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서 중소 가전 브랜드는 `찬밥`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CJ홈쇼핑 8월 가전 방송 현황

 “홈쇼핑 성골은 따로 있습니다.”

 중견 가전업체 한 사장은 쏘아붙이듯 말했다. 최근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려 하자 중소업체의 활로가 막힐 수 있다며 4개 홈쇼핑업체가 방송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한 이후의 만남이었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중소업체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홈쇼핑들이 중소업체 활로 운운하는 현실이 너무 아이러니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홈쇼핑을 통해 제품을 판매중인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업체가 가격을 내리면 바로 그 가격으로 낮출 것을 요구한다”며 “가격을 내려도 홈쇼핑 마진은 그대로 유지할 것을 요구해 밑지고 파는 일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TV홈쇼핑에서 중소 가전 브랜드가 사라지고 있다. 홈쇼핑업체들이 대기업이나 외산 가전을 선호하면서 한때 선망의 대상이 됐던 ‘홈쇼핑 스타기업’은 옛말이 되고 있다.

 전자신문이 6일 분석한 홈쇼핑 대표 주자 GS홈쇼핑과 CJ홈쇼핑의 8월 방송편성 현황에 따르면 가전제품 판매 방송 가운데 중소 가전업체 제품 비중은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 참조

 CJ홈쇼핑은 지난달 한 달간 총 61시간의 가전제품 방송을 내보냈지만, 대기업과 외산 브랜드가 51시간 10분으로 전체 83%를 차지했다. 중소업체 제품은 전체 가전방송 가운데 고작 17%에 불과했다.

 GS홈쇼핑도 마찬가지다. 총 102시간 가운데 절반 정도가 중소업체 브랜드로 채워졌지만 한경희생활과학·카포인트·하이온콥 등 전략적으로 밀어주는 3개 업체를 제외하면 겨우 13시간(12%)이 중소업체에 할애됐다. 중소 가전 브랜드가 ‘찬밥’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GS·CJ·현대·농수산 등 TV홈쇼핑 4사는 지난달 우리홈쇼핑이 대기업인 롯데에 넘어가는 것은 애초에 중소기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업권을 허가한 방송위의 정책 결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방송위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현재 GS홈쇼핑·CJ홈쇼핑 등에서 거래하는 중소 가전업체는 10여개에 불과하다. 4년 전만 해도 30여개를 헤아리던 것에 비하면 3분의 1토막이 난 상태다.

 중소 내비게이터업체 한 관계자는 “대기업에는 하루종일 방송 시간을 할애해 주면서도 중소업체에는 고작 15분을 허용해 주고 생색을 낸다”며 “시장 최저가를 요구하면서도 방송이 곧 광고라는 논리로 마진은 판매가의 30%에서 많을 때는 50%까지 요구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GS홈쇼핑은 지난 3월부터 부정기적으로 ‘논스톱 디지털 가전데이’를 정해 LG전자 제품을 하루종일 방영하고 있으며, CJ홈쇼핑은 지난 5월 24시간 동안 삼성전자 제품을 판매한 적도 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이에 대해 “4∼5년 전보다 홈쇼핑 소비자보호 규정이 강화되면서 가전제품의 경우 품질과 AS가 확실한 업체가 아니면 쉽게 거래를 할 수 없게 됐다”며 “중소업체라서 안 된다는 것보다 중소업체가 강화된 규정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전제품은 패션·잡화에 비해 매출은 크지만 마진율이 크게 떨어져 홈쇼핑업체들이 소비자가 선호하는 대기업 브랜드 위주로 편성하는 ‘박리다매’ 정책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 몇몇 업체만 집중적으로 밀어주는 ‘편애’도 하나의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