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유망업종인 폐쇄회로카메라(CCTV)·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등 보안기기 업계가 대만과 중국의 협공에 설 자리를 위협당하고 있다. 아이디스·씨엔비텍·코디콤·윈포넷 등 우리 기업들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수년전 디지털 보안기기 시장을 창출하는 성공사례를 남긴 뒤 이 분야 국제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기업 간 협업, 투자와 가격경쟁력 부문에서 대만·중국에 밀려 차츰 자리를 내주면서 국내 중소 제조업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도권 넘어간 전시회= 매년 열리는 ISC(미국)·IFSEC(영국)·시큐리티 에센(독일) 등 국제전문전시회는 보안기기 산업의 풍향계다. 10월 중순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보안전시회 ‘시큐리티 에센’에 참가한 업계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대만과 중국’을 키워드로 꼽았다.
지난 5월 영국에서 열린 IFSEC전시회에 대만·중국 업체는 각각 53곳, 28곳이 참가했으며 10월 에센에는 81곳, 42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국내 업체는 24곳(IFSEC)·26곳(에센)으로 제자리걸음이다.
대표기업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에서는 아이디스를 제외한 제조업체가 500억원대 매출 달성에 몇년째 실패하고 있는 반면에 대만은 에버포커스·AV테크·요코 등이 몇년째 지속적인 성장으로 600억원을 넘어서며 아이디스를 추격하고 있다. 중국의 HIK도 주목대상이다.
권오언 윈포넷 사장은 “몇년 사이 업체 수가 역전됐고 제품 트렌드 주도권도 옮겨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설창훈 컴아트시스템 사장은 “저가시장의 가격경쟁력은 물론이고 차츰 펠코·GE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OEM·ODM 공급을 확대하면서 우리 성장모델을 따라오고 있다”며 “국내 신규 업체의 등장이나 기존업체의 중견기업 성장에 여파를 미친다”고 전했다.
◇대만의 힘은 네트워크에서= 대만 중소기업의 기업 간 협업 능력을 강점으로 진단했다. 회사별로 독자적인 성장을 해온 국내기업과 달리 대만기업은 제조의 수직계열화가 잘 돼 있는데다가 칩 솔루션이나 보드는 한국에, 단순 조립작업은 중국에 외주를 주는 협업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중국과의 협업이 우리와 경쟁력 차이를 벌리고 있다. 이렇게 얻은 규모의 경제를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해 H.264와 같은 새 트렌드에서는 오히려 앞서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반면에 국내 기업은 중국에 투자하기에는 규모가 작아 위험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병봉 파인트론 사장은 “계열화된 대만 기업이 한국 칩업체에 대량 저가 주문으로 부품을 확보하고 조립은 중국에 맡기는 협업체계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화상의 자본과 영업라인을 이용하는 시장창출 전략차원에서 우리보다 앞서간다”고 했다.
김영달 아이디스 사장은 “글로벌 보안회사가 대만·중국 제품을 저가모델 라인업에 끼워 넣기는 해도 메인 시장의 영향은 아직 크지는 않다. 하지만 대만·중국 업체의 글로벌 시장 진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사양 제품으로 차별화가 살길= 고선명(HD) 영상이나 인터넷프로토콜(IP) 카메라 등 고급기능과 높은 안정성을 내세운 차별화 전략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는 내년에 내놓을 새로운 컨셉트가 최대 고민이다. 이 와중에 보안기기 분야가 중소기업 주요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킹·IP솔루션·지능형솔루션 등 첨단기술 분야에 정부 R&D 지원이 거의 없다는 업체의 불만도 고개를 들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우리는 국내 업체끼리도 정보와 협력시스템이 단절돼 있어 경쟁력에서 밀리는 것 같다”며 “정부 정책이 수익이 나는 분야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외면하고 오히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분야로 업체를 끌어들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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