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에 보면 ‘욕심 많은 개’가 나온다. 고깃덩어리를 물고 다리를 지나가던 개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고깃덩어리가 탐나 짖다가 물고 있던 것까지 놓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결국 더 큰 이익을 잃게 되는 어리석은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최근 스토리지 업계에서도 근시안적인 영업 행태가 만연해 시장 질서가 저해될까 우려스럽다.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이렇다 할 큰 수요처가 없는 스토리지 업계에서 일부 업체가 공인전자문서보관서 시장 등에서 구축사례 확보를 위해 턱없이 낮은 가격, 심지어는 무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대형 프로젝트 부재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사양의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업체를 마다할 고객은 없다.
그러나 무상 혹은 저가에 길들여진 고객을 다시 시장 가격, 즉 정가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은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가격 질서가 흐트러진 시장에서는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한다는 상식이 무너지고 중소 규모 국내 업체는 시장에 발조차 내딛지 못하게 된다.
출혈 경쟁이 궁극적으로 고객에게도 득일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제품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다보면 품질과 서비스까지 수준 이하로 낮춰야 하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고객은 기존 IT 투자를 보호하면서 다양하게 사용 가능한 제품을 도입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IT 업계의 출혈 경쟁은 비단 스토리지 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혹자는 경기 침체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비합리적인 경제 행위를 꼽기도 한다. 안정적인 시장 경제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이유에서다.
상도(商道)를 무시한 무분별한 경쟁은 해당 업체에도 손해를 끼치고 제품과 서비스 질 저하를 가져오며 IT 경기 침체를 부추긴다.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에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기업 본연의 자세이자 진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각 업체도 건전한 경쟁으로 상생의 덕을 실현해 나가야 할 때다.
김성업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마케팅본부 팀장·sungupkim@hyo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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