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의 IT리더에게 듣는다]설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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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지난해와 비교한 경기 현황

 ◇ 요즘 경기가 어떻습니까 = 설문 조사 대상CEO 대부분은 지금의 산업 환경이 전년도와 비슷하거나 약간 나아지 것으로 보고 있었다. 한 마디로 경기 활력을 위한 ‘워밍 업’ 기간이라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경기가 보통(47%)이라는 반응과 나쁘다(43%)는 비율이 엇비슷하게 나왔다. 다음으로 좋다(6%)와 아주 나쁘다(3%) 순으로 나타났다. 경기 상황이 아주 좋다고 답한 CEO(1%)도 있어 관심을 끌었다.

 지난 해와 비교해 경기와 다소 주춤하다고 보는 이유는 국내 경제의 주력 엔진인 IT산업 경기가 정체되고 유가상승과 함께 환율 인상으로 전반적인 교역조건 등 외부 환경 요인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KDI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가 완만한 경기 둔화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총 취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종사하는 서비스업 경기가 크게 개선되지 못해 하반기 체감 경기는 지표 경기인 4.1% 이하인 3%대를 맴돌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2번> 우리나라 경기회복 시점

 ◇ 해가 언제쯤 다시 뜰까 = CEO들은 경기회복의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보는 경우(45%)가 가장 많았다. 경기회복을 1년 뒤로 평가하는 것은 경기 하강 국면에 설문조사를 할 때 가장 보편적인 반응이다. 경기 회복의 시점이 내년 상반기라는 대답(24%)이 다음으로 많았고 2008년 상반기와 하반기를 선택한 경우도 도합 28%나 됐다.

 반면 올해 하반기에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3%에 그쳤다. 경기 회복 전망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고유가 기조가 계속 유지되고 미국의 부동산 경기의 거품과 북핵위기 등 대외적인 불안요소가 경기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경제연구소와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올해의 4%대 후반에서 각각 4.3%와 4.1%로 낮아지고 경상수지도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반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4.3%의 낮은 성장률과 2.7% 물가상승률의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3번> 경기부진의 원인(복수응답)

 ◇ 경기가 안풀리는 주된 원인은 = 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소비심리 위축과 내수침체를 지목한 비율(46%)이 가장 많았다. 경기 불황의 주요 원인으로 소비 심리의 위축을 든 것은 우리사회의 침체된 분위기가 매출 부진에 직접적 영향이라는 인식을 보여 준다.

 이런 성향은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정부정책의 일관성 부재(27%)가 두번째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 응답자는 참여 정부의 규제 일변도의 기업정책과 반기업 정서가 경기 침체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부동산억제, 양극화 해소 등 정치 이슈로 경제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일관된 방향을 잃은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다음은 기업 펀더 멘털 자체의 약화(15%), 기업 수출 실적의 하락(12%)의 순으로 집계됐다. 조사 결과는 기업인이 경기 부진에 대해 스스로의 노력보다 소비, 투자 전반에 불안감을 조장한 정부측의 책임을 더 엄하게 묻는 경향이 여실히 나타났다.

<4번> 기업의 수출 위축 요인 (복수응답)

 ◇ 기업 수출 위축의 대외 환경 요인= 해외수출이 위축되는 원인으로 신흥 경쟁국(중국)의 대두를 지목한 경우가 35%로 가장 많았다. 제조업의 블랙 홀인 중국경제의 부상으로 인한 수출 전선에서 국내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수출부진의 주요 원인은 원화절상(30%), 유가급등(24%)순으로 나타났다. 원화절상이 장기화되면서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중소 기업의 수출량이 급격히 위축된 것이 이 답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유가인상은 물류비와 생산비용을 모두 높여서 수출에 주요한 악재로 지목됐다.

 반면 국내업체끼리 과당 경쟁을 지목한 경우는 10%에 그쳤다. 재미있는 현상은 국제 정세의 불안을 지목한 경우는 단 1%에 불과했다는 것. 최근 이란과 북한 핵위기 등 국제정세의 불안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는 응답자는 1명밖에 없었다. 이는 해외에서 한국경제를 평가할 때 고려하는 위험부담과 국내 판단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나타낸다.

<5번> 국내 환경 문제점

 ◇ IT업계가 당면한 문제 = 2000년대 초 승승장구하던 IT산업이 최근 침체기를 겪고 있다. 국내 IT 환경이 당면한 문제점에 대한 우선 순위를 물어본 조사에서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39%).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인데도 업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정제된 인력은 부족하다는 기업의 평소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응답자가 두번째로 많이 지목한 IT산업 환경의 문제점은 ‘중국산 제품 저가 공세’를 꼽았다. 중국 기업이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저가 제품을 만들어 국내에 유입되면서 국내 기업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의견이다. 다음으로는 ‘제조업 공동화’가 문제라고 답한 응답이 차지했다. 저렴한 원자재와 노동력이 지원되는 중국 등 해외로 공장이 이전하면서 국내 제조업에 대한 위기 의식이 확산된 결과로 분석된다. 외국 자본의 지나친 침투를 문제로 지적한 응답자가 가장 작았다.

