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시장을 주도해 온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 ‘토종 빅3’ 업체의 시장전략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장점유율 수위인 삼성전자는 일반 소매유통(B2C)에 치중해 수익성 위주로 사업구조를 점차 바꾸는 반면에 지난해 LG IBM과 분리한 LG전자는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직판(B2B)을 중심으로 경쟁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법정관리 등 여파로 주춤했던 삼보는 조달·행망과 같은 공공(B2G) 분야에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삼성·LG전자 엇갈린 성적표=주요 시장조사기관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노트북PC 시장점유율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희비가 교차했다.
최근 수년 동안 전체의 30% 이상을 점유하던 삼성이 올 상반기 28%대로 ‘30% 고지’에서 처음으로 밀려난 것. 이에 비해 LG전자는 22%대로 코밑까지 삼성을 추격했다.
이는 삼성과 LG전자의 상이한 전략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한 마디로 삼성은 수익, LG는 규모에 초점을 맞춘 것.
실제 전체 시장점유율은 떨어졌지만 일반 유통 채널에서 삼성은 지난 2004년 38.7%, 2005년 37.6%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36.7%로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LG전자는 2004년 19%, 2005년 17.6%에 이어 올해 15.7%로 떨어졌다.
대신 LG는 기업시장에서 작년에 비해 무려 10% 정도 상승하는 기염을 발휘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04·2005년에 22%에 머물렀지만 올 1분기 32.9%, 2분기 28.9%로, 상반기에만 처음으로 30%를 넘는 30.9%의 점유율 달성에 성공했다. 수익보다는 규모 위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기업시장에서 선전하면서 LG의 전체 점유율도 크게 올라간 셈이다.
삼보는 법정관리 이후에도 공공을 중심으로 한 조달 부문에 힘입어 노트북PC 전체 시장에서 12.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보는 유통에서는 지난해 17.3%에서 올 상반기 14%대로 떨어졌지만 행망과 직판에서는 전년 9.1%에서 올 상반기 10.2%로 올라섰다.
◇토종 브랜드 ‘아성’ 굳건=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노트북PC 시장에서 삼성·LG·삼보 3개 사를 합친 전체 점유율은 지난 2년 동안 큰 변화가 없어 주목된다.
2000년 이후 국내 노트북PC 시장은 매년 판매 면에서 20% 이상 성장하면서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가 진출했거나 사업을 강화해 왔다. 결과적으로 국내시장에서 토종 브랜드가 아직도 건재함을 보여준 셈. 3개사는 지난 2004년 이후 지금까지 33∼35%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했다.
하지만 세부 채널별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특히 용산전자상가 등 집단 상가 비중이 가장 변화가 심했다. 토종 브랜드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반면에 외산 브랜드가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
삼성은 무려 올 상반기 작년에 비해 10%, 삼보도 3%가량 상가 매출 비중이 줄었다. 이에 따라 3개사의 판매비중도 2005년 64%에서 올 상반기 52%로 떨어졌다. 대신에 이 자리를 외산업체가 메운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 전자 전문점인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를 보면 하이마트는 LG전자(39%, 삼성전자 31%)가, 전자랜드는 삼성전자(36%, LG전자 25%) 비중이 다소 높아 브랜드와 특정 채널 별로도 판매량에서 차이를 보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용산 등 전문상가 비중이 줄었지만 아직도 전체 노트북PC 수요 가운데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브랜드 업체일수록 최근 부쩍 불투명한 도매 매출을 제한하면서 상가 비중을 축소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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