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e비즈산업 전시회는 열리지 못합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변화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내년에 새로운 모습의 보다 실용적인 콘퍼런스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박희찬 경남전산정보협의회 회장(52)은 경남 IT업계의 가장 큰 행사로 알려진 ‘e비즈산업전시회’를 올해는 열지 못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얘기를 꺼냈다. 지난 97년 경남 솔루션 전시회로 시작해 해를 거듭하며 정보기술·산업전시회로 변화·발전해왔고 창원과 마산, 진주를 순회하며 오는 10월 제 10회 째가 열릴 예정이던 이 행사는 지역에 IT기업이 생겨나는 계기를 만들었고 지역 산학연이 뭉쳐 정보교류와 업계 발전을 모색하는 IT조성 붐을 일으키는 역할도 해왔다.
“행사를 계기로 새로운 기업이 설립되고 경진대회 등 부대 행사를 통해 관련 업계 발전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될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전반적인 e비즈 산업의 침체 속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예산만 낭비하는 행사, 결국에는 행사를 위한 행사가 돼버립니다. 두렷한 목표와 성과가 없으면 기업은 참여하려하지 않기 때문이죠.” 박 회장의 말에는 아쉬움과 함께 변화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협의회 원년 멤버이자 5년째 협의회장을 맡아 이끌어 오면서 그에게 있어 협의회와 전시회는 현재 운영 중인 회사보다 더 중요하고 애착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삶의 터전이 됐다.
박 회장은 협의회의 가장 큰 역할이자 행사였던 전시회를 과감하게 없애는 것에서부터 협의회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내년부터 신기술과 신상품 아이디어 및 산업트렌드를 소개하고, 이를 함께 공유하는 컨퍼런스 형태의 행사를 계획 중이다. 이의 일환으로 유비쿼터스 시대 흐름에 발맞춰 도내 지능형홈사업단과의 교류를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역내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을 위한 방안 마련에도 착수했다. 협의회는 기업간 또는 개인간 정보교류 차원을 넘어 지역 경쟁력 강화와 이를 위한 인재 개발 육성 등에서 중개자 역할을 담당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그의 뜻이다.
하지만 이익 단체로의 변화에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크고 작은 기업의 전산실 임직원을 중심으로 교수, 교사, 그리고 지자체 공무원까지 순수한 교류차원에서 출발한 협의회의 설립 목적과 배경만큼은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사실 그동안 기업 임직원이던 회원 상당수가 독립해 회사를 차렸고, 협의회의 역할에 만족하지 못해 나름의 이익을 좇아 탈퇴한 기업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관계를 따지기보다 본래 취지에 맞게 순수한 교류 중심으로 나가자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저 역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순수 민간 단체로서의 성격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교류나 정보교류를 위해 뭉친 우리 협의회가 개별 이익을 따지거나 지자체 등에 손 벌려 소위 돈되는 사업을 따내려 하면 그 때부터 협의회의 출발 목적과 순수성은 사라집니다.”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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