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4주년(1)]유비쿼터스 사회-`u기술`로 안되는게 어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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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오리건주 밀워키의 한적한 숲 속에 자리잡은 첨단 휴양시설 ‘엘리트 캐어’. 이곳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작은 위치추적 배지를 달고 다닌다. 엘리트 캐어 곳곳에 심어진 센서들은 노인의 배지를 계속 추적하며 특정 지역을 이탈하거나 의식상실과 같은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곧바로 간호사에게 알린다.

숙소 침대에는 몸무게 측정 센서가 내장돼 있다. 이 센서는 몸무게 변화뿐 아니라 수면 중 몸부림까지도 감지해 보고한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손잡이에 장착된 센서는 혈압과 체온 상태를 체크한다. 변기를 통해서는 당뇨 등을 점검한다. 체크 결과는 곧바로 주치의의 단말기에 전달되고 주치의는 원격검진을 받아볼 것을 제안한다.

엘리트 캐어 노인들은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며 매일 자유롭게 생활하면 된다. 나머지는 칩과 센서, 그리고 네트워크와 컴퓨터가 알아서 해준다. 이처럼 컴퓨터로 무장한 사물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직접 행동하는 것, 이것이 바로 미래 유비쿼터스(Ubiquitous) 세상이 가져다줄 생활혁명의 진수다.

지난 수 십년간 가전으로 또는 오락도구로 무한한 사랑을 받아온 컴퓨터가 이제는 사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물리공간에 존재하는 컵·화분·자동차·벽·교실 등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지니고 다니는 옷·안경·신발·시계 등 모든 사물에 다양한 기능을 갖는 컴퓨터 장치가 심어지고 이들이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들리지만,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통한 사물들끼리의 연결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 들었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현금출납기는 신용카드에 들어있는 전자공간상의 정보를 물리공간의 현금으로 전환한다.

고급 승용차에 장착되는 자동우적감지 와이퍼는 빗물의 양을 스스로 감지해 와이퍼의 작동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최근 국내 한 자동차 타이어 회사가 개발한 ‘지능형 타이어(Intelligent Tire)’는 타이어 내부에 설치된 자동센서가 압력과 온도를 스스로 감지하고 공기압의 이상 유무를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유비쿼터스 세상이 오면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도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피자를 조리하는 스마트 전자레인지는 냉장고에 요리 재료가 충분한지를 물어본 후 냉동된 요리 재료를 녹여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돼지고기에 컴퓨터 칩이 심어지고 이 칩이 스스로 전자레인지의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 최적의 상태로 요리를 한다. 사물 스스로 생각하고 직접 행동하는 것이다.

이미 충전기가 부착된 전동 칫솔이 낯설지 않듯이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무선인터넷 칩을 장착한 스마트 칫솔도 자연스러워진다. 스마트 칫솔은 충치를 발견하자마자 의사에게 연락하고 의사는 스마트 칫솔을 통해 환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치료한다. 사람과 컴퓨터, 그리고 사물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물건을 구입하고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주부들은 쇼핑에 앞서 스마트냉장고가 자신의 단말기에 전달한 부족한 식료품 목록과 필요한 양부터 먼저 파악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언어학습용 장난감 로봇도 내부에 장착된 음성인식 부품이 고장 났다는 정보를 보낸다.

물건을 사러 가는 도중에도 자동차에 부착된 텔레매틱스 단말기는 교통사고로 도로정체가 있으니 우회도로를 이용할 것을 조언한다. 우회도로에 새로 생긴 채소가게가 강원도 무공해 농산물을 팔고 있다는 정보도 알려준다. 백화점에서 쇼핑카트에 상품을 담는 순간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져 계산대에서 줄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이쯤 되면 기업의 생존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보기술(IT)은 모든 산업영역으로 확장되고 유비쿼터스를 기반으로 한 수많은 정보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미래의 IT산업지도도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다. 모든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다니는 유비쿼터스화가 진전될수록 더 많은 종류의 서비스와 산업이 새로 생겨난다.

