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통신와 무선통신이 하나가 되고, 냉장고와 세탁기에 부여된 IP 주소가 전기밥솥이나 전자레인지에도 연결돼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대. 더구나 한 국가에서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의 IT 이용자들이 동일하게 연결할 수 있다면? 이와 같은 유비쿼터스 시대는 아직까지는 개념 속에만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 및 전 세계 IT산업이 가야할 방향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음성과 데이터, 방송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동시에 송수신하게 되는 환경이 온다면 과연 통신 요금은 얼마나 될까?
차세대 통신망(NGN : Next Generation Network)은 유무선 통신의 개념을 근본에서부터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내전화망(PSTN)과 이동통신망은 기본적으로 시간, 거리 종량제를 기본으로 한다. 거리만큼, 쓰는 만큼 내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피망(IP Network)은 거리와 상관없이 언제 어느곳에서나 접속할 수 있고 요금 또한 같다.
정보통신 전문가들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IP기반망(All-IP) 시대에는 어떻게 통신을 규정하고 규제해야하는 문제다. 1900년대 초 그레이엄 벨에 의해 통신이 시작된 이후 가장 골치 아픈 문제일터. 때문에 아직까지 정답은 커녕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상황이다.
◇올아이피, 무엇이 다른가?= 올 아이피망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가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IT 서비스에 접속하기 위한 방법은 전화, 인터넷, 케이블TV, 이동통신이 전부였다.
올 들어 HSDPA, 와이브로, TV포털 등 신규서비스가 등장했지만 부족하다. 그러나 앞으로 1∼2년 내 초광대역통신(UWB), W-PAN, 지그비 등 근거리 무선통신 상용 제품이 등장한다면 거의 기기는 거의 무한대로 늘어난다. 동시에 사업자의 백본은 음성 중심의 서킷망에서 데이터 중심의 패킷망으로 전환된다.
또 유무선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고 망 인프라 비용 측면에서도 IP기반 장비가 오픈 아키텍쳐로 구성돼 있어 구축비용과 장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도 올 아이피망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올아이피 시대의 특징은 △IP기반의 유무선 통합 네트워크 구축 가능 △IP기반의 실시간 네트워크 적용 가능 △유연하고 규모있는 망 운용 △저렴한 망 구축 / 장비 비용 절감 △망, 서비스 진화가 쉽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전세계 대부분의 유무선 통신사업자와 전문가들은 시기에서만 약간 차이가 있을 뿐 PSTN망 기반에서 올아이피망으로 단계적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아피 시대, 상호접속 제도 정비가 핵심= 전세계 각 통신 사업자들이 올아이피 시대를 맞아 가장 어려워 하는 문제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산’이다. 돈 문제라는 것이다. 대부분 민간사업자인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은 수익이 보장되야 투자할 수 있다. 올아이피는 어떻게 정산해야 하느냐의 문제.
영국 브리티시텔레콤 리브 부사장이 지난해 한국에 내한해 “NGN 상호접속 기술이 발전함과 동시에 상호접속 규정은 적정한 원가 대비 수익(소득)이 보장돼야 하며 새로운 가치 체계에 맞는 과금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 고민의 연장선상이다.
현재 접속원가 산정 및 정산은 사용량 기준으로 접속원가 산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올아이피망 기반하에서는 접속원가 산정 및 정산체계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정산 △원가기준 △역사적 기준에 의한 방식 등 현재 제기된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사업자 이해관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새로운 기준 마련이 순탄치 만은 않다.
◇콘텐츠 사업자들도 정산 대상되나= 전통적으로 상호접속의 대상은 네트워크 사업자였다. 하지만 통·방 융합 환경 아래서는 네트워크사업자 간의 접속료 산정 및 정산 뿐만 아니라 콘텐츠 및 플랫폼 사업자와의 상호 협약에 의한 정산도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인터넷사업자나 콘텐츠업체들은 무선망에는 정보이용료라는 명목으로 이용료를 제공했지만 유선망은 사실상 무료로 사용해왔다.
