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C도 `빌트인` 시대

 2년 8개월간의 증축 리모델링을 끝내고 최근 입주한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 신사옥. 연면적 3만4500평, 지상 20층, 지하 6층 규모에 첨단 시스템을 자랑하는 이 건물 2층에는 ‘상공회의소 공용 전산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건물에 입주한 회사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통합 전산실이다. 개별 회사들이 별도의 전산실을 구축하거나 운영할 필요가 없어 이른바 ‘빌트인 공용 인터넷데이터센터(IDC)’로 불린다.

 

 ◇빌트인 IDC, 전산실 새 모델 부상=대한상공회의소가 공용 전산센터를 기획한 것은 입주사마다 전산실을 따로 갖추면 건물 훼손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전산실은 전력 공급, 배선, 항온항습 등을 위해 별도의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건물 구조 변경이 불가피하다. 입주사가 바뀔 때마다 전체 전산실을 뜯어내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다 첨단 기반 정보 시설을 갖춰 사무실 임대를 원활하게 하겠다는 목적도 크다.

 이번 상공회의소의 공용 전산센터 컨소시엄 사업자로 참여한 오늘과내일 반장호 이사는 “입주사가 경제적인 이유로 외부 IDC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비상시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빌트인 공용IDC는 원가 절감을 통해 고품질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입주사의 전산 대응도 빨라져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에 위치한 서울파이낸스센터도 비슷한 빌트인 IDC 사례. IDC 업체인 프리즘이 건물 내 공용전산센터를 만들어 주로 외국 기업들의 전산실을 유치, 통합운영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상공회의소를 모방한 대형 빌딩 2곳도 빌트인 IDC를 적극 검토중이다. 각각 역삼동과 대치동 주변에 위치한 두 빌딩의 면적규모는 5만평, 2만5000평에 달한다. 이 밖에 대방동 한글과컴퓨터 기술연구소 등도 빌트인 형태의 IDC를 운영하고 있다.

 ◇구축 조건=빌트인 공용 IDC는 장점도 많지만,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에 위험요소도 많다.

 대형 빌딩은 시내 요지에 위치한 비싼 땅에 자리잡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않으면 수익을 맞추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건물 임대 면적이 최소 1만평 이상으로 입주사들만으로도 충분한 회선 사용량이 나와야 할 것 △입주사 외 주변 기업도 유치해 전산실 활용도를 높일 것 △네트워크 및 서버 관리에 관한 노하우를 갖춘 사업자가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 등을 빌트인 IDC 성공의 전제 조건로 꼽는다.

 이러한 전제 조건 때문에 시스원은 2년 전 신사옥인 용산 KCC IT타워를 신축할 때 빌트인 IDC 구축을 최종까지 검토했다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 철수했다. 시스원은 전체 전산실이 아닌, 비상 시 돌아가는 재해복구(DR)용 전산실이 사무실 빌딩과 같이 입주하는 공용 DR센터 구축을 고려중이다.

 ◇전망=앞으로도 전산실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전산실 통합화 바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물 내 빌트인 IDC, 시스템서비스업체의 IDC, KT와 데이콤 등 대형 통신업체 IDC들이 경쟁과 제휴를 가속화하면서 통합 전산실 시장을 분점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실 오늘과내일도 하나로통신과 제휴해 상공회의소 공용전산센터 사업권을 따낼 수 있었다.

 이상훈 시스원 상무는 “빌트인 IDC 모델은 비싼 임차료를 내야 하고 백본망 연결 비용 등을 고루 고려해야 해 반드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며 “네트워크가 안정되고 백본망 가격이 떨어지면 대형 빌딩 내 통합 전산센터모델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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