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KT가 실적을 발표했다. 3조원에 가까운 매출과 4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고는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 분기에 비해 감소했다. KT의 고민은 무엇보다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초고속인터넷의 경쟁 격화와 유선 트래픽의 감소 속에 와이브로와 IPTV 등 새 성장 엔진을 가동하려면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IPTV는 몇 년 전부터 육성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규제 문제로 인해 시간만 허비했다. 내년에도 될지 안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같은 날 SK텔레콤은 캐나다의 와이맥스 칩 회사인 ‘웨이브셋’에 40억원 가까이 투자한 사실이 알려졌다. 차세대 통신 기술을 확보한다는 이유다. 이것 외에도 미국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시장에 진출한 것과도 맞물렸을 것으로 관측된다. SK텔레콤이 최근 글로벌 사업을 벌이는 것은 더 많은 기회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국내 시장의 미래가 그다지 밝지 않아서다.
국내 시장이 좁아서일까. 통신사업자들은 꼭 그렇지 않다고 한다. 사업자들은 융합 서비스에서 신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 그런데 이러한 융합 서비스를 펼칠 수 없는 게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에 내로라 할 만한 유무선 인프라를 갖고도 규제에 발목이 잡혀 융합 서비스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유럽 등지에서 IPTV가 속속 도입되는 것을 국내 사업자들은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지난 6일 저녁 노준형 정통부 장관은 남중수 KT 사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등 통신사업자 최고경영자(CEO) 대표 6인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노 장관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 유무선 통합 등에 대응해 시장이 새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통신규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통신규제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노 장관의 약속은 통신사업자가 투자를 많이 해야 국내 산업도 활성화하고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선순환을 전제로 한 것이다. CEO들도 투자의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내고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규제 로드맵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말고 과감하고 신속한 규제 완화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CEO들의 바람이다. 바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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