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선 우리나라 케이블TV 역사에 한줄 올릴 사건(?)이 발생했다. CJ케이블넷의 디지털 케이블TV 서비스인 ‘헬로우디’가 제1회 국제 인터랙티브 에미상을 수상한 것.
이관훈 CJ케이블넷 대표이사(CJ그룹 부사장)는 “사실 우리가 수상할 줄은 몰랐다”고 회상했다. 그도 그럴것이 경쟁 상대로 나선 외국 사업자가 바로 영국의 비스카이비이기 때문이다.
CJ케이블넷은 디지털 케이블TV를 지난해 2월 시작한 어린애라면 비스카이비는 유럽에서 디지털 방송을 이끄는 선두 업체로, CJ케이블넷보다 상용화 시점이 7∼8년쯤 앞선다. 벌써 몇년째 ‘최초’ 수식어를 달고 다니기에 비스카이비가 올해 최초로 마련된 국제 인터랙티브 에미상은 비스카이비 차지일 줄만 알았다.
이관훈 대표는 “사실 3월에 4개 후보군에 우리가 낀 것만도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의외의 수상이었던만큼 에피소드도 있다. 국제 에미상은 미국 외 지역에서 제작된 우수한 TV 프로그램을 선정·시상키 위해 국제 텔레비전과학예술아카데미(IATAS)가 지난 69년 창설한 권위있는 상이다. 올해는 인터랙티브 채널·프로그램·TV 서비스 등을 추가하는 등 총 14개 분야에서 시상했다. 시상식에선 연미복이 필수다.
CJ케이블넷의 권기정 팀장이 같은 기간에 열린 ‘밉TV 2006’ 행사에 참가했지만 설마 수상식에 올라갈 줄은 몰랐다고 한다. 당연히 권기정 팀장도 출장 준비 품목에 연미복 챙길 생각을 못했다. 그래도 선견지명은 CEO의 몫일까. 이관훈 대표가 ‘혹시 모르니까’하고 연미복을 준비시켰고 수상식 무대에 무사히(?) 오를 수 있었다.
그렇다면 CJ케이블넷의 헬로우디가 1회 인터랙티브 에미상을 수상한 이유는 뭘까. 우선 헬로우디가 세계 최초의 오픈케이블 방식 양방향 디지털 방송이란 점이다. 디지털 방송의 규격은 숱하게 많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이 제창한 오픈케이블 방식을 선택했다.
그런데 정작 미국이 오픈케이블 방식의 핵심인 ‘케이블카드 분리 장착 의무화’를 잇따라 유예하며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오픈케이블 방식이 옳으냐, 그르냐라는 평가와는 상관없이, 세계 최초로 미지의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상용화를 해낸 CJ케이블넷의 힘은 평가할만하다.
그리고 ‘리스크를 안고 일제히 궤도에 올린 수많은 양방향 서비스’를 꼽는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방송 분야에서 유럽·미국·일본 등 선진국보다 늦은게 사실이다.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는 물론이거니와 케이블TV 분야도 마찬가지다.
CJ케이블넷은 늦은만큼 다수의 양방향 서비스를 일제히 제공했다. 외국에선 디지털 방송 가입자를 보면서 점진적으로 양방향 서비스 가짓수를 늘려갔지만 CJ케이블넷은 내부적인 검토를 치밀하게 한후 소비자에겐 과감하게 서비스를 선보였다.
디지털 케이블TV에서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디지털 케이블TV에선 네트워크 게임도 즐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노래방도 디지털 케이블TV 속으로 들어갔다. 물론 주문형비디오서비스(VOD)도 제공한다. 앞으로 TV 기반 전자상거래(t커머스)와 TV뱅킹, TV폴링 등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100개 채널, 30개 오디오 채널, 21개 PPV 채널, VOD 서비스, 양방향 데이터 방송 등을 제공하는게 바로 헬로우디다.
CJ케이블넷이 걸어온 1년 2개월은 곧 우리나라 디지털 케이블TV의 역사다. 헬로우디는 그래서 CJ케이블넷의 디지털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우리 케이블TV 역사속 고유명사이기도 하다. 에미상 수상은 그런 맥락에서 ‘의외이긴 하지만,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이것이 헬로우디다
지난해 2월 쉽고 편하게 즐기는 양방향 TV의 모토를 가지고 CJ케이블넷의 디지털 방송 서비스 ‘헬로우디(HELLO D)’가 출범했다.
‘HELLO D’의 D는 역동적이고(Dynamic) 색다른(Different) 디지털(Digital) 서비스라는 뜻으로 기존 아날로그 케이블과는 전혀 다른 프리미엄 디지털 브랜드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선 헬로우디 서비스는 세계 최초 오픈 케이블 방식으로 양방향 디지털 서비스를 구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헬로우디’는 한마디로 고화질·고음질·양방향 서비스다.
헬로우디의 세계로 들어가면 주문형비디오서비스(VOD)가 눈에 띈다. 영화나 교육 콘텐츠 등을 비디오 대여점에 갈 필요없이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다. 비디오나 DVD와 동일하게 시청 중 빨리감기, 되감기 등의 기능도 가능하다. 주문형 비디오 콘텐츠는 계열사인 CJ미디어가 제공한다.
