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IT산업 결산]정책

통신·방송 시장, 산업·문화가 새로운 형태로 통하기 시작하자 정부도 지난 7월부터 규제·진흥 융합기구 만들기를 본격화했다. 국무총리실 아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를 꾸려 수차례 회의를 했고 통신방송융합기구 설치법을 국회에 올릴 예정이다. 과학기술 분야는 올해 초 황우석 교수 거짓 논문 파문, 10월 북한 핵실험 여파로 크게 흔렸지만 7월과 8월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2호와 무궁화 위성 5호를 잇따라 쏘아올렸고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중장기 종합 로드맵 설계가 시작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수출은 경기둔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산업자원부의 올해 목표인 3180억 달러를 뛰어넘어 사상 최대의 성과를 올릴 전망이다.

 문화 분야에서는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만들고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통신·방송

 ◇통신·방송정책=통신과 방송분야에서 올 한해 최대의 이슈는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의 1 대 1 통합을 골자로 한 통·방융합이었다. 융합논의는 지난 7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융추위)’가 공식 발족하며 새 전기를 마련했다.

 융추위는 방송위원장·정통부 장관·산자부 장관·문화부 장관·공정거래위원장·국무조정실장 6개 기관 및 부처의 장관급 고위인사와 각 분야 민간 전문가 14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됐다. 융추위와 함께 이를 지원할 자문기구인 전문위원회와 정부부처 실무자들로 구성된 방통융합추진지원단도 함께 구성됐다. 융추위의 주요 논의사항은 △규제기구 개편 △새 규제정책 마련 △통·방 융합산업 활성화 등이다.

 융추위는 지난 10월27일 첫 번째 결과물로 정통부와 방송위를 1 대 1로 통합하는 기구 개편안을 이끌어냈다. 이 개편안에 따라 현재 국무조정실 산하 방통융합추진지원단이 통합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해 기구 설치법 초안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원단은 통합위원회 설립 법안을 연내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방송정책을 이끌어 갈 3기 방송위원들이 선임됐다. 그러나 3기 방송위는 새 체제가 자리 잡기도 전에 인사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위원장으로 선임된 이상희 위원이 취임 1달여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했고 주동황 상임위원도 ‘일부 언론의 표적취재’를 이유로 사임했다.

 ◇연내 IPTV 시범서비스 개시=기구 개편과 함께 융합서비스의 선두에 서있는 IPTV 도입을 위한 물꼬도 텄다. 정통부와 방송위는 IPTV시범사업공동추진협의회를 구성했으며 시범사업자 선정을 마치고 11월 중순 IPTV 시범사업에 나섰다. IPTV 시범사업에는 씨큐브컨소시엄(주관 KT)과 다음컨소시엄(주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선정됐다. 씨큐브컨소시엄은 서울과 양평 일부 지역 350가구, 다음컨소시엄은 서울과 의왕 일부 지역 100가구를 대상으로 연말까지 IPTV시범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년부터 지상파DMB 전국 방송=지난 10월에는 지역 지상파DMB사업자 선정 책방안을 확정하며 전국 서비스를 위한 길을 열었다. 사업자 선정은 1개의 전국사업자와 6개 권역별 2개 사업자를 병행하는 형태가 됐다.

 방송위는 방송위원 선임 지연 등으로 정책방안 확정이 늦어졌지만 사업자 선정만큼은 최대한 서둘러 연내에 사업자 선정을 마칠 계획이다. 일정대로 진행되면 내년에는 전국에서 지상파DMB 시청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양성화=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지난 3월 말 시행된 단말기 보조금 규제법이 화두였다. 18개월 이상 장기가입자에게 이용요금과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화된 보조금 지급을 허용하는 ‘보조금 양성화’ 조치는 2분기 이후 사업자간 가입자 쟁탈전에 불을 붙였다.

