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것은 죽기보다 싫습니다.”
하재홍 사장(41)과 아이레보는 독특하다. 넥타이 대신 생활한복을 즐겨 입는 사장과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 누구나 낙서를 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어 이젠 달라 보이지도 않지만, 지난달 28일 인터뷰를 위해 금천구 본사를 찾았을 때 또 한 번 놀랐다. 사장실 옆 복도 한 편에 가득한 100여권의 만화책. 평소 독서를 강조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기업에서 만화책은 의외였다.
“읽는 것은 습관입니다. 어려서 우리는 ‘낙서하지 마라’ ‘만화 보지 마라’는 말을 듣고 커 왔습니다. 당연히 회사에서 낙서는 물론이고 만화책을 빌려 본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지요. 하지만 벤처기업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독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만화라도 좋으니 책을 지속적으로 읽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면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창의성’을 강조하는 하 사장은 아예 ‘우리는 달라야 한다. 그것도 철저하게 달라야 한다’며 창의중심을 기업철학으로 못박았다. ‘평범의 거부와 다름의 추구’라는 원칙이 없었다면 수천년을 이어왔던 열쇠의 패러다임을 디지털로 바꿀 수 없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한국이 세계 일류를 선도하는 아이템은 반도체와 철강·조선 등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은데 디지털 도어로크가 그중 하나입니다. 국내에서는 그 가능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아쉬움이 있지만 디지털 도어로크는 기술의 진보뿐만 아니라 매출액·시장운영·인프라스트럭처 등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 가는 분야로 실질적인 종주국입니다.”
화제가 자연스럽게 최근의 인수 얘기로 옮겨졌다(아이레보는 최근 업계 2위 업체인 싸이트론의 지분 60%를 인수했다).
“국내 시장에서 우리끼리 싸워서 좋을 게 없습니다. 업계 자원을 공유해 전문화하고 규모를 키워 세계에 나가야지요. 제조사가 부품 공동구매 등 생산을 비롯해 유통·서비스 자원을 공유하면 더욱 경제적이면서 시너지를 올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싸이트론도 이 같은 뜻에 동의를 했습니다.”
하 사장은 지금 ‘내공’을 쌓는 중이라고 했다. 중국·미국·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진정한 업계 1위가 되기 위해 철저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는 수출이 10% 수준이지만 해외에서도 디지털 도어로크 수요가 폭발할 때가 올 것입니다. 지금은 잠재기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 때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도어로크 시장에 진출할 것입니다.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사진=박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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