역시 주목할 대목은 양방향 데이터 방송. 예를 들면 인터넷 서비스의 일부를 TV에 적합하게 구현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헬로우디에는 문자 발송 서비스, 예약 예매 서비스, 게임, 운세, 날씨, 골프 레슨, 노래방, 공공 서비스, 주문 배달, t커머스, TV뱅킹 등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가 있다.
문자 발송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케이블TV에서 이웃집 TV에 문자를 보내거나 휴대폰에 문자를 보낼 수 있다. 휴대폰에서 TV로 문자를 보내 확인할 수도 있다. 이는 CJ케이블넷에서 국내 최초로 구현했다.
영화 예약 예매 서비스는 CJ에서 운영하는 멀티플렉스극장 CGV와 연계, 인터넷 예약 예매 서비스를 TV를 통해 구현해 주부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게임 서비스는 CJ케이블넷이 역점을 둔 분야로 방송 프로그램 시청과 게임 즐기기가 한 화면에서 동시에 가능하다. 또한 인터넷 게임과 마찬가지로 네트워크 게임이 가능하도록 해 케이블만의 양방향성을 강조했다.
골프 서비스는 TV 리모콘 만으로 전국 골프장 정보부터 레슨까지 골프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향후 실제 골프장 부킹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TV 공공 서비스는 구청·보건소의 정보에서부터 지역 정보·날씨·재난 속보에 이르기까지 밀착형 생활 정보를 TV에서 조회하거나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신개념 공공 서비스다.
t커머스는 헬로우디 고객이 CJ홈쇼핑 시청 중에 리모컨으로 직접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전화 상담을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주문이 가능하며 3% 적립금까지 받을 수 있다.
TV 뱅킹 서비스는 이달중 시작할 예정이다. 은행 계좌조회, 이체 서비스, 신용카드 내역 조회 등 은행의 필수 서비스를 헬로우디에서 제공한다. 우선 우리은행, 농협 고객 대상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TV에서도 공인인증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 TV를 노래방으로 이용할 수도, TV로 피자 주문 배달을 시킬 수도 있다. 집에서도 별도의 장치 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0% 할인된 금액으로 도미노 피자를 손쉽게 주문할 수 있다.
◆이끄는 사람들
CJ케이블넷은 뉴미디어 산업계의 간판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월 국내 최초로 디지털 케이블TV를 상용화했고 시장 리더로 자리 잡았다. 온갖 기술·마케팅 분야의 어려움을 먼저 겪었고 이는 고스란히 케이블TV 업계의 노하우로 전해졌다. CJ케이블넷의 오늘 고민은 다른 케이블TV 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가 맞닥드릴 내일의 이슈다.
CJ케이블넷의 한가운데는 이관훈 CJ케이블넷 대표가 있다. “실무진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CEO는 중요한 때 결정을 내리는 역할만 할 뿐”이라고 이 대표는 겸손하게 말한다. 케이블TV 업계에선 전부터 합리성 갖춘 CEO로 평판이 자자했으며 이젠 추진력도 입에 오르내린다. 그는 지금 ‘아프리카’ ‘곰TV’로 대변되는 신개념 인터넷TV를 공부 중이다. 업계 리더 업체를 이끌기 위해선 누구보다 먼저 보고 앞서 대비해야한다.
이런 이 대표에겐 이준영 경영지원실장이 있다. 그는 CJ케이블넷이 지금의 MSO 규모를 갖추게 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뛴 임원이다. SO 인수 합병과 외자 유치를 이끈 인물이다. 외자 유치의 어려움이야 누구나 알테지만 사실 SO 인수 합병도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다. 이제야 한결 나아졌지만 지역의 SO를 한군데 살때마다 다 사연이 있을 정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게 SO 인수 합병이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한결같이 그곳에 있어왔다.
성기현 기술전략실장은 CTO다. KT에도 몸담은 경력이 있는 성 실장은 통신을 아는 방송맨이다. 케이블TV가 기술적으로 발전하는 궤적엔 숱한 이슈와 논쟁이 있었고 성 실장은 무게 중심을 잡아왔다. 소신을 주장할 때는 다소 흥분하는 CTO가 성 실장이다. 정통부의 한 관료는 “그만큼 열정적인 사람도 없다”고 평가했다.
팀장급에선 권기정 기술기획팀장과 조윤희 재무팀장이 CJ케이블넷을 지키는 버팀목이다. 권 팀장은 디지털 케이블TV 만들기에, 조 팀장은 외자 유치에 밤잠을 지새운 공로자들.
‘일을 믿고 맡기는 스타일의 CEO’인 이 대표 곁엔 ‘기꺼이 맡아서 일을 해결할 CJ맨’들이 이처럼 많다. 여기엔 인재를 아끼는 이 대표의 성격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케이블TV 업계에서 규모는 비록 2∼3위지만, ‘인재풀’은 1등인게 바로 CJ케이블넷이다.
CJ케이블넷 양천방송을 이끄는 맹찬호 총괄도 빼놓을 수 없다. 양천방송은 CJ케이블넷의 산하 8개 SO(드림씨티 제외)를 리딩하는 핵심 SO다. 양천방송이 디지털 케이블TV 현장에서 뿌린 땀방울이 산하 8개 SO로 퍼지는 구조다. 맹 사장은 지난해엔 헬로우디 브랜드 개발 및 디지털 마케팅 전략 수립을 담당한 팀장이었다. 이제는 현장의 최선두에 섰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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