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이냐 규제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진흥법)’안이 업계의 반발에 부딪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률임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규제법’으로 단정하며 법안 시행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관련업계의 반발은 진흥법 내에 포함돼 있는 규제안이 기존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관한법률(음비게법)’보다 더 강력한 규제책이어서다.
업체는 “(진흥법이) 왜 진흥법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며 “아직까지 법시행을 하기에는 기간이 있는 만큼 업계의 목소리를 더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1일 문화관광부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관에서 업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 3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시행령 및 시행규칙(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문화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내달 께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사위 검토를 거쳐 8월에 이를 공포할 계획이다.이날 공청회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사행성 규제다. 시행령(안)에 명시된 사행성 게임물 결정 기준과 관련
▲1회 게임시간이 4초 미만인 게임물
▲1회 경품한도액이 2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시간당 총 투입금액이 4만5000원을 초과하는 게임물
▲1게임기당 1시간 경품한도액이 20만원을 초과하는 게임물
▲청소년 게임기를 현행 40% 비율에서 60%로 상향 조정한다는 등의 규정에 대해 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지구촌전자 김정환 사장은 “청소년 게임기를 60%까지 올리면 아케이드 업계가 다 죽을 수도 있다”며 “진흥법이 아니라 아케이드 업계를 죽이려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G2플러스 노신규 사장도 “시간당 총 투입금액이 9만원선은 돼야 업계가 먹고 살 수 있다”며 “4만5000원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금액이고 이를 어떻게 산정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게임물 등급 분류도 논란이 됐다. 현행 음비게법상 존재하고 있는 15세 이용가 등급이 ‘진흥법’내에 없어서다. 정부는 이때문에 시행령(안)에 15세 이용가 등급을 표기하도록 명시했지만 상위법에 명기가 안됨으로써 법해석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등급분류를 세부화시켜 7세 이용가 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오픈베타 이전 게임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심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학부모정보감시단 김민선 사무국장은 “15세 이용가 등급이 등급분류 체계에서 빠진 상태에서 시행령에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없는데 누가 지키겠느냐”며 “특히 오픈베타 이전 게임의 경우 등급심의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것은 청소년 보호를 너무 등한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번 공청회에서는 아케이드와 온라인 업계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며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을 보여줬다.
아케이드업계는 진흥법의 시행령(안)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과연 이것이 게임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법안인가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나섰다.
발제자로 나선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김민석 회장은 “이번 시행령은 세계 3대 게임 강국으로 가는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아케이드 게임을 사장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아케이드 게임 산업에 대한 완화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회장은 PC·온라인게임 업계와 너무 형평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이들 업계에도 규제책을 마련해야 할 것을 주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훈 정책실장은 “산업의 외향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법률 제정을 기회로 게임 산업과 문화를 둘러싼 환경을 근본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해 눈길을 끌었다.
최 실장은 또 “이번 진흥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등급분류 체계와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등위)가 설치됨으로써 업계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장치가 마련된 것”이라며 “특히 등급분류 절차의 국제적 표준을 제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온라인게임 사행성 규제조치도 앞으로 문제가 될 소지를 남겨뒀다. 참가자들은 현재 온라인게임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포커, 고스톱 등의 게임이 직접 충전이나 게임머니 이체 등의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행성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물제도개선연대 김성천 사무국장은 “현행 시행령(안)에는 온라인게임이나 PC게임, 모바일게임에 대한 사행성 규제조치가 전혀 없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을 명문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아케이드 게임뿐 아니라 온라인 등 여러 플랫폼에서 사행성 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이를 무책임하게 간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행성과 연계될 수 있는 ‘포커’나 ‘고스톱’ 등에 대해 사행성 규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서도 어떤식으로든 규제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이날 시행령(안)에는 PC·온라인게임에 대한 별다른 사행성 규제가 없었지만 향후 또다른 규제안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문화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후 시행령(안)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됐던 사행성 게임 완화 조치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사행성 게임물에 대해서는 앞으로 강력하게 규제할 것이라는 기존 방침을 확인했다.
문화부 게임산업과 조현래 과장은 업계가 지적한 사항 중 1시간 한도금액인 4만5000원이나 1게임기당 1시간 경품한도액이 20만원을 초과하는 게임물 등에 대한 완화 조치여부에 대해 업계가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이 안이 그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 과장은 “청소년 게임물의 비율을 낮추거나 한도금액을 낮추는 등의 규제는 완화시킬 수 없다”며 “현재 사행성이 사회 문제로 부각된 만큼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으로서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한 싱글로케이션 게임물 규제에 대해서도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을 들어 현행 안을 그대로 적용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조 과장은 온라인게임의 사행성 규제와 관련해 “현재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고 사회적으로 사행성 논란이 일어난다면 사행성 게임으로 규정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 온라인게임의 사행성 규제도 강화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히 아이템 현금거래 등이 사행성 항목으로 규제하기 어렵지만 다른 법적인 근거로 접근, 규제나 육성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방향을 잡겠다고 밝혀 향후 온라인게임 업계에 태풍이 몰아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화부는 시행령에 명시된 PC방 영업시간 연장이나 게임물 제공업소의 시간 연장 요구, 15세 이용가의 진흥법내 명시 등에 대해서는 면밀히 살펴보고 적극 반영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보였다.
<안희찬기자@전자신문 사진 =한윤진기자@전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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