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비상하는 여성벤처]여성벤처, 그들이 비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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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여성, 그들이 아름답다!’

 ‘벤처 성공신화’를 꿈꾸며 힘차게 앞으로 나가는 여성 벤처기업들이 늘고 있다. 아직 영세한 기업들이 많지만 자신감과 패기만은 어느 기업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여성벤처 지원책을 도출하고, 열릴 것 같지 않던 여성 미개척 시장을 땀과 끈기 그리고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하나하나 개척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기술력 하나만은 최고라고 자부하는 여성 벤처기업들이 당당히 세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한국 IT수출 강국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다.

 사실 여성벤처기업가들의 고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성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말하는 어려움이다.

 우선 직원관리.

 “남성 간에는 뭔가 문제가 생기면 술로 푼다는데, 여성 간에는 그게 참 힘들어요.”

 “여성기업이라서 솔직히 여성직원이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꼭 필요한 시기에 출산휴가 등으로 인해 공백이 생겨 어려움을 겪습니다.”

 “남성 팀장이 팀원 모두를 데리고 경쟁사로 이적한 적이 있습니다. 팀장만 믿고 있었는데 이럴 줄 전혀 몰랐죠.”

 가정사도 골치다.

 “업무로 인해 늦게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고3 수험생인 아들을 못 챙겨줘서 미안합니다.”

 “운동회 등 학교의 큰 행사가 돌아오는 것이 두렵습니다.”

 물론 남성 위주의 사회 벽을 체감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A 여성벤처기업의 CEO는 “‘여자가 무슨 사업을 하느냐’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초창기 외국기업만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펼쳤다는 B 여성벤처기업 CEO는 “국내기업들은 비즈니스에 술 접대가 필수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들 여성 CEO는 결코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는다. 난관이 있을 때마다 극복할 수 있음을 확신하고 이를 더 악문다. 어떻게 세운 회사고, 어떻게 일궈온 회사인데 쉽게 물러날 수 있느냐며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는다.

 여성벤처기업인의 이 같은 의지는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바이오업체인 메디포스트의 상장을 계기로 여성 벤처기업들의 코스닥 상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케이블모뎀업체인 케이블렉스 등 해외시장 개척업체들도 계속 증가 추세다. 디지털콘텐츠업체인 비즈키즈는 신규사업인 교육용 전자완구를 해외에 먼저 내놓을 계획이다.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 비즈니스를 키워나가는 업체도 여럿 있다. 음식물처리기 개발사로 올해에만 매출 500억원을 내다보고 있는 루펜리는 건조된 음식물에 톱밥 등 첨가물을 섞어 고형연료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또 명함인식기 솔루션개발사인 한국인식기술은 명함인식기 기술을 기반으로 휴먼네트워크종합관리솔루션을 개발중이다.

 여성벤처기업이 이처럼 두각을 나타내는 배경에는 여성벤처기업협회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로 출범 8년째를 맞는 여성벤처협회는 여성 CEO의 약한 인적 네트워크 그리고 국내외 마케팅 한계, 인력 수급의 어려움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 두 가지 큰 목표를 달성했다.

 하나는 세계 최초의 여성벤처타운 조성이다. 최근 경기도의 판교 테크노밸리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가시화된 것으로 2008년 하반기 또는 2009년 상반기께 입주할 예정이다. ‘u스테이션(가칭)’으로 명명한 여성벤처타운은 2600여평(총 건평 1만4000평) 규모에 10층으로 설립되며, 15개사 안팎이 처음 입주한다.

 여성벤처펀드의 결성도 빼 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안정·보수 위주의 투자를 펼치면서 여성벤처로의 자금유입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성돼 의미가 크다. 여성벤처협회의 제안으로 한화기술금융이 중기청의 지원을 바탕으로 올 2월 10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디스플레이 소재업체인 에너솔과 교육콘텐츠업체인 하바놀이학교에 각각 10억원을 투자했으며, 한화기술금융 측은 내년까지 전체의 50%인 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여성벤처 업계의 마케팅 지원에도 협회의 몫은 크다. ‘기술은 있지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여성 벤처기업인의 고충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들어 서울시·한전·KT 등과 ‘여성벤처기업 제품 설명회’를 개최했다. 특히 서울시는 100여개 부서, 50여개 사업소 및 공사·공단 그리고 25개 구청 구매담당자 등이 총 출동하며, 여성벤처기업의 판로 개척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여성벤처기업의 이미지 쇄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협회는 전국 각 지역의 주요 대학을 순회하며 여성기업인 성공사례 발표를 통해 예비 또는 초기 여성기업인들이 사업하고자 하는 의지를 북돋고 있다. 특히 이 행사는 여성벤처사업가들에게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여성벤처기업 수는 계속 확대 추세다. 여성벤처협회에 따르면 2004년 말까지만 해도 200개사를 약간 넘는 수준이었던 회원사 수는 이미 300개사를 넘어섰다.

 여성벤처기업의 성과는 아직 미진하다. 그러나 이들 여성 CEO는 지금까지의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21세기는 자신의 무대가 될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송혜자 여성벤처협회장은 “경기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여성 벤처기업들은 오히려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사회 전반에서 여성이 주목을 받듯이, 여성벤처기업가들의 성공사례가 앞으로는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이어서 “이들 여성벤처기업가의 성공사례는 후배 여성벤처기업가 그리고 사회 전반으로 여러 의미가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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