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오리온그룹
오리온그룹은 제과기업에서 토털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주력인 제과에서 여전히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디어, 영화, 외식, 유통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이뤄냈다. 특히 온미디어, 메가박스, 쇼박스로 대표되는 미디어산업에서는 짧은 기간 동안 산업 내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를 통해 90년대 초 매출이 2000∼3000억원대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2조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내달에는 그룹 내 미디어 산업의 양대 축인 온미디어와 미디어플렉스가 잇따라 주식 시장에 상장하며,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미디어시장의 새 강자 ‘온미디어’=오리온그룹의 미디어 지주회사인 온미디어는 지난 95년 애니메이션채널 투니버스로 미디어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온미디어는 현재 12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채널과 4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거느린 복수종합유선·방송채널사용사업자(MSP)로 성장했다. 온미디어의 성장은 외형 성장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성장을 더 주목해야 한다. 온미디어가 보유한 채널들의 시청 점유율을 합치면 전체 케이블TV 시장의 30%대에 육박한다. 투니버스는 전체 케이블TV 채널 중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온게임넷·바둑TV·MTV 등은 확실한 매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다. 또 케이블TV 채널로는 처음으로 디지털케이블 전용채널인 스토리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2년에는 각 채널의 디지털 전환 및 시스템 운영을 전담할 송출법인 ‘디지털온미디어’를 별도법인으로 설립해 채널운용과 비용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였다. 디지털온미디어는 주력인 송출사업 뿐만 아니라 주문형비디오(VOD)와 페이퍼뷰(PPV) 등을 통해 디지털방송시장 공략준비도 마쳤다.
◇영화시장에서도 두각=미디어플렉스는 영화제작 및 배급, 상영 등을 담당하는 회사로 쇼박스와 메가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메가박스는 지난 2000년 5월 코엑스점을 시작으로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업을 시작했다. 메가박스는 서울, 부산, 대구, 수원, 전주, 울산, 광주 등 주요 도시에서 직영 형태로 운영중인 84개 스크린과 김포, 포항 등 중소도시에 위탁 형식으로 운영중인 메가라인의 스크린을 포함해 총 135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목동, 신촌, 동대문 등에서도 상영관 오픈을 계획하고 있어 내년까지 총 200여개 상영관으로 늘릴 계획이다.
2002년에 설립한 영화제작, 배급 및 투자전문회사 쇼박스도 영화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메가박스라는 안정적인 배급라인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OCN, 캐치온 등 5개 영화채널을 보유한 온미디어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그룹사간 시너지효과를 통해 배급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쇼박스는 ‘태극기 휘날리며’로 한국 영화 역대 2위 흥행기록을 세우는 등 다수의 흥행작을 배급했으며, 지난해에도 ‘말아톤’, ‘웰컴투동막골’, ‘가문의 위기’ 등을 배급하며 2005년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기대작인 ‘괴물’, 심형래 감독의 ‘디-워(D-War)’, ‘강적’, ‘아파트’ 등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증권시장 상장으로 탄력=온미디어와 미디어플렉스는 내달 3일과 7일에 각각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에 잇따라 상장된다. 케이블TV 시장의 PP로서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온미디어가 최초다. 지난 23일 공모를 마친 온미디어의 일반 공모에는 1조4370억원의 자금이 몰려들었다. 공모주식수 240만주에 총 5억5271만주가 청약하며 230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높은 관심의 배경에는 지난해 매출 598억원, 순이익 209억원을 기록한 실적과 케이블TV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성과 때문이다. 온미디어는 확보한 공모자금을 통해 자체제작 콘텐츠를 확대하는 등 콘텐츠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코스닥에 상장하는 미디어플렉스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극장 산업 자체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분야인데다, 미디어플렉스의 시장에서의 위치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디어플렉스는 매출 921억원, 당기순이이익 83억원을 기록했다. 쇼박스가 투자와 배급을 맡고, 메가박스가 안정적인 배급망을 제공함으로써 상호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미디어플렉스 역시 이번에 확보한 공모자금을 기존 영화투자 및 배급사업 강화에 투자할 예정이다.
