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 과기부총리는 와이셔츠 호주머니에 항상 메모지를 넣고 다닌다. 호주머니 속을 들여다보니 몇 달간의 주요 일정, 해외 방문 및 외국 인사 접견 일정, 그날 그날 직원들에게 지시할 내용 등이 메모지 3∼4장에 빼곡히 적혀 있다. 이 밖에도 중요한 메모를 그때그때 기록해뒀다가 정책결정에 적절히 활용하기 때문에 과기부 직원들은 그를 ‘메모광’이라고 부른다.
그는 또 토론을 즐긴다. 아침마다 국장들과 티타임을 갖고 그날의 화제나 업무를 논의하고 점검하는 게 일과가 됐다. 연구 현장을 방문할 때도 의문이 생기면 즉석에서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과기부 직원들은 부총리를 대동하고 나갈 때면 미리 업무 전반을 숙지하게 된다고 전한다. 때로 과기부 업무에 익숙지 않은 부총리의 ‘엉뚱한’ 지적에 이제까지 관성적으로 해오던 업무들도 새로운 관점에서 돌아보게 된다는 게 직원들의 평가다.
토론을 좋아하고 늘 배우려는 부총리. 오는 20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김 부총리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들어 있을까. 그 자신이 밝힌 대로라면 황우석 파문으로 형편없이 꺾인 과학기술인의 사기를 북돋워주는 것과 우리 경제를 먹여살릴 먹거리 기술과 먹거리 산업을 발굴하는 일이 가장 큰 관심사다.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 부총리는 ‘줄기세포연구 종합추진 계획’ ‘과학기술인 우대시책’ 등을 언급하며 생명공학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황우석 논란이 끝나지 않았다. 논란 중 일부는 감시가 소홀했던 ‘퍼주기’ 식 정부의 연구지원 정책과 연구진실성 검증 능력 부족에 화살이 가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황우석 파문 이후 잇따라 발표되는 정부의 대책을 들어보면 연구비리 척결보다는 생명과학 육성정책 지속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과기계의 사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퇴직금이나 일자리 창출보다 다시는 이런 ‘과학적 사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를 엄정히 개선하고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을 국제적으로 홍보해 해외의 회의적인 시각을 바로잡는 게 급선무 아닐까. 김 부총리의 메모지에 그런 고민들이 올라가길 기대해본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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