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홈쇼핑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태광그룹과 롯데그룹 간 갈등에 다른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가 동참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4개 홈쇼핑사업자인 CJ홈쇼핑·현대홈쇼핑·GS홈쇼핑·농수산홈쇼핑이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막아달라는 탄원서를 방송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 4개 홈쇼핑사업자는 모두 소속 MSO의 1대 주주이거나 동일 계열사여서 우리홈쇼핑 경영권 문제에 개입할 개연성은 상존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태광 대 롯데 ‘팽팽한 신경전’=태광그룹은 케이블TV 시장에 뛰어든 이래 300만 가입가구를 갖춘 국내 최대 MSO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태광은 영역 확장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홈쇼핑 인수를 추진해 46%의 지분을 확보했으나 지배주주였던 경방 측이 지난 2일 우호지분을 포함한 53% 주식을 롯데쇼핑에 4667억원에 넘김으로써 사실상 경영권 확보에 실패했다.
태광 측은 이에 대해 오는 12월 SO와 홈쇼핑 간 재계약 때 우리홈쇼핑과의 계약 해지 가능성을 언급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홈쇼핑 사업은 SO의 채널을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태광의 재계약 해지가 현실화되면 우리홈쇼핑은 전국적으로 300만 가시청 가구를 잃게 된다.
반면에 롯데쇼핑은 지난 10일 공정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한 데 이어 최근엔 방송위원회에 ‘최다 주식 소유자 변경 승인 신청서’를 제출해 인수 절차를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변수는 4개 홈쇼핑 사업자=CJ·현대·GS·농수산홈쇼핑은 롯데가 홈쇼핑 사업에 진출하면 산업의 효율성과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막아달라는 탄원서를 방송위에 제출했다. 탄원서는 말 그대로 의견 제시일 뿐이다.
그렇지만 CJ홈쇼핑은 200만 가입가구를 갖춘 CJ케이블넷(드림씨티방송 포함)의 1대 주주고 현대홈쇼핑은 125만 가입가구를 가진 HCN과 같은 현대백화점 계열사다. GS홈쇼핑도 강남케이블TV와 울산방송 등 37만 가입가구를 보유중이다.
만약 이들이 공동 전선을 마련해 롯데를 견제할 경우 우리홈쇼핑은 케이블TV의 전국 가입가구 1400만 중 600만 가구 이상을 놓쳐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MSO는 가능성 부인=유정석 HCN 본부장은 “우리는 SO의 입장에서 채널과 송출료로만 홈쇼핑과 계약을 진행할 뿐”이라며 “현대홈쇼핑의 탄원서와 관련해 우리홈쇼핑과의 재계약 해지 문제는 아직 고려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순수하게 홈쇼핑 사업자로서 제출한 탄원서”라고 설명했다. CJ케이블넷도 아직 롯데쇼핑이 홈쇼핑에 진입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언급할 단계가 아니란 반응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일단 이들이 당장 실력 행사에는 돌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실익은 있을지언정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
그러나 문제는 국내 최대 MSO인 태광그룹이다. 관계자들은 우리홈쇼핑 경영권 문제 열쇠는 태광그룹이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광은 홈쇼핑 사업자들에게는 최대의 비즈니스 파트너”라며 “태광이 롯데에 대한 견제를 요구할 경우 실질적인 검토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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