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글로벌 향해 비상하자(끝)
‘전세계 게임시장의 르네상스를 여는 한국.’
최근 대통령 직속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가 내보내고 있는 TV광고에는 ‘온라인게임 세계1위’라는 내용이 핵심 카피중 하나로 들어가 있다. 산업이라 칭하기 조차 꺼려했던 게임이 메모리반도체, 조선, 철강과 함께 대한민국 경제의 대외 경쟁력을 알리는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이 21세기 지식산업의 꽃으로, 디지털 콘텐츠산업의 핵으로 급부상하면서 국가 차세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인정받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과 6∼7년만에 황무지에 거목이 자라나듯 폭발적인 고밀도 성장을 거듭한 까닭이다.
‘세계1등’은 달성되는 순간 기록으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미래 가치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것을 유지하고 지켜내는 것이 기록 달성 그 자체보다 훨씬 중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했고, 현재도 가장 넓은 해외 영토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 온라인게임은 좁은 국내보다 해외시장에서 성공해야 만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있다. ‘세계1등’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1등을 유지하는 것은 어찌보면 ‘제자리’이고, ‘압도적 1등’을 유지해야 그나마 ‘전진’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한국 주요 업체들이 국내 성공의 열매도 거두기 훨씬 전부터 발 빠르게 해외시장에 파고든 것은 이런 점에서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지난 2001년 북미 온라인게임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엔씨소프트는 5년여가 지난 지금, 세계의 게임기업들과 어깨를 겨루는 글로벌 업체로 성장했다.
이재성 이사는 “북미·유럽 등 글로벌 게임산업의 메인스트림에서 세계적 업체와 직접 경쟁하며 시장을 만들어 온 것이 최근부터 급속도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2007년말이면 해외와 국내 매출 비중이 같아지고, 오히려 성장속도에선 국내 보다 몇갑절 높은 해외시장에서 더 빠른 성장을 누리게 될 전망이다.
넥슨의 해외 성장세도 눈부시다.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로 미국시장에 진출한 것이 99년이니 해외시장 첫 테이프를 끊은 업체다운 성과다.
바람의 나라 이후 ‘메이플스토리’, ‘비엔비’, ‘카트라이더’ 등을 잇따라 일본, 중국 등에서 성공시키며 해외 기업공개(IPO)를 통한 천문학적인 자금유입까지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넥슨USA를 비롯해 넥슨유럽, 넥슨차이나 등의 현지법인 설립에 박차를 가하며 한껏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밤낮없이 해외를 오가며 넥슨 글로벌사업을 챙기과 있는 최승우 해외사업 본부장 “아직도 한국 온라인게임이 도전하고 뚫어야할 시장이 지천으로 널려있다”며 “지금까지의 성과는 1막이 열리기도 전의 오프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형 업체들이 만들고 있는 진격 루트과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중후발 게임업체들까지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 ‘한국발 게임 르네상스’가 세계시장을 뒤덮고 있다.
해외시장을 뚫기 위한 파상공세는 국내에서의 제도·산업 환경·사회 인식 변화를 통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사행성과 폭력·선정성으로 얼룩지고, 획일화된 인식을 갖고서는 게임을 ‘국가대표 상품’으로 포장할 수도, 팔수도 없는 일이다. 게임산업의 미래를 밝히는 힘은 어디까지나 뿌리를 둔 국내에서 나온다.
김영만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게임산업진흥법이 발효됐고,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업무를 시작하게 됐지만 여전히 게임을 보는 사회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며 “세계시장을 호령할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이 먼저 칭찬하고 응원해주는 국가적 이미지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제도적으로는 게임산업진흥법의 틀 안에서 한국 게임산업의 대외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 아이디어와 기획된 지원책이 다양하게 운용되어야할 것이며, 국회 논의 중인 개정안의 처리를 되도록 빠르게 진행해 업계의 불확실성을 덜어주어야할 것이다.
이와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한 여당 국회의원 보좌관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 논의가 실질적으로 산업 제약 조건을 되도록 줄이고, 대외 경쟁력을 높이는 지원책 발굴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그렇치 못한 면이 많다”면서 “생산적인 개정 작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스포츠에 있어 ‘공수의 조화’는 승리를 위한 제1 원칙이다. 한국 게임산업이 해외시장에서 벌이는 공격과 국내의 제도·환경·인식 변화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게임산업 경쟁력 강화 5대 과제
한국 게임산업이 내외에서 몰아치는 위기의 파도를 뚫고, 산업적 업그레이드를 이뤄내려면 우리 실정에 맞는 정확한 과제와 실천이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들과 게임산업개발원 연구원, 관련 학과 교수 등이 꼽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그레이드 5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세계적 스타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아직도 변방의 산업으로 인식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지구촌 어디서나 통하는 걸출한 세계적 기업을 갖지 못한 것 때문이다. 해외 자금이 한국 게임에 투자되고, 한국의 게임산업에 세계가 주목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글로벌 게임시장의 삼성전자’가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
둘째, 킬러타이틀을 만들어 10년씩, 20년씩 세계시장에 풍미해야한다.
최근 국내 시장이 몇몇 소수 게임의 대히트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침체기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시장 헤게모니를 쥐고 산업을 이끄는 게임이 나오지 않았던 이유도 크다. 어떤 한 장르가 주목받고 인기를 끌면, 수십종씩 같은 게임이 나오는 ‘장르 편식주의’, ‘소재의 국한성’ 등을 벗어버리지 않으면 세계시장이라는 큰 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나가봐야 큰 빛을 못볼 것이 분명하다.
세째, 기술력 우위를 지키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
현재 한국의 온라인게임 관련 기술은 서버·네트워킹 부문에서만 약간의 우위에 서 있을뿐, 실감형 3D 그래픽이나 고품질 렌더링, 시뮬레이션 등에서는 오히려 북미·유럽 기술에 비해 취약한 면모를 갖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기관 업무 조율을 통해 ‘(가칭)온라인게임 원천기술 센터’ 같은 것을 설립해 기술 교육과 국산 자체기술 확보 등의 민·관 합동 노력을 시급히 전개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넷째, 산업시스템의 글로벌화다.
현재는 퍼블리셔가 순수한 비즈니스적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까지 도맡는 ‘한국형’ 산업 모델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시장을 꿰뚫고, 유통 구조를 알면서 외국기업 네트워크까지 가진 진정한 ‘퍼블리셔’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개발사와 퍼블리셔간의 불화가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는 것도, 이같은 낙후된 시스템 문제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다섯째, 세계수준의 인력을 키우는 일이다.
기획·프로그래밍·그래픽·운영·마케팅·홍보 등 제반 분야에서 실력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은 산업을 키우는 가장 원천적인 힘이 된다. 국내 업체도 이제 세계적 개발자들과 협력하는 사례가 많아 졌고, 앞으로도 많이 생겨날 것이다. 이런 협력이 단순한 기업 이미지 제고, 타이틀 홍보, 작품성 공유 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들의 개발 노하우와 기술 경험을 우리 산업에 녹아들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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