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4주년(1)]올 IP전망-별천지와 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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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청에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공중전화기가 없다. 지난 9월부터 청사 내 공중전화기를 완전 철수하고 그 자리에 인터넷 공중전화기를 설치했기 때문. 서울시 25개 구청 중 최초로 설치된 인터넷 공중전화기는 기존 방식대로 동전을 넣고 통화하지만 인터넷서비스는 무료다.

 관광서 최초로 IP텔레포니 시스템을 도입한 서대문구청 공무원들은 평생 업무용 전화번호를 부여받고 관내 모든 부서와 산하기관을 내선 번호로 연결한다. 관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공지사항도 인터넷 전화 LCD창을 통해 실시간 배포된다.

 광주광역시 J고에 다니는 이모양은 이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HD급의 선명한 수능강의를 TV로 시청할 수 있게 됐다. 강의 도중 잠시 화면을 멈추거나 모르는 부분은 자유자재로 손쉽게 되돌려볼 수도 있다. 광주 지역 아파트에 광가입자망(FTTH; Fiber To The Home)이 시범 구축됐기 때문이다.

 네트워크가 인터넷 프로토콜(IP, Internet Protocol)을 기반으로 재구축되면서 통신업계에 지각 변동의 일어나고 있다. IP망은 기존의 네트워크에 비해 비용절감 효과가 큰데다 동영상, 데이터통신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접목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IP망으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차세대 인프라인 광대역통신망(BcN)은 이미 음성과 데이터 통합, 통신과 방송 융합, 유무선 통합이 가능한 올(ALL)-IP망을 구축함으로써 컨버전스를 완성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음성과 데이터 통합은 통합서비스나 네트워크 구축 측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유무선 통합도 와이브로와 3세대 이동통신(WCDMA) 등 올 IP기반 무선망이 등장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이 인터넷전화(VoIP)와 인터넷방송(IPTV)이다. 인터넷망이 올-IP화하면서 전화,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특히 인터넷전화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서비스가 다양해졌다. 음성통화는 기본이고 화상통화, 데이터통신도 할 수 있다. 무선랜의 IP 망에 음성신호는 물론이고 영상·데이터 등 각종 데이터까지 전달할 수 있는 무선 VoIP 서비스도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동통신을 자주 사용하는 직장인이라면 무선 VoIP 서비스를 제공하는 와이파이 폰으로 통화료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평소 자주 방문하는 고객사 내부에서는 유선전화보다 저렴한 요금을 부담하고, 직원들간의 내선통화는 무료다. 이뿐 아니다. 하나의 휴대폰을 이용하면 돼 밖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현재 쓰고 있는 이동전화로 전환된다. 집에도 접속장치(AP)를 설치하면 요금부담은 더욱 줄어든다.

 인터넷방송이라 불리는 IPTV는 쉽게 말해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 TV로 방송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방송을 본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방송과 다른 점은 없지만 기존의 TV가 할 수 없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가 원하는 방송을 선택해 나만의 맞춤형 방송을 이용하고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일시정지, 되감기, 빨리감기를 할 수 있다. 컴퓨터 모니터 대신 텔레비전을, 마우스 대신 리모콘을 사용한다. 따라서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리모콘을 이용해 간단한 인터넷 검색은 물론 홈뱅킹, MP3 등 인터넷이 제공하는 콘텐츠나 부가서비스를 손쉽게 즐길 수 있다.

 통신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네트워크가 IP 기반으로 옮아가면서 음성과 데이터를 통합한 IP기술이 차세대 통신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라며 “기간통신사업자는 물론이고 인터넷포털, 단말기제조업체, 장비업체 등 관련업계 전체가 IP 중심의 통신 환경에 맞춰 사업모델과 기술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도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IP기반 통신서비스

 앞으로 올(ALL) IP망이 구축되면 새로운 통신서비스들이 다채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게 된다. 최근들어 통신시장 영역파괴가 가속화되면서 이미 IP기반의 신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통신서비스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전화(VoIP)다. 인터넷 전화는 소프트폰과 하드폰으로 구분되며, 소프트폰은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된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해 이용한다. 주요 업체로 스카이프·네이버·아이엠텔 등이 있으며 SK커뮤니케이션즈가 최근 ‘네이트온 폰’을 앞세워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하드폰은 전용 전화기를 인터넷 모뎀에 직접 연결해 이용하며, KT·데이콤·삼성네트웍스·애니유저넷·SK텔링크 등이 서비스중이다.

 이런 가운데 데이콤이 최근 출시한 무선랜 기반의 와이파이(WiFi) 폰은 기존 구내 유선전화를 대체할 새로운 무선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다. 무선랜 스위치와 IP 교환기(IP PBX)·접속포인트(AP)만 달면 무선 VoIP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구내 무선전화와 다르게 IP 망에서 구현되기 때문에 저렴한 요금과 더불어 음성·영상·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가능하다. 데이콤은 현재 구내·시내·시외·국제·이동전화와 함께 전국대표번호·SMS송수신·통화연결음 등 다채로운 부가서비스를 함께 제공중이다.

 KT가 연내 출시할 ‘원폰 2’도 차세대 IP기반 인터넷전화 시장에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폰 2’는 기술 측면에서 블루투스 대신 무선IP를 채택, 블루투스용 엑세스게이트웨이(AP)를 집안에 별도로 설치해야 했던 기존 ‘원폰’과 달리 네스팟용 무선AP를 이용한다. 따라서 집안에서도 무선 인터넷과 무선VoIP를 함께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원폰 2’의 또 다른 특징은 집안뿐 아니라 외부 존 개념을 바탕으로 특정 지역에서도 무선VoIP 형태의 시내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다수 보급된 네스팟 존에서 ‘원폰 2’를 이용해 음성통화를 할 경우, 이동통신이 아닌 무선VoIP 형태로 시내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IP기반이어서 데이터서비스 이용에서도 이동통신보다 훨씬 더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인터넷보다 최대 20배이상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광가입자망(FTTH)이 구축되면 TV를 통해서도 영상전화를 사용하거나 영상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음성과 영상은 물론 데이터 역시 전송도 가능하다. 또 전화기를 들 필요 없이 리모콘 버튼 하나만으로 화상이 끊어지지 않는 생생한 화질과 음성을 TV를 통해 즐길 수 있다. TV를 시청하는 동안 화면에 비친 제품을 클릭, 쇼핑몰로 접속하여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양방향 데이터방송도 가능해진다. TV를 시청하는 동안 특정인물이나 현상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을 때 TV에서 바로 인터넷에 접속, 검색하는 서비스는 기본이다.

 ETRI 광통신연구센터 김봉태 센터장은 “FTTH가 구축되면 HD급 고화질 인터넷TV(IPTV)와 주문형비디오(VOD), 고품질 영상 블로그 서비스 등은 물론이고 실시간 사이버강의, u헬스, 3D 개인인터넷방송국, IPTV DRM, 동영상 스토리보드 등 TV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