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에 걸리는 사례가 많다. 왜 이런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날까. 뛰는 검사·검역법 위에 나는 바이러스 때문이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는 단백질에 싸인 핵산(nucleic acid)의 일종으로 짧은 시간에 퍼지는 게 특징. 감염 여부를 알려면 ‘면역분석법을 이용한 항원·항체 검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HIV에 감염된 뒤 3주 내에 헌혈한 사람’을 가려낼 수 없다. 그래서 수혈로 인한 감염 위험이 항상 도사린다.
과학기술계와 의학계는 빠르고 간편하게 핵산 검사를 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이오칩’에 눈을 돌렸다. 에이즈를 비롯한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핵산들을 일정한 질서하에 배열한 100∼300마이크로(1백만분의 1)미터 짜리 점(spot)들에 담아 3㎝×7㎝ 정도의 유리기판 위에 찍어내자는 것. 이른바 ‘마이크로 어레이(micro array)’다. 아직 대중화하지 못했지만 수혈 전에 아주 간단하게 에이즈 감염 여부를 가려낼 수 있을 전망이다.
핵산 검사용 마이크로 어레이는 아직 대중화하지 못한 채 연구실 안에 머무르고 있다.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해서다. 앞으로 에이즈뿐만 아니라 B·C형 간염 바이러스,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인 SARS를 유발) 등을 가려낼 마이크로 어레이가 조금씩 실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자들은 이미 기술적으로 마이크로 어레이 한계점을 돌파, 시선을 ‘단백질 나노 어레이’로 옮겼다. 분자 한두 개씩을 한 점에 담아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를 삼는다. 원자힘현미경(AFM·Atomic Force Microscopy) 등을 이용해 나노 어레이 위 분자 한두 개가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알게 됐을 때, 인류는 질병과의 전쟁에서 필요한 고지 중 하나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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