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삼성전자 펠로 3인방

 ‘삼성을 세계 최고의 기술기업으로 끌어올린 주인공, 이공계 과학도나 엔지니어들이 되고 싶어하는 꿈…’

언제부턴가 ‘삼성 펠로’에게는 자랑스런 수식들이 따라 붙는다. 올해의 삼성 펠로로 선정된 삼성전자 이원성 전무(47)와 박인식 상무(48), 삼성종합기술원 김창용 상무(46)는 삼성그룹 밖에서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전문가로 꼽힌다. 그들을 만나 올해 펠로로 뽑힌 소감을 들어봤다.

이 전무는 “반도체 양산 과정은 마치 지뢰밭과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반도체 DRAM과 플래시 메모리 공정혁신 기술개발을 선도하면서 삼성전자를 세계 1위의 반열에 올린 그가 뭐 아쉬울게 있을까 싶었지만, 펠로로 선정되기까지 숨은 노력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할때 연구소에서는 한두 명의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제품이 작동만 하면 되지만 양산은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생산라인에 50개의 공정과 사람이 있다고 치면 모두가 완벽하게 들어맞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곳곳에서 문제가 터져나오기 일쑤여서 안정화 단계에 들어가기까지는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4년전 플래시 메모리 개발팀장 시절 같은 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던 부장급 부하직원 하나가 고교 후배라는 사실을 한참후 회식자리에서야 알게 됐다.

 이 전무가 반도체 양산체제 성공을 위해 늘 긴장속에 지내왔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는 “삼성 펠로가 되려면 연구소에서 열심히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야를 넓혀 항상 시장과 사업비전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메모리 기술이 계속 진화하는 가운데 결국 사업의 성패는 기존 설비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상무는 삼성전자내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장 많이 보유한 이들 가운데 하나다. 지난 1993년 세계 최초로 그린 레이저를 적용한 비디오 디스크 리코더 기술을 개발했고, 1996년에는 DVD 플레이어를 국내 처음, 지난 2004년에는 차세대 DVD인 블루레이디스크(BD) 리코더를 국내 처음, 올해에는 BD 플레이어를 세계 처음 각각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는 “지난 1992년부터 5년간 선진기업들과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던 것이 현재 최고 수준의 광 스토리지 기술력을 보유하게 된 배경이었다”면서 “당시 세계적인 기술표준의 흐름을 제대로 판단하고 적극 대응하면서 발전을 위한 일대 전기가 마련됐다”고 회상했다. 박 상무는 복잡하고 난해한 기술분야에서 최고로 평가받았지만 자신의 포부는 제품을 사용하는 최종 소비자들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기술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란다. 그는 “지금 광학이론의 한계를 넘는 초해상 근접장 기술과 멀티 레이어, 혹은 홀로그램 기술이 상용화되면 오는 2010년께 1테라바이트급의 저장장치가 등장할 것”이라고 미래 기술방향을 진단했다.

김 상무는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컬러 이미지 프로세싱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는다. 세계 최초로 광색역을 실현한 RGBW LCD, 5색 DLP TV, 6색 LCD 등 새로운 개념의 디스플레이 기술도 모두 그의 작품들이다. 비결을 묻자 그는 “인내를 갖고 연구와 실험에 남들보다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강한 체력이 우선이다”고 싱겁게 말한다.

 삼성 펠로에 오르기까지는 남다른 노력과 애환도 있었다. 지난 1987년 입사할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내에서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중요성이 알려지지 않아 3∼4명의 연구조직만으로 외롭게 고생한 적도 있었고, 지난 1992년에는 러시아 과학자를 만나기 위해 그가 쓴 논문과 소속연구소 주소만 갖고 비행기에 오르기도 했다. 박 상무는 “삼성 펠로는 맡은 분야에 최선을 다하면 누구나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상징”이라며 “후배 연구원들의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늘 연구원 시절의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