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이 게임을 개발했던 3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습니다.” 아케이드 RPG ‘루니아 전기’를 통해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올엠 이종명 사장의 말이다. 그만큼 그에겐 지금의 하루하루가 더욱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다. 게임이 가진 매력에 빠져 처녀작인 ‘루니아 전기’를 자신있게 내놓았지만, 초반 반응이 너무도 냉담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너무 자만에 빠져있었던 것 같습니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이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모든 준비는 완료된 것처럼 보였다.
예측가능한 모든 것들을 꼼꼼히 따져가며, 그에 걸맞은 대처 방안까지 준비해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그런 생각은 오산이었고 유저의 니즈를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됐다고 한다. 즉 ‘이정도면 되겠지’ 보다 ‘이정도론 안돼’라는 끊임없는 자기 반성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 ‘인간존중’ 최고의 가치
사실 그가 처음부터 게임개발에 뜻을 둔것은 아니었다. 그는 게임 개발보다 창업에 더 큰 포부가 있었고, 서울대 경영학과 3학년 재학시절 우연한 기회에 해외 탐방을 간 것이 계기가 돼 현재의 올엠을 설립하게 됐다.
“제가 처음 창업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창업이라는 것이 큰 이슈가 되진 못했습니다. 저도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해외 기업들을 방문하면서 이런 저의 생각이 바뀌게 됐습니다.” 당시 모토롤러와 휴렛패커드와 같은 회사를 방문하면서 그들의 ‘인간존중’ 문화에 대해 큰 감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에 종속된 하나의 부품이 아닌,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으로 인식되어지는 그들의 기업문화를 지켜보면서, 이사장은 그런 기업을 한번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갖게됐다.
“모토롤러를 방문했을 때 기업홍보관 직원과 대화를 나눈적이 있습니다. 나이가 많으신 분이었는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고용한 분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모토롤러의 직원이었고, 본인이 추진했던 프로젝트에 열성을 갖고 소개하는 모습을 보고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은퇴를 한 후에도 기업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게 도와준 회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닌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정한 것이다.
# 온라인 그래픽 게임을 꿈꾸다
이런 그의 생각은 현재 김영국이사와 함께 회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그 빛을 발하게된다. 아케이드 게임인 ‘버추어파이터’를 즐겨하면서 김이사와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이사장은 김이사와 함께 그들의 꿈을 실현해보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땐 게임 개발을 염두해 두고 있진 않았습니다. 창업 아이템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게임은 언제나 저희와 함께 있었습니다.” 웹 에이전시로 시작 유명 영화들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면서 인정받았지만, 언제나 가슴 한 구석엔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게임개발이었다.
회사 설립 당시만해도 지금의 그래픽 기반 게임이 아닌 PC통신을 통한 텍스트기반 머드게임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이었다. 이 사장은 앞으로 게임 시장은 텍스트가 아닌 그래픽이 주가 될 것이라고 판단, 온라인 그래픽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준비를 하게된다. 하지만 넥슨의 ‘바람의 나라’가 나오면서 그의 꿈은 무너지고 만다.
“최초의 온라인 그래픽 게임을 만들어 보고자 했는데 ‘바람의 나라’가 선수가 치더군요. 그래서 ‘루니아전기’에게 큰 애착이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최초의 온라인 그래픽 게임은 만들지 못했지만, 그에겐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루니아전기’로 마침내 이루어지게 된다.
# ‘웰메이드’ 개발사로 남을 것
“이제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그에 맞는 실력을 갖추느냐가 중요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온라인 게임시장은 현재 위기이자 기회라고 한다. 많은 개발사들이 앞다투어 게임을 선보이고 있지만, 성공확률은 예전에 비해 낮아진것이 사실이다.
과거 온라인 게임이 대한민국이라는 보호막을 통해 경쟁우위를 가졌다면, 현재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더이상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해외 유명 게임들이 온라인화되면서 시작된 해외개발사들의 공격을 온라인 강국이라는 자부심만으로 이길 수 없다는 것.
“이젠 ‘웰메이드’ 게임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이는 곧 개발사들에게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지금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게임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서는 것이 결정될 것입니다.” 작품성이야말로 중소개발사들이 살아남는 법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가 말하는 ‘세계정복’ 역시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시장에 안주하기 보단 대한민국 최고가 세계최고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시장에 통하기위해선 대한민국에 통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에 안주해선 안됩니다. 게임을 통해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우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인간존중을 최고의 기업문화로 삼는 그에게 기대를 가져보는 것은 게임을 개발하는 것 역시 사람의 몫이고, 세계시장에 우뚝서는 것도 사람의 몫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니까 말이다.
<모승현기자 사진 =한윤진기자@전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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