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독일의 방송·통신 융합 규제 및 법 체계는 연방국가라는 통치 체계와 2차 세계대전을 거친 역사적 특성을 반영한다. 우리와 객관적 조건은 다르지만 이미 지난 97년, 융합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는 법을 세계 처음 제정했다는 점에서 벤치마킹할 요소가 많다.
독일은 기본법에서 통신 영역은 연방정부 관할에, 방송은 주 정부 소관으로 각각 맡기고 있는 ‘복합규제체제’ 형태다. 산업적 특성이 강한 통신은 연방정부에서 다루고 있지만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방송은 오랜기간 주 정부에서 맡아왔다. 이런 이유로 독일 정부는 통신과 방송 정책을 단시일 내에 단일한 체제로 바꾸는 방안보다는 각각의 영역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는 점진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무엇보다 독일의 통·방 융합 관련 법이나 규제기관 재편 논의는 기존 법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새로운 제 3의 융합법을 제정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과도기적인 관점을 갖고 단계적이나마 새로운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는 법 및 규제기관을 만들어나가는 시각의 긍정적인 요소를 살펴볼 때다.
독일 정부는 독일연방기본법에 통신과 방송의 자유를 보장한 후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의 고유한 입법 권한을 분할하고 있다. 우편, 통신 분야는 연방정부에, 문화, 방송은 주 정부에 그 권한을 두었다. 그러나 방송은 내용(콘텐츠)과 기술에 대한 권한을 다시 이원화한 것이 특징이다. 즉, 방송의 기술적 인프라 구축 권한을 연방정부에 귀속시켰다.
독일은 지난 97년 세계 최초로 ‘멀티미디어법’을 제정했다. 뉴미디어를 이용한 매체 산업의 감독권한에 대해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에 분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는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와 멀티미디어 서비스 등 뉴미디어 관련 서비스를 통신 서비스로 규정하고자 했으며, 주 정부들은 뉴미디어 서비스도 방송 서비스의 하나로 주 정부 관할사항이라고 맞섰다.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접근은 자연스럽게 기존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간의 권한 재설정, 그리고 이에 앞서 서비스의 개념 분류를 다시 잡는 것에서 시작했다.
특히 연방과 주 정부의 권한이 전통적으로 구분돼 있는 상황에서 헌법상 방송과 통신을 하나의 규제 틀 안에 포함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권한 분할을 고수한 상태에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 서비스 영역만을 관장하는 제3의 법을 입법하고자 했다.
이 결과 연방정부는 97년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서비스법’(luKDG)을 제정했고 주 정부들도 이에 대응해 ‘미디어서비스국가협정(MDStV)을 각각 체결했다.
독일은 이후 연방정부 및 주정부의 미디어 정책 관련 법적 틀에 대한 2차 정비 조치로 ‘특정한 전자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서비스에 관한 규정의 단일화를 위한 법’(일명 전자상거래단일화법·EIGVG)의 제정과 ‘제 9차 방송국가협정’ 개정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일차적으로 지난 2003년 방송과 텔레미디어에 대한 청소년보호 권한을 청소년 매체보호국가협정에 집중시킴으로써 주정부 소관으로 넘겼다. 대신 데이터 보호를 연방에 귀속시키기로 주 정부와 합의했다.
현재 독일에는 텔레서비스 및 미디어서비스를 아우르는 연방정부의 전자상거래단일화법안이 제출돼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이 단일화 법안은 텔레미디어법(TMG),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진입통제서비스보호법 개정안, 발효 및 효력 상실 등 4개 부문으로 돼 있다. 법안의 1조가 새로 제정되는 텔레미디어법에 해당하고, 제 2조와 제 3조는 각각 기존의 청소년보호법과 진입통제서비스보호법의 개정 내용을 담고 있는 식이다. 연방 관할의 텔레미디어법 제정에 대응해 주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 9차 방송국가협정 개정안은 이름을 ‘방송 및 텔레미디어 국가협정’으로 개칭하고, 규제 대상도 방송을 넘어서 텔레미디어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텔레미디어의 개념은 통신이나 방송에 해당하지 않는 한 모든 전자적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서비스로 정의하고 있다. 텔레비전문자방송, 라디오문자방송, 텔레쇼핑 채널 모두 텔레미디어로 분류된다.
본(독일) =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독일 통신·방송 정책 및 규제기관 현황
통신정책 수립 및 집행은 연방정부의 경제노동부(BMWA)에서 맡아 수행한다. BMWA는 지난 2002년 연방의회 선거 후, 기존 연방경제기술부와 연방노동사회질서부가 통합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12개의 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산하에 연방노동법원 외 9개의 기구를 두고 있다.