미래 시장은 소비자의 신상이나 소득, 직업과 같은 죽어 있는 정보가 아니라 상황인식을 통해 실시간으로 획득한 신선한 정보를 요구한다. 휴대폰이 도로의 교통상황은 물론이고 배가 고픈 주인에게 주변의 맛있는 식당을 직접 추천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

이처럼 유비쿼터스 기술은 언제, 어디서나의 수준을 뛰어넘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히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래서 이젠 냉장고 문을 열기도 전에 냉장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사물과 사람간의 인터페이스가 중요해진다.

결국,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창조적인 사고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이것은 곧 새로운 가치 창조의 기회를 의미한다. 모든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다니는 유비쿼터스 세상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왔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휴대폰으로 유비쿼터스 세상을 연다

‘상점 앞을 지나면 휴대폰의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할인 쿠폰이 날아온다. 친구가 블루투스 온라인 게임을 신청하면 바로 콘텐츠를 찾아 다운로드하고 네트워크 대전을 즐긴다.’

휴대폰을 아직도 음성통화 수단으로만 여긴다면 하루빨리 생각을 바꾸는 게 좋다. 미래 유비쿼터스 세상을 만들어 갈 모바일 기술들이 이미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IT전문가들은 미래 유비쿼터스 시대의 가장 경쟁력 있는 올인원 단말기로 휴대폰을 꼽는다. 카메라와 MP3가 휴대폰의 주요 기능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앞으로 모바일TV와 인터넷도 휴대폰의 기본 기능이 될 것이라는 배경에서다.

집을 나선 후 문단속이 잘 됐는지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는지를 휴대폰으로 모니터링한다. 휴대폰은 가장 좋은 친구이자 장난감이다. 지하철에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인터넷을 하고 실시간 TV를 보거나 저장해 놓은 영화를 본다. 휴대폰으로 회사 시스템에 접속, 거래처에 보낼 중요 문서를 외부에서 간단히 검색할 수 있다.

휴대폰에 내비게이션 키트를 장착하면 무선망과 인공위성 위치추적장치(GPS)를 통해 변화하는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반경 500m 내 주요시설의 위치와 전화번호·주차가능 여부는 물론이고 사고발생시 운전자가 버튼만 누르면 구급센터와 연결돼 견인차·구급차·경찰차가 자동으로 출동한다.

휴대폰으로 버스나 지하철을 타거나 관련 가맹점에서 신용결제도 할 수 있다. 친구찾기 서비스도 인기있는 서비스 중 하나다. 상대방 위치는 물론 자신의 위치에서 상대방까지의 거리도 측정해서 알려준다.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면 쇼핑도 가능하다.

이런 휴대폰 서비스가 3세대 이동통신(WCDMA)으로 또 한번 진화하고 있다. 음성통화는 물론이고 영상통화가 가능한 것이 WCDMA의 가장 큰 특징. 음성통화를 하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도 제공한다. 또 WCDMA 자동로밍 서비스를 신청하면 국내에서 사용하던 WCDMA 단말기와 전화번호 그대로 해외에서 영상전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휴대폰마다 USIM(Universal Subscriber Identify Module)칩을 장착하고 있는 것도 WCDMA의 또 다른 특징. WCDMA에서는 USIM칩으로 사용자를 인증하고 인증된 칩만 있으면 단말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USIM칩에는 전화번호부와 문자메시지(SMS) 내용 등을 보관할 수 있어 단말기 교체 시에도 별도로 다운로드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카드를 사용해 보안성을 높였기 때문에 금융인증서 등을 넣고 다니면서 안전하게 금융거래도 할 수 있다. WCDMA는 올 하반기부터 서울 및 수도권과 주요 도시를 넘어 전국으로 확대, 서비스될 예정이다.

 주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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