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이제 우리 사옥 마련해볼까"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6년 코스닥상장사 사옥(부지) 취득 현황

 서울 삼성동 소재 사무용 빌딩을 빌려쓰고 있는 웹호스팅업체 유비다임은 지난 1일 인근 논현동에 위치한 빌딩을 103억원에 매입키로 했다. 매입가가 자산 총액의 절반에 달했지만 향후 임대료 수입과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감안하면 남는 ‘장사’라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15일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한 부동산대책을 새로이 내놓은 가운데 IT업계에도 최근 ‘내 집’ 마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석 다조=유비다임은 지난해부터 사옥 매입을 추진했다. 이 회사 유완근 경영지원팀장은 “사업을 확대하면서 불어난 인력을 위해 공간 확장이 필요했고 월 4000만∼50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도 부담스러웠다”고 매입 배경을 밝혔다. 적절한 매물을 알아보던 중 최근 급매물로 나온 빌딩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했다. 회사측은 이미 30여억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유비다임은 매입금 103억원 중 40억원은 보유현금으로, 나머지는 담보대출로 조달할 계획이다. 이자 부담이 우려되지만 6층짜리 건물을 8층으로 증축해 4개층을 임대한다면 임대료와 보증금 수입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족한 사무실=서울 지역은 지난 1년 사이 신규 빌딩 공급이 줄어들어 좋은 위치의 사무실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현재 서울 주요지역의 공실률은 3% 전후에 불과하며 여의도는 2% 초반까지 떨어졌다. 사무실 이전에 따른 자연 공실을 감안하면 주요 빌딩은 사실상 빈자리가 없는 셈.

가파르지는 않지만 매매가도 올랐다. R2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에 따르면 서울시 사무용빌딩 매매가격은 지난해 평당 800∼900만원대에서 최근에는 평당 1000만원대로 올라섰다. 지난 3분기에는 소형 매물이 많아 평당 800만원대로 집계됐지만 주요 빌딩은 평당 1000만원선으로 거래된다. 신영애셋의 홍순만 투자자문사업부장은 “자금여건을 갖춘 기업이라면 고정비용을 줄이고 안정적인 사업을 위해 사옥을 매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무리한 시도는 금물=‘우리 사옥’ 마련도 좋지만 무리한 부동산 매입은 회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R2코리아의 유덕현 과장은 “사옥 매입은 회사의 자금회전률이 낮아지는 역효과도 있다”며 “재무사정을 고려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눈높이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IT기업의 경우 상징성 때문에 강남권에만 매달려서는 곤란하다. 이상영 부동산114 사장은 “고객영업상 큰 문제가 없다면 구로·가산 등지의 아파트형 공장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아파트형 공장은 가격이 저렴하며 세제상 혜택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내년에는 신규 빌딩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따라 매입시기를 조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