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할리우드가 디지털시네마 표준 권고안인 DCI(Digital Cinema Initiatives)를 발표하자 국내 민간 사업자들과 정부도 디지털시네마 전환을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디지털시네마 비전2010을 발표하면서 2009년까지 13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디지털 영화파일의 압축, 저장, 전송 등에 관련된 일련의 표준안을 다듬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CJ CGV를 비롯한 영화 복합개봉관 업체들도 디지털영사기, 디지털서버 등 장비 업체들과 통신사업자와 협력의 물꼬를 터고 디지털시네마 상영 환경을 구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발맞춰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중 15%는 디지털 상영시스템을 갖춘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으며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디지털시네마 상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팔걷었다=문화부는 우선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안정숙)를 중심으로 디지털시네마 관련 기술수요 조사와 표준화 연구 등을 통해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한국 표준의 1차 기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시네마 테스트베드를 구축, 운영하고 9월까지 장비 구축 완료, 올해 말까지 테스트 베드의 실질적인 운영에 나서기로 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환경에서 호환이 가능한 서버와 디지털 파일 포맷 연구, 스크린 크기와 영상의 해상도, 극장 환경에 따른 설비 수준, 국내 보안 시스템 기준 등 한국적 표준화를 이뤄내기 위한 다양한 기술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디지털시네마의 핵심 부분인 배급 과정에서도 가장 중요한 보안 관련 기술 검증체계를 확보하고 불법 유출 원천봉쇄와 사후추적 시스템 병행, 콘텐츠 보호 기능 강화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해 안에 한·중·일 동북아 디지털시네마 협의체를 구성하고 전 세계 디지털시네마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협의체는 기술 및 디지털 시네마 정책 교류 및 협력, 디지털시네마 기술 가이드라인 협력 분야 및 실천 방안 논의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복합개봉관 업계 중심, 테스트 나서=3대 복합개봉관인 CJ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중심으로 민간 업계도 디지털시네마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밖에 프리머스시네마와 서울시극장협회, 전국극장인연합회 등도 동참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할리우드 DCI를 따르는 디지털 영사기가 설치된 스크린수가 70여개에 달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100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CJ CGV는 이미 지난 상반기 국내 처음으로 네트워크 전송 방식의 디지털 영화를 상영했다. 인디 영화 ‘마법사들’이 그 주인공인데 할리우드 권고안인 해상도 2K 방식이 아닌 1.3K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교적 후발주자인 롯데시네마도 최근 11개 관에 각각 2K급 디지털영사기를 1대씩 도입했다고 발표하는 등 디지털 상영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극장 업계의 움직임도 더욱 발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추진 현황=가장 앞서 있는 미국에서는 디지털영사기 업체 및 위성 네트워크망 업체가 미국 내 3000개 스크린에 디지털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약 1000개의 디지털상영 스크린이 확보될 전망이다.
일본은 디지털시네마의 선두 업체인 T조이가 올해까지 100개 이상의 디지털 상영관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은 앞선 기술력과 장비를 바탕으로 한·중·일 디지털시네마 협의체를 통해 영화 콘텐츠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유럽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디지털시네마를 도입하고 있다. 영국은 이미 250여개의 디지털상영 스크린을 확보했으며 네덜란드·이탈리아·아일랜드·독일 등도 10∼20여개의 디지털 상영 스크린을 확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차이나필름그룹이 100개 이상의 디지털 극장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현재 소규모 상영관 위주로 할리우드 권고안 2K보다 해상도가 낮은 1.3K급으로 디지털 시네마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구가 많고 땅이 넓은만큼 어마어마한 디지털 시네마 장비 및 관련 기술 수요처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디지털시네마 상영관 장비 보유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