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그리드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날이 머지않았다. 주요 업체가 연구·개발 수준에서 벗어나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접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자체 기술로 잇따라 시범 사이트가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조만간 ‘비즈니스 그리드 시대’가 성큼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그리드 시대 열린다=이미 주요 포털 사이트는 그리드 기술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
멜론뿐 아니라 웬만한 음악·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는 그리드 기술을 실제 적용하기 위해 기초 작업인 소비자 약관부터 손보는 상황이다. 이용약관에 이를 명기하면서 크고 작은 그리드 상용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학계 영역의 그리드 기술과 구분해 ‘비즈니스 그리드’라 명명하고 있다.
그리드 기술이 앞선 외국에서는 JP모건이 주식 거래와 위험 관리를 위한 컴퓨팅 연산을 위해 수천개의 CPU를 연결하는 ‘컴퓨터 백본’이라는 그리드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며, IBM과 게임 제공 업체 버터플라이는 온라인 비디오 게임 시장을 위한 주문형 상용 그리드인 ‘버터플라이 그리드’를 선보였다. 석유 탐사와 제약 개발, 생물학 분야에도 그리드 기술이 빠르게 탑재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 데 이어 KT·삼성SDS 등 굵직한 업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해를 사실상 비즈니스 그리드의 원년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시장 규모는=네트워크 발달과 솔루션이 잇따라 출시되고 산업계에서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유틸리티 컴퓨팅과 클러스터링 컴퓨팅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리드 기술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그리드비즈니스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3년 36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국내 그리드 시장은 올해 275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순수 SW업체 내셔널그리드와 그리드 솔루션업체인 피어링포털도 전년 대비 2∼4배 이상 성장한 25억원과 40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을 관망하던 다국적 컴퓨팅 업체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안병현 한국IBM 실장은 “그리드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 3년 이상 투자해 왔다”라며 “올해에는 열매를 거둘 수 있는 프로젝트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걸림돌은 없나=비즈니스 그리드는 무엇보다 기술력이 전제돼야 한다. 한 음악 사이트의 사례지만 그리드 기술 적용 후 네트워크 비용을 최대 75%, 서버 비용을 50% 이상 줄였다는 보고서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그리드 기술의 효용 가치는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컴퓨팅 기술은 다소 뒤져 있지만, 네트워크가 튼튼해 그리드 기술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황준석 교수의 분석이다. 또 그리드 기술을 좀더 빨리 진척시키기 위해 국가 그리드 기술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기환 내셔널그리드 사장은 “기술이 표준화되면 그리드 기술 적용이 쉽고 u시티 등 유관 사업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상용화를 위한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네트워크로 자원을 공유하는 데 따른 바이러스 등 외부 위협 요소에 대한 보안 문제, 개인 정보 유출 우려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용어설명-그리드
그리드란 지리적으로 떨어진 컴퓨팅 및 네트워크 자원, 이를테면 서버, 컴퓨터, 대용량 저장장치, 데이터베이스, 첨단 실험장비 등을 사용하지 않을 때 유휴 자원을 모아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실제로 음악이나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약관에는 ‘이용자에게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용자의 PC 및 네트워크 자원을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지리적으로 분산된 자원을 활용하는 그리드 기술이 적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