<6번> 경기침체 타결을 위한 정책 우선 순위

 ◇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정부 정책 순위=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우선순위에 대해 응답자들은 기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완화(44%)를 최우선 과제인 것으로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의 꾸준한 제도개선과 규제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있는 CEO가 느끼기엔 한국은 여전히 기업하기에 여러가지로 불편한 곳이라는 인식이 드러난다. 한 응답자는 기업인의 해외활동이 늘어나면서 외국과 국내환경을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규제완화에 대한 욕구가 늘어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응답자들이 두번째로 지목한 정부정책과제는 내수진작이다. 지난 수년간 내수경기의 부진으로 매출증대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기업인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대목이다. 그 다음은 일자리 창출과 법인세 감면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정부에 대한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하위권에 머문 것은 기업인의 입장에서 시중에 자금흐름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7번>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 기업경쟁력을 살리는 묘책은 = 기업환경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경영전략은 무엇이냐고 우선순위를 물어본 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은 미래 성장동력원의 발굴(70%)을 압도적인 비율로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자신이 속한 산업 영역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찾아 돌파구를 열려는 시각이 드러나고 있다. 한 응답자는 요즘 유행하던 블루오션, 신성장동력 등의 용어가 뜨게 된 배경이 경제 주체가 갖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해야할 두번째 과제는 표준선점을 통한 기술주도권 장악을 꼽았다. 이는 중국 제조업의 추격을 뿌리치고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기술력 배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은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효율성 향상, BRICS 등 해외신규시장 공략. 최하위는 브랜드와 디자인 혁신으로 나왔다. 이런 조사결과는 기업의 현재 이미지를 바꾸는데 큰 기대를 않는 것으로 보인다

<8번>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항목

 ◇ 블루오션 발굴이 최우선 과제 = IT 리더들은 대체적으로 근본적인 혁신과 성장동력 확보에 중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최근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항목을 묻는 질문에 ‘블루오션 분야 발굴(36%)’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다음으로는 ‘R&D 투자 확대(30%)’를 꼽아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없이 IT 업체의 발전과 성공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했다. ‘인재 양성 프로그램 개발(17%)’도 중점 투자 항목으로 꼽혔다. 뛰어난 인재를 키우지 않고서는 미래 성장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기업의 제품 판매 확대를 위해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마케팅 및 홍보 강화’는 중점 투자 항목중 11%를 차지했다.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과의 상생 전략’은 상대적으로 낮은 6%를 차지했다. 이는 투자 가치가 떨어져서라기보다는 ‘블루오션 분야 발굴’이나 ‘R&D 투자 확대’ 등에 비해 우선 순위에서 조금 밀린 것으로 보인다.



<9번> 최근 추구하는 핵심 가치

 ◇인재경영이 핵심 가치 = IT 리더들은 인재경영을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로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추구하는 핵심 가치로 ‘창조적 인재 확보에 주력하는 인재경영’을 꼽은 응답자는 39%였다. 뛰어난 인재확보와 인재 양성을 통한 경영만이 장기적인 성장전략의 핵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응답자들은 세계 시장을 향해 뻗어나가는 것이 기업의 생존과 발전에 있어 중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경영’은 30%를 차지했다. ‘투명한 회계기준을 통한 윤리경영’은 18%를 차지해 최근 추구하는 핵심 가치의 순위에서는 조금 밀렸다. 그러나 투명한 회계기준을 적용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기업이 파산하고 주주와 고객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중요성은 결코 간과될 수 없다.

한편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과의 상생경영’은 13%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보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경영이 중요하면서도 달성되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10번> 경기회복을 위한 IT의 기여도

 ◇ IT없이는 회복 불가능 =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IT가 우리나라 경기회복에 대단히 많은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T의 경기회복 기여 비중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무려 84%라는 압도적인 숫자가 긍정적으로 답해 IT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 가운데 46%가 경기회복에 IT가 기여한다, 즉 ‘그렇다’고 답했고, 38%는 ‘아주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16%는 ‘보통’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IT와 경기 회복의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보는 응답자는 전무했다.

 이같은 결과는 코스피와 코스닥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기준 IT주의 비중이 각각 26.7%, 56.8%를 차지하는 등 국내 산업에 IT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볼 때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 대표적인 IT품목인 반도체 시장이 좋아지면 수출 환경이 향상되고 해당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고용도 안정되는 등 경제가 선순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11번> IT경기 활성화 위한 과제

 ◇ 역시 성장 위주의 정책 수립 =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IT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성장 위주의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32%로 가장 많았다. 활발한 기업 활동을 위해서는 성장에 우선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고, 또한 기업 자체의 노력과 함께 정책적 지원도 시급하다고 보는 의견도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IT 기업 자체의 체질 변화(29%)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외부 환경보다는 내부의 변화와 개혁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공정한 경쟁체제 확립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20%로 기록됐다. 이는 대기업의 불합리한 횡포 등 불공정한 경쟁체제가 팽배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중소기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IT 분야의 특성 중 하나로 풀이된다. 근소한 차이로 신시장 개척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19%로 좁은 시장과 치열한 경쟁에서 탈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는 사람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최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