 한편 지난 7월 LG텔레콤의 3세대(G) 동기식 사업권 허가취소와 이에 따른 남용 사장의 퇴진도 정책실패 논란과 맞물리며 핫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과학기술>

 ◇우주시대 성큼=과학기술 부총리 체제 2년째인 올해는 과학기술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인식하에 과학기술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 해로 요약된다. 우선 지난 7월과 8월 잇따라 발사에 성공한 아리랑 2호와 무궁화위성 5호는 우리나라를 우주강국 대열에 들어서게 한 상징이 됐다. 아리랑 2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미국·러시아·프랑스·독일·이스라엘·일본에 이어 7번째로 1m급 위성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특히 지난 99년 발사된 아리랑 1호와 이번의 2호 성공으로 우리나라도 위성 본체를 설계·제작하고 조립 및 시험할 수 있는 종합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첫 우주인 선발작업에도 나서 총 3만6000여명의 후보자를 두 차례의 선발평가를 통해 30명으로 압축해 놓았다. 앞으로 3차(10명 압축)와 최종 4차에서 2명을 선정해 내년부터 러시아 가가린 훈련센터에서 기초훈련, 우주적응 및 우주과학실험 수행을 위한 임무훈련 등을 받은 후 최종 1명이 2008년 4월경 러시아 소유스호에 탑승하게 된다.

 ◇국가 R&D사업 중장기 종합 로드맵 설계 착수=올해는 국가R&D사업을 특성화하고 효율화하기 위한 중장기 종합전략인 ‘국가 R&D사업 중장기 토털 로드맵’ 수립에 착수한 해로 기록된다.

 과기부총리 체제 출범 이후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혁신 성과를 토대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R&D 사업을 더욱 더 효율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40개가 넘는 부처 R&D 중장기 계획과 기초연구 및 미래성장동력 사업 등 주요 R&D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향후 5년, 10년, 15∼20년 사이에 단계적으로 정부가 추진해야 할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선택·집중해야 할 중점기술을 도출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산업>

 ◇수출 최대 호황=올초 산업정책의 최대 이슈는 ‘수출’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수출은 체감경기 둔화에도 사상 최대의 성과를 기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산자부는 올해 수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11.8% 늘어난 3180억달러로 잡았고 현 추세로 볼 때 수출에서는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10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2665억달러, 무역수지 흑자폭은 115억 달러로 집계됐다. 디지털전자 수출도 지난 9월과 10월 연속 월간 수출규모 10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순항 중이다. 수출과 관련한 대부분의 통계수치는 올해 모두 사상최대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동형 산자부 수출입팀장은 “현 수출 추세로 볼 때 연말까지는 당초 전망치인 3180억달러를 20억달러 정도 초과한 3200억달러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 무역흑자도 기존 전망치인 120억달러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극화는 여전한 과제=정세균 산자부 장관이 취임 이후 끊임없이 강조했던 ‘상생’이나 ‘질 좋은 성장’은 아직 성과가 구체화되지 못했다. 대중소 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동됐고 우수 중소기업을 집중육성한다는 취지의 ‘중핵기업 육성책’과 ‘부품소재 전문기업 지원책’ 등이 꾸준히 나왔다. 성급한 기대겠지만 아직까지 이 같은 프로그램이 뚜렷한 성과로 가시화되지는 못한 상태다.

 한국무역협회 집계에 따르면 상반기기준 디지털전자 수출 기업수는 18개월 전과 비교해 40% 이상 급감했다. 한국신용평가정보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02∼2005년 대기업의 순이익은 2배 가까이 늘었지만 같은 기간 중소기업의 순이익은 오히려 절반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단기간에 극복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산자부의 상생협력 정책은 아직 진행형인 셈이다. 산자부는 현재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 중심으로 진행해왔던 상생협력 모델을 2, 3차 협력업체로까지 확산해 나가고 있다. 또 신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우수 중소기업 제품에 대해서는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에서 우선 구매토록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화>

 ◇바다이야기 파문 시끌=올 여름 전국을 뜨겁게 달군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사태로 정부의 게임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진흥 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규제 기능이 약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바다이야기는 정치 논쟁으로 번지며 국감에서도 화두가 됐다.

 사행성 게임 파문은 국내 게임산업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던 아케이드 게임 시장을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갔다. 전문가들은 이 참에 건전한 아케이드 게임을 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육성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산업 법률 재정비=그러나 바다이야기 파문은 게임 등 문화산업 전반의 발전 계기로도 작용했다. 지난 10월29일 발효된 문화산업 관련 3개 법과 시행령·시행규칙이 그것이다. 새 법률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로 미래 성장동력이 될 국내 문화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산업진흥법 시행에 따라 지난 10월 30일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등위)가 출범했다. 게임등위는 기존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실시하던 게임물 등급분류 업무를 이관받아 수행한다. 게임업계는 산업진흥법과 게임등위가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을 이끌 것으로 기대가 높다.<정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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