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텔리니 인텔 CEO가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반도체 시장 부동의 1위 인텔이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전 세계 사업부 직원 15%를 감원하고 주요 생산설비 증설 및 투자 계획 연기를 병행하는 극약 처방을 준비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AFP·EE타임스 등 외신은 인텔이 5일(현지시각) △대대적인 구조조정 △투자 계획 재조정 △신제품 생산 일정 연기 등 뼈아픈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전 세계 직원 10만명 가운데 15%가량인 1만5000명을 감원한다. 여기에 미국 애리조나는 물론이고 이스라엘 공장의 투자 계획 연기, 생산 일정 조정과 말레이시아의 사업부 축소 등이 함께 이뤄져 구조조정의 강도를 짐작하게 한다. 반도체 제조공장 추가 건설 계획의 연기는 인텔의 주요 PC·서버칩 사용자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인텔이 이처럼 위기에 내몰린 것은 △세계적인 PC 시장 성장 둔화 △AMD의 추격 △무선 칩 같은 성공적인 신제품 출시 부진 등이 꼽힌다. 미국 IT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이 지역 최대 고용주 중 하나인 인텔의 강력한 구조조정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전 세계 인력 15% 감원=오텔리니는 분기 순익 38% 감소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지난 4월 인텔 조직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재검토에 착수했다.
이어 지난 6월 인텔은 X스케일 통신 칩 사업 부문을 1400명의 인력과 함께 마벨테크놀로지에 매각하며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보냈다. 7월에는 의사결정 속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관리자급 1000명을 해고했다.
2분기 들어서도 순익이 57%나 떨어지자 오텔리니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1만명 선으로 예고됐던 감원 규모를 1만5000명 선까지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공장 증설 연기=인텔은 또 유럽과 미국 등에서 추가 건설키로 했던 300㎜ 팹 건설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애리조나와 이스라엘 공장 투자도 연기되며 이스라엘의 6500명 직원 가운데 수천명이 감원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스라엘 언론 ‘글로브’는 인텔이 2005년 이스라엘 키르옛갯에 구축하겠다고 밝힌 300㎜ 웨이퍼 생산설비 계획이 연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텔은 이 공장에서 2008년 하반기 45나노 제조 공정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생산키로 했다.
미국 애리조나 챈들러에 30억달러를 들여 건설키로 한, 300㎜ 웨이퍼를 사용하는 팹32 건설도 연기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에서도 1000∼2000명이 정리해고 될 것이라고 말레이시아 언론이 보도했다.
◇노어플래시 부문 매각 임박(?)=인텔의 강력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노어플래시 사업부의 매각설이 쏟아지고 있다.
인텔은 지난 몇 년간 수익성 없는 비핵심 사업을 떼어버리고 핵심 사업인 PC 및 서버용 CPU 제조에 집중하라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최근 통신 칩 부문을 마벨에 매각했고 다시 노어플래시 사업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인텔은 노어 플래시 시장에서 꾸준히 1위를 지켜왔지만 최근 들어 시장 흐름이 낸드플래시 위주로 옮겨가면서 수익성이 떨어져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메릴린치 반도체 산업 애널리스트인 조 오샤는 “이들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인텔의 많은 비핵심 영역에서 더 많은 감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텔은 핵심 사업인 PC와 서버 비즈니스는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둘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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