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시장의 성장이 유선통신시장의 부침을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은 오래 전 예견된 일이다. 실제로 4조원에 이르던 시외전화 시장은 4분의 1로 줄었고 KT의 시내전화 매출은 3분의 1쪽이 났다. 불과 5년 만의 일이다. KT·데이콤·하나로텔레콤 등 유선사업자 3사의 시장 격차도 심각하다. 정보통신부조차 ‘유선시장과 관련해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유선시장의 탈출구는 없는 것일까. 앞으로 4회에 걸쳐 침체일로에 있는 국내 유선통신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당국의 정책변화 필요성과 함께 대안을 모색해 본다.
“유선통신시장은 사형선고를 받은 지 오래다.”
유선사업자들이 시장을 보는 눈이다. KT는 시내전화 부문 매출이 지난 2001년 이후 1100억∼1200억원씩 감소해 올해는 1조원 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5년 새 3분의 1 이하로 축소된 셈이다. 이 때문에 KT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유선사업 부문은 6조원대에서 4조원대로 떨어졌다.
4분의 1로 줄어든 시외전화시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시외전화시장 점유율이 80%인 KT의 지난해 매출액은 7000억원대. 통화량 역시 지난 2004년 전년 대비 11.2%, 지난해 10.6%로 계속 줄고 있다. 제2 시외전화 사업자 데이콤의 매출은 2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2003년 1200억여원에 달하던 시외전화 매출은 올해 700억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선사업자들은 KT의 ‘안’ 등 지능망 기반의 다양한 유선통신 부가서비스를 출시하며 추락하는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들 스스로 “유선전화가 시한부 인생을 시작한 지 꽤 됐다”는 자조 섞인 말을 내뱉는다.
3800여만에 달하는 이동통신시장 성장은 집전화는 물론이고 보편서비스의 하나로 인식돼온 공중전화의 필요성을 없앨 정도로 통화 패턴을 바꾼 게 사실이다. 특히 이동통신은 시외전화라는 역무 자체를 존폐 위기에 처하게 한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동통신에 이어 새로운 통화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터넷전화(VoIP) 역시 시외전화 시장을 ‘제2의 위기’에 처하게 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유선시장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동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VoIP 시장의 활성화는 유선시장의 부침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견해가 아직은 지배적이다.
유선시장에 대한 이동통신의 위협은 최근 LG텔레콤이 출시한 ‘기분존’처럼 더 구체적인 ‘요금 상품’ 형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분존’은 집 안에서 통화요금을 시내외 구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저가 상품. 즉 유선전화가 거리를 기준으로 1, 2대역으로 구분된 요금 구조를 기반으로 한 데 비해 ‘기분존’은 이 구분을 없애버렸다. 급기야 KT를 비롯한 유선통신사들이 ‘기분존’의 위법성을 지적하면서 통신위원회가 ‘기분존’의 상품 적법성 조사를 진행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한 유선통신사 관계자는 “이동통신의 활성화로 유선시장의 위기가 예견돼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 당국의 통신정책은 이동통신 위주로 진행된 측면이 없지 않다”며 “이제 와서 유선통신시장을 성장 곡선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전환점을 찾을 수 있는 정책 변화는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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