◆통·방 융합시장은 새로운 기회
통신과 방송이 융합되는 시장은 오리온그룹이 새롭게 도전해야 하는 시장이다. 융합환경은 기존의 통신과 방송이 분리됐던 시장과는 다른 새로운 전략을 요구한다.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고 그에 따라 새로운 경쟁자들도 등장한다. CJ그룹, 롯데그룹, 지상파방송사, 전문 영화배급사, 인터넷포털 등 콘텐츠 분야에서 융합시장을 노리는 경쟁자들의 면면도 막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미디어의 강점은 분명이 있다. 다양하고 강력한 콘텐츠 보유가 그것이다.
융합시대에는 기술발전과 융합환경으로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도 지상파·위성DMB, IPTV 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오리온그룹의 콘텐츠 경쟁력은 곧 통·방 융합시대에 생겨날 다양한 플랫폼에서의 영향력으로 직결될 수 있다. 온미디어와 미디어플렉스의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콘텐츠 강화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온미디어 이영균 팀장은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곧 통·방 융합시대를 대비하는 방법”이라며 “자체제작을 늘리고, 공모자금을 콘텐츠 강화에 투자하는 것 등 일련의 활동들이 미래를 대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온미디어는 이미 위성DMB를 통해 온게임넷과 투니버스를 송출하고 있다. 디지털케이블 시장을 겨냥해 올 초 디지털케이블 전용 영화채널 ‘스토리온’도 론칭했다. 이와 함께 현재 국내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PAR룰(프로그램액세스룰)이 적용되면 온미디어의 시장 진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쇼박스를 통해 확보한 양질의 영화 콘텐츠도 다양한 융합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원소스멀티유즈라는 창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 더욱 효과를 발휘할 전망이다.
◆오리온그룹의 경영전략
오리온그룹은 재계에서 변신에 성공한 기업의 대명사로 통한다. 제과업에서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2000억원대 매출에서 2조원대 매출 기업으로 변신했다. 오리온 측은 성공요인이 단순히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선정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고객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제공하겠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먹는 즐거움에서 보는 즐거움, 느끼는 즐거움까지‘로 발전하며 사업분야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오리온그룹의 성공요인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스마트 경영’이다. 스마트 경영은 담철곤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것으로, 핵심 20%를 찾아 잘되는 곳에 더 힘을 실어주고, 되지않는 것은 과감하게 버려 상향 평준화를 지향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94년부터 200여개에 달하는 오리온의 브랜드 수를 정리, 60개로 줄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를 통해 경영에 손실을 입히던 브랜드 투자금액을 잘나가는 브랜드에 전폭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
둘째,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다. 케이블TV 채널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온미디어는 ‘투니버스’ 하나로 시작됐다. 오리온그룹의 케이블TV 사업은 IMF 당시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구조조정으로 시장에 나온 케이블 채널 매물들을 과감하게 사들였다. 대우로부터 케이블 채널 DCN(현 OCN)을 인수하고, 삼성 소유의 캐치온을 인수했다. 또 MTV 등 성장성이 약하다며 시장에 나온 채널들을 인수하고 온게임넷, 바둑TV 등 신규 채널장르를 출범시키며 지금의 12개 채널을 보유한 온미디어로 발전시켰다. 또 IMF로 어려움을 겪던 2000년에 극장사업을 시작하여 현재 135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극장 메가박스로 위용을 갖췄다.
마지막으로 학력·성별·지역 차별의 철폐다. 오리온그룹은 조직 내 능력있는 인재에 대해 과감한 투자와 권한을 이양한다. 과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구상할 당시 끼와 능력이 있는 20대 젊은 직원들로 신규사업 TFT를 구성하고 20억원의 자금 집행권까지 준 일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TFT의 일원이 현재 오리온그룹 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온미디어 김성수 사장, 미디어플렉스 김우택 사장, 롸이즈온 문영주 사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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