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을 둘러싼 미국·일본 간 경쟁이 올 들어 더욱 격화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 정부가 올해부터 총 1000억엔을 투입해 세계 최고속 컴퓨터를 개발키로 한데 이어 미국에서는 복수의 정부기관들이 나서 차세대 컴퓨터 개발 프로젝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 나라의 슈퍼컴 성능 경쟁은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각종 시뮬레이션을 고속으로 실행할 수 있는 슈퍼컴 기반 기술이 불가결하다는 공통된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97년 4월 400억엔의 예산을 책정한 5개년 국가 프로젝트로 시작해 탄생한 ‘어스시뮬레이터’ 이래 양국은 초고속 연산 1위 자리를 놓고 자존심을 건 승부를 계속하고 있다. 일 정부은 아예 경속 컴퓨터를 ‘일본이 향후 과학기술·학술연구·산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핵심기술’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슈퍼컴 시장 규모는 약 20억달러로 추정되며 어스시뮬레이터가 2002년 세계 최고속 기록을 확보한 이래 양국간에 연산 속도 경신이 이뤄진 가운데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일, 세계최고속 블루진 깨자=독립행정법인인 이화학연구소는 지난 4월 세계 최고속의 슈퍼컴 개발을 목표로 국가 프로젝트를 발족시켰다. 초당 1경회(京回)의 계산을 실행하는 ‘경속컴퓨터’를 오는 2011년까지 개발한다.
경(京)은 조(兆)의 상위 숫자 단위며 초당 1경회는 10페타플롭스(P)에 달한다. 이는 현재 미국 로렌스리버모어연구소가 보유한 세계 최고속 슈퍼컴인 블루진보다 약 35배나 빠른 속도다.
일 정부는 경속컴퓨터 개발과 이용 환경 정비를 위해 약 1000억엔을 개발비를 투입한다. 연구는 이화학연구소가 주도하고 산·학 등의 협력도 끌어낼 계획이다. 이달 내로 제1차 협력회사 8개사를 정식 발표할 예정이며 NEC·후지쯔·히타치제작소 등 컴퓨터업체들의 참여가 예상된다.
◇미국의 대응=미국도 2002년 일본의 어스시뮬레이터에 뒤졌던 경험을 바탕으로 절대 뒤처질 수 없다는 각오다. 국방부 및 에너지청이 각각 슈퍼컴 이용 기관과 개발업체를 지원해 차세대 슈퍼컴 개발에 한창이다.
슈퍼컴 개발업체인 크레이사는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으로부터 차세대 슈퍼컴 개발 명목으로 2500만달러를 지원받았다. 이 회사 피터 웅가로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르면 오는 2008년 말에는 1P를 넘는 신형 슈퍼컴을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DARPA는 IBM,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에도 개발 자금을 지원해 늦어도 2009년까지는 제품화할 예정이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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