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니카 2006]전자부품, 중국발 경제 폭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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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부품 시장에서 중국의 약진이 눈부시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부품 전시회인 일렉트로니카 2006(Electronica 2006 뮌헨 전자부품박람회)에 참여한 업체는 모두 3,000여 개. 독일 자국 기업이 40%이며 해외 기업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기업 가운데 3분의 1, 적어도 600개 이상은 대만과 홍콩, 중국 등 중화권 국가 기업이다. 우리나라는 한국 공동관에 31개, 단독 부스 참여 20개를 합해 모두 51개.

우리나라의 경우 분야도 16가지 가량이고 참가 업체 수가 적어 공동관 위주로 운영하고 있으나 중화권은 대만과 홍콩, 중국 등이 따로 상설 전시장을 운영할 뿐 아니라 전시장 곳곳의 전문 세션에 자국 부스를 내세웠다.

동양전자 윤성웅 이사는 중국이 탐내는 기술을 갖고 있어봐야 ‘비행기 타고 나가야 대접받는 상황’을 겪는 게 국내 중소기업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 공동관으로 참여한 동양전자 윤성웅 이사의 고민도 커졌다. 동양전자는 전자부품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몇 안 되는 기업 가운데 하나지만 지금은 사면초가라고. 그는 국내 중소기업이 겪는 외부적인 4중고로 외환 환율차가 20% 떨어지고 반대로 원자재 가격은 올랐다는 점. 또한 인건비는 매년 올랐고 내년에는 최저 임금이 12.7%로 감당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을 들었으며 마지막으로 중국 기업이 특허나 기술 등을 무시한 채 무작정 복제에 나서 경쟁이 치열해져 판매대금은 갈수록 떨어지는 점을 들었다.

윤 이사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중소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금 지원인데, 우리나라는 기술이나 이에 따른 부가가치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외형적인 규모나 인지도에만 너무 매달린다는 것. 기술이 있어도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반면 싱가포르와 대만 등 아시아권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는 매출만 고려한 외형적인 규모보다는 기술 중심 투자를 선행해 성공을 거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국이 탐내는 기술을 갖고 있어봐야 `비행기 타고 나가야 대접받는 상황`을 겪는 게 국내 중소기업의 현실이라고.

다른 한편으로는 특허를 갖고 있어도 기술까지 모조리 복제하고 심지어 브랜드까지 붙여 파는 중국 기업 등쌀에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이 견디기 힘들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이를 두고 "이북에서 원자탄 만들었다고 떠들지만 이런 상태로 가면 10년 뒤에는 중국에게 경제 폭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한다. 동양전자만 해도 상호까지 도용하는 중국 기업에 무방비 상태이고 어이없게도 복제판에서 제품 불량이 난 것을 동양전자에 클레임을 거는 상황을 겪기도 했단다.

이런 상태이다 보니 중국으로 대부분 공장을 옮겨야 하는데, 현지로 공장을 옮겨도 기업이 챙기는 건 불과 5년이고 나머지는 그 국가에 주는 꼴이라는 얘기다. 제조업이 있어야 일자리를 계속 만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외국기업 유치를 실적처럼 강조할 뿐 정작 국내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은 부족해 쫓겨나게 만든다고 한다.

동양전자 역시 세계적으로 기술을 인정받아도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다. 윤 이사는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R&D로 방향을 선회하고 해외에서 투자하겠다고 하면 지분이나 혹은 제조 공정, 공장 등을 넘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R&D는 중국 기업보다 한 템포 빠른 기술 개발을 위해 필수인 데다 이 분야의 정부 지원은 나쁘지 않은 편이기 때문.

그는 환율이 900선 이하로 떨어지면 제조업을 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거의 무너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어떤 기술이나 아이템이든 일정 기간이나 수준을 넘어서면 남에게 넘겨주기 마련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주기를 스스로 너무 짧게 만드는 정책을 펴지 않느냐는 안타까움을 밝혔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석원 기자, lswca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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