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급증하는 사이버 위협 속에서 국가기밀과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정보보호 기업이 대혼란에 빠졌다. 정보보호 분야는 국내 솔루션 시장 중 가장 국산화율이 높았던 분야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시장상황 악화와 출혈경쟁이 맞물리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기업이 업계를 떠나며 어렵게 지켜온 국내 정보보호 시장을 외산기업에 넘겨줄 위기에 처했다. 이에 3회에 걸쳐 현실과 문제점을 짚고 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국내 정보보호 기업이 1990년대 말부터 10여년간 개척해온 정보보호 시장이 외산기업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업계를 대표했던 기업이 갈 길을 잃고 헤매면서 전문성이 날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 지난 1년간 퓨쳐시스템을 비롯해 소프트포럼·시큐어소프트 등 정보보호 대표 기업이 하나둘 정보보호와 전혀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업 축소 줄이어=가상사설망 분야 1위 기업이던 퓨쳐시스템은 최근 이름을 나노엔텍으로 바꾸고 나노기술 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암호솔루션 선두기업 소프트포럼은 LCD 장비업에 진출했다. 방화벽 수호신으로 정보보호 업계를 대표했던 시큐어소프트는 아예 보안사업을 다른 기업에 넘기고 의료기기·스포츠용품 등을 판매하며 ‘무늬만 보안기업’으로 전락했다.
차세대 정보보호 시스템 개발에 한계를 느낀 주요 기업은 기존 사업과 전혀 다른 분야에 진출해 돌파구를 모색중이다. 기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 이들의 항변이다. 김대연 윈스테크넷 사장은 “매출액 100억원 정도로 성장한 정보보호 기업이 이를 뛰어넘어 규모를 더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 성장을 위해 이종산업 진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성과 시장 상실=기술력을 자부했던 기업의 이탈현상이 가속되면서 보안업체의 전문성 하락이 심각한 상태로 빠져 들었다. 이종사업에 역량을 분산하다 보니 신제품 개발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이고 적극적인 영업이 이뤄지지 않아 정보보호 부문 실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상사설망(VPN) 분야 선두 기업 퓨쳐시스템은 이종 분야로 진출을 모색한 지난해 말 이후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퓨쳐시스템의 올 상반기 매출은 38억100만원인데 영업적자가 34억1200만원에 이른다. 퓨쳐는 지난해 동기 매출 104억7500만원, 영업이익도 5억1700만원에 육박했다.
국내 정보보호 벤처기업이 이종산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보안 솔루션을 구매하는 주요 고객인 기업과 공공기관 역시 대혼란에 휩싸였다. 그동안 국내 보안제품의 기술력을 믿고 도입했던 제품의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관 정보보호에 큰 위협으로 등장했기 때문. 보안 솔루션 교체를 서두르며 사업 영위 여부가 불확실한 국내기업 제품보다 해외 솔루션 도입을 검토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스라엘 유명보안 기업인 체크포인트 코리아 조현재 사장은 “국내 정보보호 기업의 보안 솔루션을 사용했던 고객이 이들의 사업 축소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로 국산 보안 솔루션에 의문을 품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솔루션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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