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디지털 한국’으로 대표되는 IT산업이 우리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번 독일 월드컵에 참가한 32개국의 이미지를 축구공에 표현했는데 우리나라 축구공에는 컴퓨터·휴대폰 등 전자기기가 가득 차 있을 정도로 IT 강국으로서의 이미지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ITU에서 발표한 디지털기회지수 1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IT산업은 우리나라 대표 산업으로 성장해 지난해 국내 GDP의 15.6%, 수출의 42.5%를 차지하는 등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에 비해 우리 산업의 IT 활용도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2005년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기업의 인터넷 활용도(38%)는 덴마크(70%)의 절반 수준으로 OECD 17개국 중 15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IT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 분야, 특히 제조업은 IT를 활용한 생산성 혁신과 경쟁력 제고 효과가 미흡한 실정이다. IT가 산업 부문의 연쇄적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생산적 인프라로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애써 깔아놓은 고속도로에 다녀야 할 트럭은 보이지 않고 기껏 관광버스만 다니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인터넷이 90년대 말 생산성 붐을 홀로 주도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미국 기업의 50% 이상이 기업 내부 정보화에서 벗어나 ‘IT를 활용한 기업 간 통합’의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IT의 활용이 생산성 혁신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것이 지난 20년간 유럽(2.5%→1%)과 미국(2%→3%)의 경제성장률 차이를 가져온 결정적인 요인임을 감안하면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기업과 산업, 나아가서는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IT를 활용한 생산성 혁신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소모성 자재의 전자상거래, 회계·인사시스템 전산화 등 기업 내 IT 활용 단계에 머물러 있다. 생산·제조 등 기업 핵심업무의 IT화를 통한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 강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혁신역량과 자금력 면에서 열악한 중소기업의 IT 인프라 활용도가 낮은 것이 생산성 혁신에 결정적 장애가 되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우리는 지금까지 걸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 프로세스와 산업구조의 혁신적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기술과 인프라 활용을 통해 ‘기업 간 통합’을 이루고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혁신하는 것은 양극화·고환율·고유가 등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과제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3월 ‘질좋은 성장’ 9대 과제 중 하나로 ‘IT를 활용한 생산성 혁신’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과 산업발전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 기존의 ‘전자상거래과’를 ‘디지털전략팀’으로 기능을 확대 개편했다. 자동차·조선·철강·섬유 등 주력 제조업을 시작으로 IT 신기술 및 인터넷 등을 활용한 생산성 혁신모델을 적극 발굴·확산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미국의 한 최고경영자는 “2004년 닷컴기업 붐과 그 붕괴는 시작의 끝(the end of the beginning)이며 지난 20년간 화두였던 IT 혁명은 서막에 불과하다”고 갈파했다. 지난 20년이 협력과 연계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들을 만들고 연마하는 기간이었다면 이제 이 도구들을 이용해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혁신하는 진정한 IT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혁명을 통해 우리 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한 단계 상승시키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종갑 산업자원부 차관 jongkkim@moc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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