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이 의대나 한의대로 전과하는 것이 가장 가슴 아팠습니다. 만약 우주인이 된다면 이공계, 특히 엔지니어의 사기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우주인 2차 선발에서 1200대 1의 경쟁을 뚫고 30명의 후보명단에 포함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나노디지털구동연구단의 이소연 연구원(바이오시스템학과,박사과정 5년차)은 우주인 선발 2차 관문을 통과한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엔지니어가 중요하다는 말은 하면서 공학분야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을 아까워하는 사회적인 풍토를 바꿔보고 싶다”며 “장비 구입비 1∼2억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교수님들을 볼 때가 가장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광주 과학고 출신으로 KAIST 기계공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은 이 연구원은 “어릴 적 SF영화를 보며 우주인의 꿈을 키워왔다”며 “이번 우주인 응모를 계기로 그동안 잊었던 꿈을 되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운동은 뭐든 좋아 합니다. 일주일에 3∼4회 정도 4∼5㎞씩 달리며,수영과 탁구도 꾸준히 합니다.”
이 연구원은 키 164㎝, 몸무게 58㎏으로 한국 여성 표준형이다. 태권도가 공인 3단이고 놀이공원의 바이킹과 롤러코스터를 유별나게 좋아한다.
이번 시험에서는 팔굽혀 펴기 36개로 여성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심사위원이 그만하라고 하더군요. 30초 정도 시간이 남아 남들 하는 것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는 석사학위를 3학기 만에 받은 재원이기도 하다.
DNA 분리 칩과 관련한 연구에 관심이 많고 국제적인 학술지인 ‘센서와 액추에어터’지에 석사학위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올해 초 에는 국제전자전기공학회(IEEE) 주최로 터키에서 열린 초미세기계가공기술(MEMS) 국제 학술회의에서 논문도 발표했다. 지난 2003년에는 미국 UC버클리에서 교환학생으로 가 6개월간 생활했다.
이 연구원은 평소 운동과 공부를 열심히 해와 이번 우주인 선발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지만 지금까지의 생활 자체가 우주인에 딱 맞아 떨어지는 삶이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성격이 다들 남자같다고 합니다. 광주에서의 중학교 시절을 빼고 대부분 남성들이 많은 틈바구니에서 생활해 그런 것 같습니다. 대학 때도 전체 100여 명 가운데 여학생은 3∼4명밖에 안 됐으니까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우주인 선발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