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명’과 ‘혁신’은 어떻게 다른가. 가끔 이런 질문을 주위 사람들에게 던져놓고 그들의 반응을 조바심을 내며 기다릴 때가 있다. 사실 어의(語意) 측면에선 발명과 혁신을 애써 구별하는 것이 무의미할지 모른다. 하지만 산업을 논할 때는 이 둘의 구별은 아주 중요하다.
‘발명’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 또는 그 결과물을 의미한다. 즉 발명의 핵심은 ‘창조’다. 이에 비해 ‘혁신’이란 어떤 대상을 사용할 가치가 있도록, 혹은 더 사용하기 쉽도록 새로운 무엇인가를 더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혁신의 핵심은 ‘사용’에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혁신의 스펙트럼은 급진적 혁신과 보편적 혁신으로 나눌 수 있다. 산업의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은 발명보다는 혁신이, 급진적 혁신보다는 보편적 혁신이 더욱 큰 비즈니스 성공을 가져다 주었으며 결과적으로 산업에도 월등히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제 소프트웨어(SW)산업 이야기를 해보자. SW가 하드웨어(HW) 판매의 보조 수단에서 독자적인 산업 영역으로 자리잡은 이후 SW산업은 지난 수십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계속해 왔다. SW산업은 일단 SW가 개발되고 나면 제조나 배포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도 차별화를 이루기 쉽다.
또 비용보다는 가치를 기반으로 해 가격이 설정되므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고부가가치라는 것이 곧 손쉽게 부를 거머쥘 수 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수십년간 이뤄진 학문 발전과 경험 축적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수 있고 효율적이며 원하는 기능을 오류 없이 수행하는 SW를 개발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SW산업 육성 노력은 다소 늦긴 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노동과 제조에 의존하는 기존 산업과는 달리 SW산업은 혁신 프리미엄으로 확보되는 지적재산을 자본화한 것이다. 즉 ‘혁신-지적재산-자본화’ 사이클이 SW산업의 핵심 동력이다.
물론 지적재산이 자본화되는 단계 그리고 잉여자본으로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사이클은 손쉽게 성취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며, 곳곳에 캐즘(건너기 힘든 간격)이 가로막고 있다. SW산업에 관한 정책과 기대가 근래 갑자기 나타났다기보다는 캐즘 앞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과거에 대한 회한이 새로운 도전의식을 가지고 다시 부각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
공개SW 운동을 생각해 보자. 공개SW의 열성적 지지자의 정신은 분명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이지만 SW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왜 공개SW를 논하는가. 공개SW의 궁극적 목표는 나눔과 공유를 강제로 실현, 지적재산의 자본화를 저지하려는 것이다. 공개SW는 특별한 유형의 라이선스를 전술적으로 이용해 호혜주의를 선택사항이 아닌 의무조항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W는 타인의 혁신 프리미엄을 존중하고 자신의 프리미엄을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산업화될 수 있다. 타인의 혁신 프리미엄에 무임승차해 자신의 혁신만을 자본화하려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으며 진정한 의미의 공개SW 지지자의 타도 대상일 뿐이다.
이공계 전공 중 SW와 관련된 것은 기피 대상이 된지 오래다. 급변하는 기술 발전 사이클에 맞춰 끊임없이 자기 충전이 필요한 전공 분야지만 피땀 흘린 결과를 남들은 무형의 자산이라고 손쉽게 복제하고 혁신의 대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적재산을 존중하지 않는 척박한 생활전선에 자신을 내맡길 학생은 많지 않다.
SW산업을 정책적으로 논하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생계 걱정 없이 즐겁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오늘날 소비자는 이념적으로 훌륭한 것보다는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을 우선적으로 구입한다. 설령 어떤 제품이 특정 이념을 실현한 것이라 하더라도 소비자는 이념보다는 자신의 사용 목적에 적합하기 때문에 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을 그 제품의 이념이나 방법론의 우월성 때문이라고 포장하는 것은 객관적인 태도가 아니다.
◆김명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사 mhkim@microsof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