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이 부임 이후 처음 찾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제7연구동 실험실. 이 자리에서는 정통부가 IT 839정책과 함께 지난 2004년부터 추진해온 URC 기반 ‘국민로봇’ 시제품이 처음 공개됐다.
노 장관이 실험실 한편에 꾸며진 아파트 실내 형태의 시연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퀴로 이동하는 50㎝ 크기의 집지킴이 로봇이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유진로봇이 지난 1년간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100만원대 국민로봇 ‘큐피드’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큐피드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다거나,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자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는 등 다소 서툴긴 해도 가정비서 역할을 수행했다. 노 장관이 소파에 앉자 바로 따라온 큐피드는 유창한 영어 발음으로 따라 해보라며 잘못했을 때는 반복해 읽어주기 까지 한다.
이에 앞서 열린 국민로봇 업무보고에서는 로보티즈가 개발한 30㎝ 크기의 소형 휴머노이드 2대가 나란히 테이블에 올라 “올해 태어났다”는 인사와 함께 자신을 ‘꼬마 휴머노이드’라고 소개하며 제자리 뛰기, 누웠다 일어나기, 팔굽혀 펴기, 물구나무 서기 등을 선보이는가 하면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통일된 동작으로 율동을 보여줘 큰 박수를 받았다.
수백 개의 단어구사 능력을 보유한 이 휴머노이드는 시연 도중 다른 한대가 넘어지자 바로 “아이 창피해”를 연발,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기술 네트워크 활용=이 국민로봇은 기업과 연구기관간 기술의 네트워크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플랫폼 제작은 유진로봇와 한울로보틱스, 이지로보틱스, 아이오테크, 다사테크, 삼성전자가 맡았다. 로봇에 들어갈 임베디드SW는 터보테크, 네스트아이, 삼성테크윈, 파스텍, 하기소닉, LG이노텍이 책임지고 있고 콘텐츠는 금성출판사와 HCI랩, 서비스는 KT, 기술지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맡고 있다.
단일 기업이 완성된 로봇을 만들어내는데에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러기업들의 장점만을 끌어모은다면 경쟁력 높은 완성품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협업의 결실인 셈이다. 이번 국민로봇 개발 사례는 이같은 관점에서 우리 로봇 산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대표적인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9월께 국민로봇 선보여=국민로봇은 애초 약속대로 100만원대로 책정될 전망이다. 플랫폼 참여업체 5곳이 5종류의 로봇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는 100만원 이하 로봇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만원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로봇 기능은 최소화했다. 산업화의 장애 요소를 먼저 따져 봤다는 것이 오상록 국민로봇사업단장의 말이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모든 기능을 구현할 경우 가격이 너무 비싼 ‘몬스터’가 될 우려가 있어 가격대비 기능을 따져 음성인식과 일부 영상 인식 부분을 메인 서버에서 처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외부서 다른 단말로 로봇을 조작하는 등의 홈 모니터링 기능이 국민로봇의 핵심 기능이다. 외부서 청소를 지시하거나 정보단말로 뉴스, 날씨, 증권 등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유치원 및 초등생 수준의 교육(영어 따라하기) 기능에 노래따라 부르기, 동화구연 등의 단순한 교육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게임 기능은 초기 수요가 1만대 이상 확보되면 추가하기로 했다.
이 국민로봇과 서버 간 데이터 전송에는 기존의 네트워크에 맞춰 설계하도록 했다. 수요와 기술 개발 및 네트워크 단계를 봐가며 서버 활용의 폭을 늘려갈 방침이다.
오 단장은 “오는 9월께면 100만∼200만원 미만의 로봇을 집에 두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 3월 국민로봇 서버 간 통신방식은 확정됐고, 다음 달에는 SW표준 플랫폼 ‘루피’ 체계를 정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초기 시장 창출이 관건=그러나 이번에 선보일 국민로봇은 오 단장의 우려대로 초기 시장 창출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민로봇사업단 측은 초기 소비자의 로봇에 대한 마인드가 형성되기도 전에 거품이 꺼질까 걱정하며 로봇의 성능이 과대 포장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것이라는 논리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도 많다. 기술 개발을 위한 네트워크를 넘어선 종합적인 마케팅·문화·산업 네트워크 구성이 필요하다. 이번 국민로봇 시범 사업에서는 650대의 로봇을 보급할 예정이지만 향후 1000만대가 팔려나갈 경우 이들의 동시 접속 때 회선 부하량을 어떻게 해결해야할 것인지가 숙제다. 현재는 서버 한대당 1만 가구 기준으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안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유비쿼터스가 보편화할 경우 가정의 모든 기기에는 IP주소가 부여되고 밖에서 컨트롤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해킹을 통한 불상사가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만약 해커가 각 가정의 가스밸브를 모두 열고, 가전제품에 과부하를 가한다면 초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달리는 자동차를 멈추게 할 수도 있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법적인 안전 장치도 필요하다. 로봇이 사용자에게 피해를 끼쳤을 경우 아직까지는 법적인 구제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일단 오는 7월까지 제조물 책임자 보험 범위를 정하기로 했다.
오 단장은 “루피 버전 1.0을 만들어 다음 달 기능 테스트에 들어간다”며 “오는 8월께엔 로봇 서버 연동이 완료되는 대로 9월께면 국민로봇을 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업체탐방](7)다사테크
다사테크(대표 강석희 http://www.dasatech.co.kr)는 제조용 로봇 분야의 탄탄한 매출 성장력을 바탕으로 지능형 서비스로봇 분야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현재 매출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제조용 로봇 분야에선 △직각좌표로봇 △리니어직각좌표로봇 △데스크톱 로봇 △수평다관절형 로봇 △수직다관절 로봇 등의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핵심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모션컨트롤러와 서보시스템도 제품군에 포함시켜놓고 있다. 사업이 안정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강석희 사장은 “제조로봇 분야는 연간 20∼30% 정도 성장을 하고 있다”며 “제조업의 특성이나 대규모 투자에 맞춰 다양한 제품의 대응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보기 때문에 우수한 기술역량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사테크는 이같은 제조로봇의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지능형 로봇 시장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일단은 시장이 형성돼 있는 엔터테인먼트 로봇을 하나의 축으로 성장시키려 하고 있다. 10월 100만원대 로봇을 탄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민로봇사업단에 참여, 애완로봇인 제니보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제니보는 키 30㎝, 길이 33.4㎝의 강아지 로봇으로 ‘이리온’, ‘앉아’ 등 100개 단어를 알아듣고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제공도 가능하다.
가정이나 빌딩의 네트워크에 기반한 시장 창출도 고려중이다. 엔터테인먼트를 축으로 국민로봇사업, 교육이나 전시와 관련된 테마사업을 차근차근 발굴해 가면서 서비스로봇의 시장창출을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연구용 플랫폼에 많은 기술적 성과를 쌓아놓았기 때문에 홈서비스 로봇이라든지 공공기관의 지능로봇이나 빌딩 자동화와 관련된 경비로봇, 보안로봇 등의 분야로 충분히 확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강 사장은 “2010년경에는 제조로봇과 서비스로봇이 각각 매출의 50%를 차지하도록 서비스로봇을 성장시킨다는 것이 중장기 계획”이라며 “2년 뒤쯤이면 시장이 어느정도 형성될 것이며 특히 홈네트워크나 빌딩자동화와 관련된 로봇 시장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사테크는 올해 하반기중 기업공개를 목표로 절차를 밟고 있다. 강 사장은 “지금까지 공부하는 학생의 처지였다면 이제는 사회적인 책임이나 기업의 시스템구조를 갖춤으로서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단계를 밟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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