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전용경기장 건립 어떻게 볼것인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e스포츠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두세개에 불과했던 e스포츠 전용경기장이 10여개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e스포츠 전용경기장 건립에 경쟁적으로나서면서 충분한 사전조사나 활용방안 마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스포츠 전용경기장을 건립하겠다고 나선 지방자치단체는 서울을 비롯해 대구와 대전, 시흥 등 전국적으로 10여개에 달한다. 이미 경기장을 완공했거나 부지를 확보하고 구체적인 건립작업에 들어간 곳은 대구와 서울 두 곳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지자체들도 건전한 청소년들의 놀이문화 정착을 위해 e스포츠 전용경기장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e스포츠 전용경기장 설립은 5.31지자체장 선거 이후 더욱 경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지자체들이 e스포츠 경기장 건립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 e스포츠 경기장 주요 대도시에 분포

 업계는 이러한 전용경기장 건립러시를 일단은 반기는 분위기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전용경기장의 존재는 해당 스포츠 발전의 기초 원동력이며 e스포츠가 하나의 문화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경기장을 많이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립 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심사숙고 해야 할 것”이라며 “막대한 돈을 들여 만들어 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만들지 않는 것 만 못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e스포츠 전용경기장은 e스포츠협회에서 건립한 용산 아이파크몰 상설경기장과 온게임넷의 메가스튜디오, MBC게임의 세중월드스튜디오, 그리고 대구시의 아이시티파크 e스포츠경기장 등 네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울시 구로구와 시흥, 대전 등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운 상태며 광주·부산·전주 등도 e스포츠 경기장 건립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구로구는 문화부에서 추진하는 e스포츠 전용경기장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구로구의 한 관계자는 “현재 문화부에서 전용경기장 관련업무를 일임받은 e스포츠협회, 게임산업개발원과 계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며 “이미 매입부지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e스포츠 경기장을 중심으로 한 테마파크를 조성하려는 지자체들도 많다. 게임도시 등 특성화 전략을 시행하는 시흥시는 2013년까지 2조8000억 원을 들여 게임 테마파크와 e스포츠 경기장, 게임지원시설 및 연구시설 등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난 3월 e 메트롬 추진계획을 발표한 대전시도 엑스포과학공원을 e스포츠 테마파크로 전환 키로 하고 타당성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엑스포과학공원의 한 관계자는 “시와 조율 중에 있지만 민간유치형식으로 경기장을 만들 방침”이라고 밝혔다.

# 철저한 타당성 조사 필수

 서울·대구·대전 등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e스포츠 경기장 건립에 나서면서 e스포츠업계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용경기장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조사와 함께 활용방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막연한 기대감으로 설립이 추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e스포츠 경기의 경우 MBC게임과 온게임넷이라는 케이블방송사 중심으로 매주 개인전과 팀대항전이 열리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지자체에서 독자적으로 게임대회를 개최했을 때 관심을 얻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만들어 놓고 1년에 몇번만 사용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으며 이렇게 된다면 국민의 세금만 낭비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진다.

 다음으로 지자체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회성 또는 전시성 사업으로 e스포츠경기장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자체들이 이벤트성 e스포츠 행사를 유치해 관객동원에 성공하자 이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무리하게 전용경기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e스포츠 경기장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며 “많아서 걱정을 하기 보다는 효과적인 활용방안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이들은 e스포츠 경기장을 잘 운영하고 있는 대구시를 좋은 사례로 들었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e스포츠 전용경기장을 완공해 운용하고 있데 경기장에서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청소년의 건전한 놀이문화로서 e스포츠 경기는 다양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새로운 경기장 건립을 추진하는 각 지자체들도 대구시의 경우를 벤치마킹 해 경기장 건립 후 다양한 운용방안 마련과 철저한 타당성조사를 바탕으로 전용경기장 건립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 지역 연고제 등 대안 마련해야

 하지만 각 지역에 설립되고 있는 e스포츠 경기장이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서울에 몰려있는 e스포츠구단을 각 지역에 소속시키는 연고제를 도입한다거나 매주 열리는 e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공식대회를 지역을 돌며 개최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요구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각도의 활용방안에는 정기적인 e스포츠 행사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며 “경기장 행사 전부를 문화행사로만 채우면 e스포츠 발전을 위한 전용경기장이라는 명패가 유명무실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e스포츠협회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자체들도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대회유치나 아마추어팀 창단 등의 제반여건을 조성해 자체적인 e스포츠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문화부와 협회도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고 경기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들과 적극적인 대화창구를 마련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지자체가 먼저 협회와 커뮤니케이션을 제안하기에 앞서 e스포츠 발전을 주도하는 기관으로서 지방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협회가 지난 ‘2006e스포츠 정책성과보고회’에서 제안한 경기장 표준 모델을 일부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협회에서 제안한 경기장 표준모델은 지방의 상황에 무리가 되는 면이 많다”며 “지방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좀 더 융통성 있는 모델로 완성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용경기장 건설 붐이 e스포츠의 저변확대, 지역연고제 정착의 첫 단추로서 e스포츠 활성화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서두르지 말고 좀 더 신중을 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립 전에는 신중한 자세로 타당성을 조사하고 건립 후에는 운용의 묘를 살려 지역 e스포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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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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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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