BMWA 산하인 ‘통신우편규제청(RegTP)’에서 통신 우편 규제기능을 수행한다. 우리나라의 통신위원회에 해당되는 ‘RegTP’는 청장과 2명의 부청장외에 6개국 및 5개 결정위원회를 두고 있다. 통신 및 우편 분야의 규제, 주파수 관리, 전파장애 해결, 시장 관찰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방송정책과 규제는 좀 더 복잡하다. 방송정책은 각 주정부 주총리실에서 맡는 대신 연방 차원의 방송정책은 주총리 회의에서 조율한다. 주총리 회의는 1년에 4번 소집되며, 방송국가협정에 대해서는 만장일치의 합의로 결정하게 돼있다. 방송 규제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으로 구분돼 있다. 공영방송은 외부 조직이 아닌 방송사 내부의 방송위원회에 의해 자율통제 형태다. 수신료 인상액수에 대한 결정만을 ‘공영방송사재정수요조사위원회’에서 맡는다.
민영방송사에 대한 규제는 각 주의 주 매체기구, 즉 미디어관리청에서 담당한다. 청은 방송 허가, 광고, 내용규제 등 민영방송사 전반에 대해 감독한다. 미디어관리청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관으로 주에서 분담하는 방송요금의 2%를 지원받아 운영된다. 16개 주에 15개 주 매체기구가 설치돼 있으며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는 공동의 주 매체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통신·방송은 감독기구가 많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기본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분리된 방송과 통신 관련 감독기구를 어떻게 통합 내지 축소할 것인가가 최근 규제기구 통·폐합 논의의 핵심이다.
방송의 경우 주 매체기구 수를 축소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가 이미 개별 주를 넘는 공통된 규제기구를 운영하고 있다는 데서 성공 사례를 찾고 있다.
◆독일 지상파DMB 상용화
국제사회의 영향력이나 경제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정보통신 환경이었던 독일이 근래 광대역 멀티미디어 서비스 육성을 기치로 발빠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복잡한 규제환경에서 비교적 더딘 모습을 보였던 통신·방송 서비스 산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채찍질하려는 것이다. 최근 계기가 된 일은 2006 독일월드컵이다.
독일은 베를린·뮌헨·퀼른·슈투트가르트·프랑크푸르트 등 5개 도시에서 지난 5월부터 지상파DMB 실험방송을 하면서, 기존 DVB-H와 더불어 차세대 휴대이동방송 서비스를 본격적인 경쟁구도로 전환했다. 이에 앞서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미디어협회는 지상파DMB와 DVB-H를 모두 표준으로 채택, 월드컵에 이어 2007국제전자방송전시회(IFA) 때까지 시범서비스를 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독일 3위 이동통신사업자 데비텔은 DAB(L-밴드)용 주파수를 활용, 5개 도시에서 실험방송을 실시한 데 이어 연말까지 12개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국내 삼성전자의 L-밴드용 단말기(SGH-P900)가 1만5000대 가량 공급되기도 했다.
독일은 나아가 최근 지상파DMB 서비스를 주변 국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독일 바이에른주 방송규제기관인 BLM의 ‘마이프렌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마이프렌드는 애초 BLM이 주 내 DMB 도입을 위해 추진했던 사업이었으나 주변국 다수 기관이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범유럽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지난 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총 2년간 진행되는 마이프렌드 사업에는 현재까지 9개국 70여개 기관이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내달 28일에는 바이에른주 레겐스버그에서 두 번째 실험방송이 예정돼 있다.
한편 독일 정부는 광대역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 5월 내각 차원에서 초고속망 투자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인터뷰-요이터 독일연방정부 경제기술부 주파수정책국장
△ 정책수립의 이원화로 발생하는 문제는 없는가
-연방정부에서 통신 역무 외에 방송용주파수에 대한 정책을 함께 수립한다. 16개 주에는 미디어관리청이 있고, 사업권을 지정하고 프로그램 관련 규제를 맡는다. 두 기관간 협의를 통해 사안을 처리한다.
△97년 커뮤니케이션법이 제정된 후 몇 차례 법이 다시 개정되고 있는데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충돌하는 일은 더욱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특히 모바일TV처럼 융합서비스가 등장했다는 시대적 변화도 있다. 통신이나 방송 어디서 출발을 하든 융합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 커뮤니테이션법에 이은, 텔레미디어법으로도 융합서비스를 수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고, 이 역시 재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법개정 방향은 어떤 식으로 논의되는가
-논의 방향을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통신 역무의 경우 최소한의 규제와 자율규제를 제정하는 데는 공감대가 마련됐다. 융합서비스에 대해서는 연방정부에서 규제를 맡게 되지만, 시장의 논리에 맡겨야한다는 게 공통인식이다. 방송 역시 주 정부에서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4G 주파수 정책 방향은
-작은 관료주의와 빠른 분배로 압축할 수 있다. 모든 사업자에게 문을 열어놓고 주파수를 할당하는 시장지향주의로 정책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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