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SW 기술력의 1번지는 대전시.’
벤처산업의 요람인 대전시에서 SW 산업은 IT 부품 및 정보·통신기기 등 다른 IT 산업을 견인하는 원동력이다. 특히 인프라 측면에서는 단연 국내 최고 수준이다.
대덕 연구단지를 기반으로 조성돼 온 탄탄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수많은 첨단산업 기업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대덕특구내 정부출연연과 대학에서 배출해낸 우수 연구인력 출신 기업들의 활동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대전첨단산업진흥재단 SW사업단이 조사한 ‘대전 IT 산업 현황 조사’에 따르면 대전지역 IT 기업 410여개 가운데 SW 관련 기업은 237개로 전체의 57.8%를 차지한다.
전국 16개 지자체 중 고용·생산액 부분에서 4위, 수출액은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군을 품에 안고 있다. 당연히 SW 산업에 거는 기대는 클 수 밖에 없다.
대전시의 SW 산업 육성 정책은 2000년대부터 시작됐다. 다른 지자체보다도 1∼2년 가까이 앞서 발빠르게 시작된 셈이다.
특구 전신인 대덕밸리 일대를 SW 산업 육성의 거점인 소프트타운으로 지정하고, 대덕IT포럼을 결성하는 등 SW 산업 육성의 초석을 다졌다.
이러한 기반은 지난 2003년 대전첨단산업진흥재단 SW사업단(단장 전영표)이 출범하면서 보다 체계적인 틀을 갖추게 됐다. 출범 후 짧은 기간 동안 대전을 대표하는 IT·SW 지원 전문기관으로 자리잡았다.
SW사업단은 현재 △첨단기술사업화 시범 사업 △ IT CEO 전략커뮤니티 활성화 △ IT 전용 벤처타운 건립 등 3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덕특구지원본부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첨단기술사업화 시범 사업은 이전기술의 사업화 성공 모델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했다.
이 사업을 통해 대전지역에 본사를 둔 IT 관련 첨단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이전 기술의 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총 소요 비용의 70% 한도에서 1억5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최근 바이오니아·씨아이제이·넥센나노텍·포스트마이크로·에이티엔 등 5개 업체를 1차 대상 업체로 선정, 육성중이다.
SW사업단은 IT CEO 전략 커뮤니티 활성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한 HW가 아닌 SW 인프라 차원의 CEO간 정보 교류 커뮤니티 구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7월 창립총회를 통해 출범한 IT CEO 전략 커뮤니티는 정기 월례회 및 정책 세미나를 통해 대전지역 SW 산업 발전방안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누고 있다.
향후에는 다른 지역 CEO들과의 교류를 통해 상생협력을 논의하는 장도 마련할 계획이다.
IT 전용 벤처타운 건립 사업은 SW사업단의 사업 역량을 한층 넓혀줄 핵심 하드웨어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대덕테크노밸리에 조성되고 있는 IT전용벤처타운은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총 10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 타운에는 비즈니스지원실, 해외협력지원실, 공용장비지원실, CG 지원실 등이 들어서며, 25개의 SW 벤처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SW사업단은 최근 대전지역의 IT·SW 산업 육성 로드맵을 다시 짜고 있다.
대덕특구에서 활성화될 수 있는 기술을 비롯, 엑스포과학공원내 특수영상효과타운을 활용한 응용 기술, 향후 조성될 대전시 서남부권내 첨단산업단지에서 활성화될 수 있는 기술 등 3개 기술 분야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
전영표 SW사업단장은 “구체적인 로드맵은 내달 중순쯤 도출될 예정”이라며 “로드맵이 나오는대로 내년 사업에 반영해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대전첨단산업진흥재단 전영표 소프트웨어사업단장
“대덕특구의 축적된 연구개발(R&D) 인프라를 활용한 첨단기술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전영표 대전첨단산업진흥재단 SW사업단장은 “지역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를 위해 대형 시스템통합(SI)업체에 대응할 수 있는 구심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대덕특구 및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지역 유관 기관들과 협력해 대덕벤처기업이 갖고 있는 응용 SW 기술력을 결집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 단장은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IT전용 빌딩에 특정 주제를 지닌 시나리오 전시관 성격의 테스트베드를 설치할 계획이다.
