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예약판매`가 성패 가른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7·8월 주요 휴대가전업체 예약판매 현황

 가전업계에 예약판매 신드롬이 불고 있다.

 휴대형 멀티미디어기기(PMP)·내비게이션 등 젊은층이 주 고객인 휴대가전은 예약판매가 일종의 ‘등용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약판매 실적이 ‘입소문’을 타고 확대 재생산되면서 ‘프리마케팅(pre-marketing)’ 효과가 짭짤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도 예약판매를 처음 도입하는가 하면 디지털TV 등 고가 가전제품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업체들간 장래 고객을 미리 확보하려는 경쟁이 가열되면서 예약판매 이후 제품 출시일정을 못 맞추는 부작용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예약판매가 흥행 좌우=가격할인이나 사은품 증정 혜택을 제공하는 예약판매는 그동안 게임 등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주로 써온 ‘프리마케팅’이다. 가전업계에서는 에어컨 등 일부 계절가전을 제외하고는 사례가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PMP·내비게이터 등 전문업체가 속속 예약판매에 나서고 있다.

 특히 휴가철 특수를 겨냥해 지난 달부터 줄잡아 10여개의 PMP·내비게이터 업체가 일제히 예약판매에 나서 거의 ‘실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표 참조

 정규식 옥션 내비게이터 담당 매니저는 “예약판매 열풍은 장래의 고객을 미리 확보하거나 사전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측면이 강하지만, 판매실적도 일반 판매 못지않아 더욱 뜨거워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디지털큐브는 다음달 출시예정인 PMP ‘T43’을 10일간 예약판매해 1만대를 팔았고, 유경테크놀러지도 2번에 걸친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PMP ‘빌립 P2’를 예약판매를 통해 5700여대 팔았다. 이는 PMP 업체들이 일반 월 판매량 평균이 5000대를 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며 경이적인 수치다.

 ◇대기업마저 속속 가세=삼성전자·LG전자·소니 등 대기업과 외국업체도 예약판매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소니코리아는 MP3플레이어·PMP·디지털카메라 등 휴대가전을 중심으로 예약판매를 관례처럼 도입했다. LG전자는 국내 최초로 출시되는 47인치 풀HD LCD TV 출시에 맞춰 처음으로 고가의 디지털TV 예약판매를 실시해 3000대나 판매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은 예약판매 실적이 시장수요 예측에도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고 소개했다.

 ◇소비자 피해도 속출=미래 고객을 경쟁사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무리하게 예약판매를 강행해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개발 일정보다 훨씬 앞당겨 예약판매를 실시하는 바람에 대금 결제 이후 몇달이 지나도 제품을 못 받아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PMP업체 E사가 지난 4월 DMB수신기와 PMP를 예약판매했지만 아직 DMB수신기가 제대로 배송되지 않은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외에도 생산능력이나 부품수급이 주문량을 못 따라가 갑자기 배송일을 연기하거나 아예 출시일을 2개월 이상 남기고 예약판매에 돌입하는 경우도 있다.

 PMP 커뮤니티 한 관계자는 “제조업체와 공동으로 체험단을 모집했다가 출시가 자꾸 미뤄져 네티즌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예약판매로 미리 자금을 확보해 ‘돈놀이’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정도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예약판매가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장지영·윤건일기자@전자신문, jyajang·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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