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승강기 산업](2)부실 더하는 보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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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출혈경쟁이 엘리베이터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법정보수료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영업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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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형 승강기 안전사고가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승강기 사고는 올해 7월까지 50건이 발생해 집계를 시작한 93년 이후 가장 많았다. 10년 사이 3배가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승강기 설치대수가 4배 이상 늘긴 했지만 후진국형 안전사고의 증가는 달갑지 않다. 119 구조대의 승강기 관련 출동은 지난 해 1만 2800건에 달한다. 교통사고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하루에만 수 차례 타는 엘리베이터가 안전의 사각지대가 돼 버렸다.

 전문가들은 승강기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승강기 보수시장은 600여 개의 중소규모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이중 200여 곳은 오티스, 현대엘리베이터 등 제조사의 협력사고 나머지 400여 곳은 독자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중 200여 곳은 매년 사라지고 새롭게 등장할 정도로 영세하다. 규제완화로 보수업체 등록제가 도입된 뒤 생긴 현상이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보수료를 턱없이 낮게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승강기의 실질적인 보수점검시간과 비용을 감안한 표준보수료 체제에 따르면 15층 아파트의 경우 월 14만∼21만원의 보수료를 내도록 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형 빌딩이나 아파트의 경우 그 3분의 1에 못미치는 4만∼5만원에 유지보수를 맡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한 두 곳 잡아 엘리베이터 200대 정도 보수만 맡아도 회사 운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일단 저가로라도 수주하려는 곳이 많다”며 “채산성이 맞지 않으니 부품교체로 수익을 올리고 여의치 않을 경우 1년만에 교체되기 때문에 보수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술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기계적 결함보다 전기·전자적 결함에 의한 사고가 전체의 4분의 1 까지 늘어나면서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식의 보수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승관원 관계자에 따르면 기계적 결함이 아닌 경우 사고후 원인증명도 어렵기 때문에 이용자 과실로 결론이 나며 문제의 심각성이 덮히는 경우가 많다.

 산업구조는 대형 제조사와 중소형 유지보수 업체간 기술협력을 오히려 막고 있다. 협력업체를 통해 직접 유지보수 매출을 늘리려는 제조사와 그외의 보수업체가 서로 경쟁관계에 놓였기 때문이다.

 승강기보수업협동조합 이광래 전무는 “다국적 기업, 대기업인 제조사가 보수를 수주한 뒤 중소업체에 싼값에 하도급을 주는 식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시장이 혼탁해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 권영민 상무는 “전자회로의 접점이나 PLC로더 등 특정부분을 점검하지 못하는 회사도 많다”며 “협력사가 아닌 경우 교육도 잘 이뤄지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품인증, 설치승인, 정기검사 등 안전제도도 허점 투성이다. (표 참조) 사고에 대해 유지보수료를 내는 건물주의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보수료가 최저가 낙찰로 정해질 수 밖에 없는 점도 문제다. 승관원 엄용기 기술안전본부장은 “보수업체의 전문화·대형화, 빌딩 관리주체의 책임 강화, 제조사·보수업체 협력관계 등 단기적인 대책은 물론, 제조업 기반 유지라는 장기적 과제까지 함께 풀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