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전산특기병 `그것이 알고싶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SK텔레콤 T1)의 군입대 시기가 오는 10월9일로 확정, 발표되면서 e스포츠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저그대마왕’ 강도경에 이어 임요환마저 공군 중앙전산소에 소속 전산특기병으로 입대하게돼 이곳이 프로게이머들의 입대 ‘등용문’으로 부상하며 관심의 주 대상으로 떠올랐다. 입대후에도 워게임 테스터로서 프로게이머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스포츠 흥행을 이끌어온 임요환이 군복무를 마칠 공군 전산 특기병은 무엇이며, 어떻게하면 입대할 수 있는 지 알아봤다.

 

프로게이머의 공군 전산특기병 활용은 지난 3월 공군이 한국 e스포츠협회와 프로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전산특기병 모집 및 활용’에 관해 협력키로 하면서 구체화됐다. 프로게이머들을 공군에 입대시켜 e스포츠를 활용한 공군의 이미지 개선 및 신 세대 장병들의 사기 진작, 군사용 프로그램 개발 지원 등 다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프로게이머들이 이곳에 입대할 수 있으며, 무슨 임무를 맡는 것일까.프로게이머로서 공군 전산특기병으로 입대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군 일반병으로서 일정한 자격 조건을 갖춰야 한다. 공군은 병 지원에 대한 자격 조건을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만 25세 이하의 자로서 중학교 졸업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 소지자여야 하며 징병 신체검사등 검사 규칙의 신체 등급 3급 이상인 자로 규정짓고 있다.

임요환이 조기에 입대를 결정한 것도 생일(9월4일)을 넘길 경우 만 26세가돼 자격에 미달되기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몽상가’ 강민의 경우 시력문제로 신체등급 4급 판정을 받았으나, 라식수술을 통해 시력을 회복하면 입대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에 정식 등록된 프로게이머라는 것도 전산 특기병으로 입대하기 위한 충분조건이다. 이는 지난 3월 공군과 KeSPA가 ‘전산특기병 모집 및 활용’에 관한 협력서의 기본 내용이기도하다. 준프로게이머나 과거의 등록 게이머들은 대상이 아니란 얘기. 현재 KeSPA 공식 등록 프로게이머는 319명이다. 특히 당분가은 e스포츠의 핵심 종목인 스타크래프트 유저들이 주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방법의 경우도 일반병을 뽑을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 성적을 반영한다. 여기에 프로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특별전형인만큼 각종 e스포츠 대회의 성적 그리고 심층 면접 등을 종합하는데, 이중 면접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공군측의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전산특기병)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면접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귀뜸했다. 면접은 인성에서부터 시작해 일반상식, 국가관은 물론 워게임에 관한 것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진행된다. 특히 워게임의 경우 워게임과 스타크래프트의 차이점에서부터 워게임 일반의 심도있는 부분까지 측정하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한편 공군은 이달 중 전산특기병을 충원할 예정이다.

복무기간이 27개월인 전산특기병의 주 임무는 군사용 시뮬레이션인 워게임 프로그램 테스터이다. 워게임은 컴퓨터를 기반으로 가상 환경과 시나리오 속에서 전쟁에 대비해 연습하는 것이다. 연습시 가상적국인 홍국은 개전초 대규모기습작전을 감행하게 되며 이때 청국 게이머들의 대응 능력과 명령문 처리 속도에 따라 모의의 적절성이 결정되게 된다.

공군은 정보화시대 도래라는 사회적 배경과 첨단과학기술군 건설이라는 시대적 요구상황을 수용함과 동시에 디지털전장체계기반의 미래전 양상을 예측하고 훈련하기 위한 핵심적 수단으로써 ‘워게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뿐만아니라 전산특기병은 일반 장병들의 여가 선용을 위한 e스포츠 관련 동아리 활동에 적극 참가해 병사들의 사기진작에도 기여하게된다. 또 평일 일과 중에는 유사한 성격의 업무를 수행하게하고, 일과 후 시간과 체육 활동 시간, 휴일 자유시간 등을 활용 해 실전 연습을 하도록 배려해 공군대표로서 선별적으로 e스포츠 대회에 참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군은 이를통해 e스포츠의 활성화, 국가 이미지제고, 공군이 국민과 친숙해 질 수 있는 매개체 등 다용도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군측은 이와관련, “선수출신 특기병들은 우선 개인리그를 중심으로 대회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군인의 신분으로 참여하는 만큼 상위권에 랭크되도 상금은 받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공군측은 개인리그와 달리 팀리그인 프로리그에는 참여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아직 여론이 성숙되지 못한 점과 프로리그 엔트리(8명)를 채울 수 있는 선수 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프로리그의 경우 아직 내부적으로 참가 여부를 놓고 고심중인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 KeSPA는 프로리그가 7경기까지 진행되는 파이널(결승전)을 고려해 엔트리를 최소 8명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현재 전산특기병 소속 프로게이머는 임요환까지 포함해 단 4명이란 점에서 최소 4명은 추가해야하는 것. 공군의 한 관계자는 “소속 프로게이머를 10명 정도 유지하는 선이 될 것”이라면서도 “군이 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검증된 선수가 없다면 선수 선발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문호는 열렸으나 아무나 받지는 않겠다는 것이다.공군은 최근 강도경, 최인규, 조형근, 임요환 등 전산 특기병 소속의 프로게이머들의 활용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원래 목적은 ‘다용도’였지만, 특히 e스포츠 리그 참가와 관련해 군 안팍에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전산특기병이 향후 e스포츠계의 아킬레스건인 병역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상무팀’으로 확대 발전되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물론 공군 실무진에선 긍정적이다. 공군의 한 전문가도 “게임에 대한 높은 이해력과 빠른 손놀림을 가진 프로게이머가 워게임 테스트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신뢰성 있는 모델을 개발해 십분 활용할 수 있다”면서 “군입대로 선수 생명에 최대 위기에 빠진 프로게이머들이 유사한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계속적으로 기량을 유지해 e스포츠가 더욱 발전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사회 여론. 병역 자원이 계속 줄고 있어 병역 특례 적용이 제한적인데다 다른 유사 준 스포츠종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더욱이 바둑과 같은 멘탈성 스포츠임에도 게임 자체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막연한 선입관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것도 e스포츠 상무팀 창설의 변수다.

e스포츠 전문가들은 “‘상무팀’은 사회 분위기 성숙이 선행돼야 하는 것으로 공론화하기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한국 e스포츠 발전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현실적으로 프로게이머들의 공군 전산특기병 활용이 좋은 결과로 나타난다면, 상무팀 창설 등 e스포츠계의 병역특례 적용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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