원회를 구성, 이달 23일까지 3차 회의 끝에 ‘ACE IT’를 공개했다. 미래전략위원회는 노준형 장관과 어윤대 고려대 총장을 비롯한 산·학·연의 지도자급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ACE IT’는 ‘디지털로 하나 되는 희망 한국’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정석균 정통부 미래전략기획팀장은 “그동안 IT 단기 이슈만을 고민했던 탓에 정책도 2∼3년 단위로 짰다”면서 “이제 중장기적으로 20년, 30년을 내다보며 메가트렌드를 분석할 시점이라고 판단해 미래전략위원회를 가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과기혁신본부 한 관계자는 “작년 5월부터 미래 국가유망기술 선정의 필요성이 제기돼 ‘2005∼2030 과학기술예측조사’를 했고, 산자·정통부를 포함한 미래 국가유망기술위원회까지 가동해가며 21개 유망기술을 뽑아냈다”며 “부처별 기획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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