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파방송사가 주도해온 방송 콘텐츠 시장에 제동을 걸 새 거인의 탄생.’
CJ미디어(대표 강석희)가 지상파방송사 규모의 초대형 종합 엔터테인먼트 케이블 방송 채널을 설립한다.
강석희 CJ미디어 대표는 12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된 ‘KCTA 2006전시회’ 행사장에서 “연예 매니지먼트 업체인 DY엔터테인먼트(대표 신동엽)와 함께 오는 9월 종합 엔터테인먼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인 토털 버라이어티 네트워크(TVN)를 설립하고 향후 5년간 1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1500억원은 최근 새 경인민방 사업권을 획득한 경인티브이의 초기 자본금에 육박하는 규모로, 사실상 ‘지상파급의 케이블 채널 출범’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그간 지상파방송사가 주도해온 방송 콘텐츠 시장에 대기업 계열의 새로운 강자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CJ그룹이 지난해부터 회장실을 중심으로 그룹의 미디어 전략을 고민해 왔으며 12일 발표는 이 같은 고민을 적극 반영한 그룹 차원의 미디어 중점 육성 전략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CJ, DY엔터테인먼트와 제휴=CJ미디어는 국내 2위 복수PP로서 엠넷·채널CGV·올리브네트워크 XTM·엑스포츠·챔프·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등을 보유한 강자다. 최근 업계 1위인 온미디어를 따라잡으며 지상파 계열 MPP 3사와 함께 ‘5강’을 이루는 주체다.
DY엔터테인먼트는 개그맨 신동엽씨가 설립한 예능 전문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김용만·유재석·이혁재·노홍철 등 오락 부문의 정상급 엔터테이너들이 포진해 있다. CJ미디어는 이날 ‘KCTA 2006전시회’ 행사장에서 DY 측과 프로그램 공동 기획·제작 및 출연진 교류 등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DY와 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초기 경쟁 채널이 될 EtN이나 코미디TV보다 월등한 콘텐츠 제작 능력을 보유한 셈이다.
◇TVN의 잠재력=CJ미디어는 TVN을 효율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케이블TV 채널을 이미 확보한 KMTV를 채널 변경하는 형태로 설립한다. 기존 KMTV는 신규 채널로 다시 론칭돼 케이블TV 채널 확보 영업에 나선다.
CJ미디어 측 고위 임원은 “올해 TVN 투자 금액은 200억원”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개국과 동시에 PP의 시청 점유율 순위 5위 이내에 도전하며 장기적으로 1위를 노린다”고 설명했다.
TVN은 드라마와 버라이어티 장르를 80% 이상 편성하는데 자체 제작 비율을 40% 이상으로 할 계획이다. 버라이어티는 DY 측과 공동 제작으로 이른바 ‘지상파 A급 쇼·오락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태도다.
또 지상파급의 드라마도 사전 제작 형태로 만들어 TVN에서 방송할 계획이다. CJ가 지분 참여중인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포리가 제작중인 ‘하이에나(60분, 16부작)’ 등이 그것이다.
◇CJ미디어그룹 부상=TVN의 출범은 미디어 시장에서 대기업군 미디어그룹의 등장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CJ그룹은 MSO인 CJ케이블넷을 중심으로 200만 가입가구를 확보한 국내 빅4 MSO다. 4월엔 3500억원을 투자해 드림씨티방송을 인수했다. 이런 인프라 기반을 바탕으로 CJ미디어의 공세적 확장이 이어졌다. 지난해 애니메이션 채널 ‘챔프’ 개국 후, 올 4월 종합 스포츠 채널인 엑스포츠를 통해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는 썬티브이도 인수했다.
TVN 설립은 이런 맥락 하에서 CJ그룹의 미디어 얼굴로 이해할 수 있다. 지상파에 대항할 수 있는 방송 콘텐츠 제작과 유통 능력을 겸비한 채널로 육성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CJ그룹이 지상파방송사만큼의 드라마 제작 능력을 갖췄는지 △CJ미디어의 재무 역량이 앞으로 TVN 등 추가 투자를 견딜 수 있을지에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제주=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