테스트베드가 구축되면 대덕특구에서 개발된 미래 유망 기술을 기반으로 지역 벤처기업들이 마음껏 실험하고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개발된 SW는 또 다른 제품들과 하나로 모아 솔루션화하고, 이에 대한 공동 마케팅도 추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궁극적으로는 개별 기업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대형 SI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일종의 버추얼 SI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사실상 규모가 작고 기업 환경이 매우 열악합니다. 개별적으로 경쟁력을 키우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1+1은 2가 아닌 3 이상 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전 단장은 “일부 지역균형발전사업이나 특화발전사업이 단순히 끼워 맞추기식 사업이 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며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성장기업들에 수도권 이전이 당연시되는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역 SW 기업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해 자립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틀만 마련한다면 굳이 수도권으로 이전하지 않고도 지역에서 벤처 생태계를 충분히 구축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대덕에 이러한 모델을 성공적으로 조성, 전국 지자체에 벤치마팅 사례로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전 단장은 “SW산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반드시 꼭 해야만 하는 사업”이라며 “비록 당장은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미래를 보고 집중 육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역리더기업-이머시스
이머시스(대표 김풍민 http://www.emersys.co.kr)는 대전의 대표적인 SW 기업이다.
이 회사는 창업 후 6년여 만에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음향 시장에서 주목받는 3D 입체음향 전문 업체로 성장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인 김풍민 사장을 주축으로 한 우수한 기술진과 폭넓은 마케팅 활동이 돋보인다.
창업 후 2년여 만에 세계 유명 기업인 돌비와 이엠아이 등이 이머시스의 뛰어난 입체음향 기술력에 매료돼 기술제휴를 체결하고 돌아갔을 정도다.
이 회사의 창업 초기 제품은 입체음향 저작도구인 ‘Maven 3D 시리즈’와 솔루션 ‘EMX’를 들 수 있다.
‘Maven 3D 시리즈’는 기존 2채널뿐만 아니라 AC3, AAC의 5.1 채널 기반의 입체 음향 사운드를 처리할 수 있는 진보된 입체음향 저작도구로, 게임 DVD·DTV 등 다채널 입체음향의 효율적인 변환 및 편집 지원이 가능하다.
입체음향 재생 솔루션인 EMX는 휴대폰, MP3P, PDA 등 재생기기에서 오디오 콘텐츠 재생 시 풍부한 좌우 확산감과 입체적 공간감을 준다.
이머시스는 이러한 뛰어난 제품성을 바탕으로 2002년에는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으며, 국내와 일본에서 각각 ‘IR52 장영실상’ ‘미우라 아오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휴대폰, MP3P, PMP등 휴대형 단말기에 적용 가능한 실시간 입체음향 재생 솔루션 ‘쎈’(XEN)을 개발, 국내 3대 메이저 휴대폰 제조사 및 MP3P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일본 SW 유통업체인 소스넥스트에 쎈 솔루션을 공급했고, 최근에는 국내 유명 칩 제조사들과 HDTV에 들어갈 오디오 칩을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에 앞서 올 초에는 일본 도코모 및 KDDI에 오디오 부문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머시스는 현재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가 재생되는 DTV, 디지털영화관, 홈시어터 등 기기에 적합한 입체음향기술을 추가로 개발 중이다.
이와 함께 차별된 콘텐츠 기술을 바탕으로 벨소리, 뮤직비디오,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방송물 등 오디오 콘텐츠 제작에도 주력하고 있다.
김풍민 사장은 “21세기 디지털 콘텐츠 시대를 이끌어갈 선두 주자가 되겠다”며 “세계적인 모바일 메인 칩 회사 제품에 음향솔루션을 기본으로 임베디드 하는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