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과점 폐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800㎒ 주파수 독점 문제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800㎒ 주파수 독점은 지난 99년 12월 SK텔레콤이 이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던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후 주파수 독점에 따른 폐해가 사회 일각에서 제기됐으며 주파수 독점이 시장 독과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동통신시장에서 대표적인 역차별로 남아 있는 800㎒ 주파수 독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해답은 주파수 로밍에서 찾을 수 있다. 800㎒ 주파수 로밍은 PCS 사용자의 후생을 향상시키고 네트워크 투자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먼저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살펴보면 800㎒ 주파수 로밍은 통화품질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로밍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선·후발사업자 간 통화품질 격차는 후발사업자의 투자의지나 사업전략보다는 주파수 특성에 좌우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후발 사업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1.8㎓ 주파수는 선발사업자의 800㎒ 주파수에 비해 동일영역에서 동일한 통화품질을 확보하는 데 소요되는 기지국 설비투자액이 2배 가까이 든다. 특히 지방 산악지역은 무려 4배에 가까운 투자비가 소요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해외 로밍 역시 마찬가지다. PCS사업자는 해외 로밍에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후발사업자의 1.8㎓ 주파수 대역은 세계 각국의 이동통신사업자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대역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개발능력이나 투자와는 상관없이 해외 자동 로밍이 불가능한 상황. 이로 인해 PCS가입자는 해외에 나갈 경우 로밍폰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는 해외 로밍 매출로 직결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은 이 부문 매출이 600억원에 이르는 데 비해 LG텔레콤은 50억원에 머물고 있다. 가입자 수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차이다.
또 하나는 투자에 대한 비효율성 해소다. 현재 800㎒ 주파수는 서울을 비롯한 84개 시 등 인구밀집지역을 제외한 외곽지역에서의 설비사용률이 6∼22%에 불과하다. 따라서 설비사용률이 낮은 외곽지역의 로밍은 네트워크의 중복 투자와 환경파괴를 막고 기존에 투자된 설비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텔레콤을 비롯한 후발 주자들은 서비스 허가조건에 명시된 서비스 커버리지 95% 달성의무를 다하고자 사업 개시 때부터 지속적으로 네트워크 투자를 집행하는 등 통화품질 개선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근 수년 동안 당기순이익 대비 투자율에서도 알 수 있듯이 LG텔레콤은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 네트워크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다.
주파수 로밍은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선·후발사업자 간 로밍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로밍을 의무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탈리아·네덜란드·덴마크·노르웨이·스위스 등 유럽을 비롯한 선진 이동통신 국가들은 후발사업자 사업개시 초기부터 선발사업자로 하여금 로밍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공정경쟁 환경 구축과 주파수 차이에 의한 경쟁력 차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동통신시장의 대표적인 역차별로 남아 있는 800㎒ 독점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조속히 로밍을 의무화해야 한다. 즉 정부가 전파자원의 독과점을 방지하고 적정수준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800㎒ 로밍 의무화를 고시에 반영하는 등 주파수 정책에 대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800㎒ 주파수의 로밍이야말로 통화품질과 해외로밍 등 소비자들의 편익을 증진하고 네트워크의 불균형을 막아 현재의 통신시장을 공정한 경쟁체제로 개선할 수 있는 진정한 경쟁활성화 정책임이 분명하다.
강문석 LG텔레콤 부사장, mkang@lg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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