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 업계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일본과 맞대결을 펼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과감한 투자와 해외 시장 개척이다. 2차전지 업계는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할 때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으며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내놓았다. 일부 제품은 오히려 일본을 앞지르기도 했다. 꾸준히 힘을 쏟은 해외 시장 공략은 최근 빛을 보고 있다. 계열사 수요 이외에 해외 유력 업체를 고객으로 잡으면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아낌없는 투자가 고품질 낳았다=LG화학은 작년 4월과 5월 충북 오창의 2차전지 생산라인을 멈췄다. 애플에서 제기한 2차전지 리콜의 원인을 찾고 품질을 높이기 위한 처방이었다. LG화학은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고 두달 동안 하나부터 열까지 점검했다. LG화학은 수익성 악화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2차전지 투자는 아끼지 않았다. LG화학은 예상 투자 중 실제 집행한 금액이 절반 이하이지만 2차전지가 포함된 정보전자소재 부문의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 역시 2차전지 부문에 아낌없는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삼성SDI는 천안공장의 생산량이 올해 초 월 2200만셀 수준이었는데 최근 이를 3400만셀까지 끌어올렸다. 9개월 만에 생산량을 55%나 높인 셈이다. 이는 단일 공장으론 세계 최대다. 삼성SDI의 이진건 상무는 “리튬이온 전지의 월 생산량 3400만셀 달성은 시장에 대한 올바른 수요예측과 적기 투자에 따른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양사 모두 세계 최고의 품질로 나타났다. 현재 2차전지 시장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은 2600㎃h 용량 제품이다. 이 제품은 일본 업체가 장악하고 있었는데 최근 삼성SDI와 LG화학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삼성SDI는 지난 1분기 10%대 중반이던 2600㎃h 용량 제품 생산 비중이 2분기부터는 30%를 웃돌게 됐다. LG화학 역시 2분기 2600㎃h 용량 제품 생산 비중이 10%를 돌파하고 현재는 3배 이상 늘어났다. 이처럼 2차전지 업계는 중단없는 투자를 통해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 업체의 추격을 뿌리치고 일본과 한판승부를 벌일 기틀을 닦았다.
◇수출로 일본 따라잡는다=계열사 위주의 영업에서 탈피, 수출에서 거둔 성과도 2차전지 업계의 체질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삼성SDI는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2차전지 매출 전체가 탄력을 받고 있으며, LG화학은 소니에릭슨에 제품 공급을 시작하면서 2차전지 사업의 숨통을 열어가고 있다.
삼성SDI는 해외 고객 중 노키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휴대폰용 2차전지 시장의 가장 큰 고객인 노키아는 일본 산요가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일본 업체의 아성이었다. 삼성SDI 측은 노키아 물량은 올해 들어서도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 이후에는 노키아 수요의 30% 내외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은 매출의 약 60%를 LG전자에서 올렸는데 최근 소니에릭슨과 지멘스, 모토롤라 등 해외 휴대폰 업체에 공급하는 2차전지 물량이 크게 증가, LG전자 공급 물량을 능가할 전망이다. LG화학은 특히 작년 3억달러에 육박하는 대규모 수출 계약을 맺은 소니에릭슨에 리튬폴리머 전지 공급이 시작되면서 해외 매출 증가에 가속도가 붙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리튬 폴리머 배터리가 공급되는 점도 수익성 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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