올아이피 망에서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KT, 하나로텔레콤, 파워콤 등 통신사업자들은 망 중립성을 보장하는 방안과 사업자 종량제 중에서 선택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아이피 망에서는 콘텐츠 및 플랫폼 사업자들도 일정 투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다. 통신사업자에게만 투자를 맡겨서는 안되며 오히려 품질보장(QoS)에 따른 망으로 차등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올아이피 시대에는 통신사업자들이 품질 보장 여부에 따라 네트워크 운영을 이원화할 가능성도 있다. 품질 차등 적용에 따른 시장별 접속체계 및 과금방식 차별화도 검토가 필요하다. 또 음성, 데이터 별로 QoS의 보장 수준을 어디까지 규정할 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통신서비스연구단 현창희 박사는 “통합되는 망 간의 접속체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현재 추진되는 BcN 등 차세대 네트워크 사업의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업자들 행보
IDC, 오범 등 IT 컨설팅 업체들은 올아이피 시대는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바뀌다가 2008년 쯤부터 본격적인 전환의 시기가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0년경에는 이미 많은 기간망이 올아이피망으로 전환되고 PSTN 망은 없어지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도 아직까지는 그저 ‘전망’에 불과하다. 국가대표 유선사업자 KT도 아직 본격적으로 손을 대지 못한 상황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로, 걷고 뛰기 위해서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KT, ‘작지만 의미있는 불을 당기다’ = KT는 지난해 10월, ‘차세대 통신망 환경에서의 접속제도’ 포럼을 주최했다. 이 행사는 올아이피 시대 상호접속 이슈를 논의해보는 첫 시도. 해외에서도 이와 같은 시도는 없었다. 차세대통신망에서 끊김 없는 유비쿼터스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사업자간 접속 문제를 논의하는 최초의 포럼이었다. 그러나 KT는 ‘올 아이피 시대의 상호접속’이란 화두를 꺼낸 것에 만족해야 했다.
차세대 인터넷망을 준비하는 브리티시텔레콤, 도이치텔레콤, NTT, 텔루스(캐나다), 칭화텔레콤(대만) 등 세계 주요 통신사업자 들이 ‘차세대 망’에 대한 정의조차 통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BcN(광대역 통합망)을 차세대망의 모델로 내세운 반면, 일부 국가에서는 유무선 통합망에 대한 정의조차 되지 못했다. 차세대망에 대한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차세대 서비스는 물론 접속제도 논의조차 꺼내기 힘들었다.
김한수 글로벌사업단장은 “시스템과 기술표준이 마련된 이후에 제도가 따라갈 수 있다”라며 “올해는 건너뛰고 내년쯤 2차 포럼 개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IP기반 망에 대해서는 선행연구가 거의 없다. 일부 선진국을 제외한 상당수 국가는 한국에 비해 통신망 발전이 뒤져 있어 참조가 어렵다.
차세대 네트워크에 대한 국제 표준화 작업을 하는 NGN포커스그룹(FG-NGN)도 3년간 치열한 공방 끝에 정의 내리기에 잠정적으로 합의하고 올해 IPTV 표준화 작업에 겨우 나선 상태다.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파워콤) ‘쫓아가되 늦지는 않겠다’ = 하나로텔레콤과 LG데이콤 등 후발 사업자는 올아이피를 선뜻 꺼내기 조차 힘들다. 차세대 망을 주도한다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따라가는 상황. 이는 후발 사업자로서 당연한 전략이다. 선투자를 통해 투자위험(Risk)을 감수하기 보다는 선발사업자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LG데이콤이 24년간 유선 및 데이터 통신 사업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광대역통합망(BcN)에 광개토컨소시엄을 주도적으로 구성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다. 데이콤의 BcN은 아직은 그룹내 역량을 모으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초고속인터넷 후발 사업자이지만 ‘광랜’을 히트시키고 주력 상품으로 키우는 등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도 차세대 망 준비는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수준이지만 국내 2위의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로서의 파워를 보유하고 있다. 차세대 망도 결국 현재 망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로텔레콤의 ISP는 향후 사업에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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